조선통신사의 길에서 오늘을 묻다 - 조선통신사 국내노정 답사기
한태문 지음 / 경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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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교류사에 있어 “조선통신사”의 의미는 지금의 한류 이상이지 않을까 싶다. 오래전에 어느 책에서 읽은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조선통신사 일행의 방문은 당시 미개했던 일본에 있어 큰 문화행사이자 선진 문물을 접할 수 있는 귀한 기회’였다고 하였다. 그래서 조선통신사 일행의 방문이 있을 때면 일인(日人)들이 사신 행차를 구경하려고 야단법석이 났다고도 하였다.

 

조선의 입장에서도 통신사 일행의 귀국은 타국의 문물을 받아들이는 기회였을 것이다. 이렇듯 조선통신사는 양국의 문화교류와 가교 역할을 한 중요성을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조선통신사의 역사적 의의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역사 속에서 그 의미가 축소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이런 의문과 동시에 일제강점기와 식민사관이 떠올려지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이 책은 조선통신사의 여정을 따라가며 그 흔적을 되짚어보는 책이다. 그래서 특이하면서도 무척 반갑다. 여행기나 답사기를 두루 읽는 편이지만 조선통신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막연히 알고 있던 조선통신사 일행의 노정(露呈)을 글과 사진으로 따라가는 것은 새로운 여행이었다. ‘약 600여년 전, 서울에서 부산까지 하루 약 20km씩 20여일을 걸었던’ 통신사 일행의 수고로움을 책상에 편하게 앉아 따라간 셈이다.

 

책의 내용은 통신사의 여정을 따라 서울에서 출발하여 충주, 안동, 경주를 지나 부산에 이른다. 돌아오는 길은 부산에서 밀양, 대구를 거쳐 다시 서울에 다다른다. 지명만으로는 여느 여행기나 답사기에서 흔히 다뤄지는 지역이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그와는 전혀 다르게 미처 가보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새롭기도 하고 깨닫게 되는 점도 많다.

 

하지만 사진 부분은 무척 아쉽다. 차라리 사진은 전문 작가에게 맡겼으면 하는 아쉬움도 생긴다. 몇몇 사진의 경우, 가족 앨범에는 분명 좋은 추억이겠으나 주제와는 무관한 사진 때문에 독자로서는 난감한 경우가 꽤 있었다. 책이 수월하게 읽힌 반면 사진은 상대적으로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저자는 ‘조선통신사’를 주제로 학위를 받은 전문 연구자이다. 그는 조선통신사에 대한 다양한 기로과 자료들을 바탕으로 통신사의 발자취를 독자들에게 안내한다. 여정을 따라가면 통신사의 자취가 다행히 남아있기도 하지만 간단한 비석이나 표지판 정도만 남은 곳도 대다수다. 오히려 일본 쪽에서 적극 연구하고 있는 동안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희미한 역사 속에 묻혀버린 셈이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특히 주목되는 것은 저자의 에필로그 부분이다. 즉, ‘최근 조선통신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논의되는데, 오히려 적극적인 것은 일본 측’이라는 내용이다.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대한 추진 자체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틈만 나면 역사 왜곡을 자행하는 일본이니만큼 우리나라로서는 반성과 경계가 동시에 필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지금처럼 무심히 있다가는 어느 훗날, 역으로 조선통신사를 자신들의 나라에 온 조공 사절로 둔갑시키는 해괴한 일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도 이미 일부에서는 그렇게 변질시키고 있다 하니 전혀 기우만은 아닐 것이다. 역사를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역사를 알고, 지켜나가는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런 류의 책이 반가운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당연한 노력이 바탕이 되어야,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의 상호 발전에도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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