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 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사기
사마천 지음, 김원중 엮음 / 민음인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고 한 번은 <사기(史記)>를 읽고 싶었더랬다. 하지만 원전을 읽기에는 실력이 턱없이 부족할테고 번역본으로라도 읽고 싶은데, 번역본이라 한들 그리 만만한 책은 아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워밍업 하는 셈치고 읽게 된 것이 이번에 읽은 <청소년을 위한 사기>이다.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중국문학과 <사기>의 권위자로 알려진 번역자에 대한 신뢰도 꽤 작용한 셈이다.

   <사기>의 원제는 <태사공서(太史公書)>이다. 그러던 것이 후대에 와서 <사기>로 불리게 된 것인데, 사마천이 <사기(史記)>를 정식으로 집필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104년의 일로 알려져 있다. 사마천은 요임금부터 시작하여 당시 한무제 때까지의 역사를 130여 권의 방대한 저술로 남겼다. <史記>의 구성은 <본기(本紀)>30권, <표(表)>10권, <서(書)>8권, <세가(世家)>30권, <열전(列傳)>70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가 <사기>라고 말하는 것은 대부분 개인의 전기를 기록한 <열전>을 말한다. 사마천은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궁형의 치욕과 울분 속에서도 이 방대한 저서를 완성하였으며, <사기>의 기전체 형식은 이후 중국 정사(正史)의 기본 형식이 된다.

    사마천이 <사기>를 쓴 것은 기원전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몇 천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널리 읽히고 논의되는 책이다. 이는 <사기>가 단지 그 시대의 역사서의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그 안에 역사의 흥망과 인간 군상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즉 인간의 이야기인 것이다. 개인의 성공과 실패, 흥망성쇠, 이해관계 등을 오롯이 담아낸 책이기에 수 천 년 뒤의 인간 세상에도 그 내용이 그대로 적용된다. <사기>를 읽으며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그 속에 현재 자신이 처한 현실을 대입시키곤 하는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가 지금까지도 높이 평가되는 이유는 또 있다. 궁형을 당한 사마천이 치욕과 억울함으로 점철된 자신의 개인사를 극복하고, 인간상 자체에 대해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이 책을 썼다는 점이다. 역사는 대부분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사마천은 승자, 패자의 편중된 시각이 아니라 사실 그대로를 냉철하게 비판하고 기술하고 있기에 지금까지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김원중 교수가 쓴 <청소년을 위한 사기>는 역자 자신이 썼던 민음사 판 <사기열전>, <사기본기>, <사기세가>의 내용 중 70편을 선정하여 새롭게 구성한 것이다. 내용 중에는 우리가 익히 들었던 관중, 포숙의 이야기나 한신, 유방의 이야기도 있고, 진시황의 분서갱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또한 예(禮)에 대해 묻는 공자에게 “그대는 교만과 지나친 욕망, 위선적인 표정과 끝없는 야심을 버리라”고 일갈하는 노자의 이야기도 볼 수 있다. 또한 역자는 글의 말미마다 자신의 보충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서운하기는 했다.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전제가 있기도 했고, 원래 내용의 일부만 발췌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일부 몇 편의 경우에는 글의 전후 맥락이 이어지질 않거나 얘기를 하다 마는듯한 느낌이 들곤 했다. 하지만 이것은 아마도 원전 <사기>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내 개인의 느낌일 것이다. 이 책은 나쁘게 말하자면 <사기> 내용에 대한 족집게 강의라고도 할 수 있을 테고, 좋게 말하자면 청소년들이 짧은 시간에 <사기>에 대한 간략한 이해를 하기에는 나름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왕이면 후자였으면 좋겠지만, 어느 쪽이건 <사기>를 이해하기 위한 전초전 같은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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