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이야기 -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효게쓰 아사미 지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김은하 옮김 / 담푸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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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서는 화장실을 해우소(解憂所)’라고 부른다. ‘근심을 풀어주는 장소라니 꼭 사찰이 아니더라도 화장실에 참 적절한 말이 아닐 수 없다. 화장실은 내게 허락된 작은 공간 안에서,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신경쓰지 않고, 그저 내 몸과 마음의 근심을 푸는 본연의 모습(?)에 충실할 수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화장실은 몸의 생리현상을 해결해주는 공간인 동시에 잠시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는 순수한 공간이다. 보통은 냄새나고 더럽다고 여겨지는 공간이 실은 가장 순수할 수 있다는 점은 화장실의 역설이기도 하다.


화장실에 대해서는 참 이야깃거리가 많다. 어렸을 때는 은근히 무서웠던 빨간 휴지, 파란 휴지이야기부터 <삼국사기>의 저자인 김부식과 정지상의 이야기도 있고, 저마다 화장실에 얽힌 이런저런 경험담도 있다. 또 나부터도 그렇지만, 화장실에 늘 책을 갖다 놓고도 화장실에 갈 때면 화장실에서 읽을 책이나 핸드폰부터 찾는 버릇을 가진 이들도 꽤 많다. 그런 이유로 <화장실 이야기>라는 제목의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이 생겼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라는 부제가 붙은 <화장실 이야기>1~5분 정도의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 표지 그림과 삽화에 들어간 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은 책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책의 글들은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며, 어떤 때는 약간 허탈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그야말로 화장실에 갈 때 가볍게 들고 가기 좋은 책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때로는 아무 긴장감 없이 해소하듯 읽는 책도 있게 마련이다. 집중하며 진득하니 읽는 책이 있고, 마음의 긴장을 풀고 가볍고 즐겁게 읽는 책도 있다. 몸과 마음의 근심을 풀어주는 해우소처럼 이 책 역시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는 하나의 해우소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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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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