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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 아담 호커 지음, 김지연 옮김 / 반출판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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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종종 읽는다. 짧은 글이나 그림으로 구성된 어른 그림책. 이런 책은 그림의 여백만큼 생각할 여지가 생겨서 오히려 천천히 읽게 된다. 특히 펜화로 그려진 책은 군더더기는 제외하고 깔끔하게 그려져서 담백하게 읽힌다. 사실을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작가의 의도대로 강조할 것은 강조하고, 생략할 것은 생략해서 주제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이번에 읽은 루크 아담 호커의 책은 펜화로 그려진 그림책이다. 작가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유명세를 얻은 펜 일러스트 작가다. 그는 검은색 잉크와 펜을 이용하여 도시의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풍경을 그려낸다. 책에는 사랑하는 가족과 평화로운 이웃의 모습도 보이고, 도시의 건축물과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 등 그가 그리워하는 대상들이 엿보인다.

 

책은 매일같이 바쁘게 지내던 일상에 갑자기 폭풍우가 몰려오면서 시작된다. 작가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상황을 폭풍과 먹구름, 비로 상징화하고 있다. 예고도 없이 찾아온 검은 계절, 모든 것이 멈추고 텅 비어버린 거리, 두려움과 불안, 서로 거리를 두어야 하는 상황과 뒤이어 밀려오는 외로움 등은 코로나 발생 이후에 벌어진 우리들의 상황을 보여준다. 지치고 외롭지만 사람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대안을 만들어내고, 주인공 역시 위안과 희망을 찾아간다. 그러면서도 한편에는 언제고 또 비슷한 폭풍우가 올 수도 있으리라는 일말의 불안감도 엿보인다.



작가는 팬데믹 이후에 집안 생활에 익숙해진 집집마다의 풍경을 한 페이지에 모아서 보여준다. 마치 코로나 이후에 활용하게 된 줌(zoom) 화면을 보는 듯하다. 그밖에도 팬데믹 전후로 달라진 도시의 풍경들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현실은 여전히 지치고 불안한 상태지만 작가는 결국 자연에서 희망을 찾는다. 비바람이 그치고 다시 햇볕이 비춘 뒤, 주인공이 만나게 되는 것은 역시 그토록 그리워하던 가족과 이웃,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지금 우리들의 바람이 그렇듯이.

 

다양한 굵기의 펜을 이용해 그린 그림은 섬세하고 부드럽다. 한 편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수백, 수천 번 펜을 움직였을 작가의 노고가 엿보인다. 글의 내용은 큰 깊이감은 없지만,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모두가 느끼고 경험한 것이기에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다만 작가 서문이나 책에 대한 해설이 없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작가가 쓴 감사의 글은 책 말미에 실려있지만, 작가나 작가의 창작 의도에 대해 알 수 있는 글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은 거대한 뿌리를 품고 있는 나무 그림이다. 땅 위로는 아름드리나무가 꽃과 그늘을 제공하고, 땅속으로는 그보다 더 넓고 큰 뿌리가 나무를 받쳐주고 있다. 작가는 계절이 오고 가는 나무, 달과 별, 숲속의 동물들을 통해 위안을 얻는다. 그러는 사이 비바람은 잦아들고 다시 햇살이 비춘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비바람도 빨리 지나가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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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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