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표범
실뱅 테송 지음, 김주경 옮김 / 북레시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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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 보면 주인공 월터가 사진가 숀을 찾아가는 여정이 나온다. 숀은 눈표범을 찍기 위해 산속에 머무는데, 월터는 그런 숀을 찾기 위해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등으로 한참을 헤매게 된다. 월터는 갖은 고생 끝에 드디어 숀을 찾게 되고, 그의 곁에서 드디어 눈표범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그 결정적인 순간에 숀은 정작 사진을 찍지 않고 눈표범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한다. 의아해하는 월터에게 숀이 하는 말.

 

- 아름다운 것은 관심을 바라지 않아.

- 어떤 때는 안 찍어. 아름다운 순간이 오면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지. 그래 바로 저기 그리고 여기.

 

영화 속 숀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하는 이 책은 여행작가인 실뱅 테송이 눈표범을 찾는 사진가 친구의 여정에 동행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테송은 동물 사진작가인 뮈니에, 다큐멘터리 감독인 마리 그리고 철학자인 레오와 함께 해발 5천 미터 티벳 고지대와 창탕 고원 등에서 영하 30도의 추위를 견디며 눈표범을 찾아 나선다. 그 여정에서 그들은 늑대, 영양, 당나귀, 야크 등 자연 그대로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을 만나고, 그 과정을 각자의 방식으로 기록한다.

 

 

기본적인 책의 내용은 이렇게 단순한 문장으로 요약되지만,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전혀 단순하지가 않다. 큰 줄거리는 눈표범을 찾아가는 여정이지만, 그 과정에는 미술과 음악과 노자의 도덕경이 인용되기도 하고, 자연과 인간에 대한 심오한 생각과 철학이 곳곳에 드러난다. 작가는 동물들은 이미 눈앞에 나타난 적이 있는 신들이라고 하며, 친구들과 영하의 추위 속에서 꼼짝 않고 엎드려 매복하면서 동물들이 나타나는 순간을 기다리곤 한다. 그런 기다림을 작가는 매복은 겸손한 믿음이다’, ‘잠복 행위는 일종의 기도다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눈표범을 만나기 위한 이들의 여정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일종의 구도(求道) 혹은 순례자의 여정 같다. ‘눈표범이라는 일종의 목적지가 있음에도 목적 자체에 연연하기보다 그 목표를 만나기 위한 걸음 하나하나가 깨달음으로 가는 과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작가는 태곳적 자연을 찾아 떠난 자연주의자 뮈니에 등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과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곤 한다. 책은 읽기 쉽게 쓰였지만 생각하게 하는 구절들이 많아 천천히 곱씹으며 읽게 된다.

 

하나의 목표에 집중한다는 것은 대상은 달라도 본질은 같다. 끊임없이 인내하고, 실패하고, 다시 또 기다리면서 목표에 도달하는 것. 한 번에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한 번 좌절했다고 가야 할 길을 잃어버리지 않고 꾸준히 목표했던 대로 가던 길을 계속 가는 것. 총이나 활이 과녁을 향하듯 사진, 음악, 미술 같은 예술도 마찬가지다. 영화 속 숀이 그랬듯 아름다운 그 순간을 만나기를 절실하게 바라면서도, 정작 그 순간이 오면 모든 집착을 내려놓고 ‘Stay in it.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무르고 싶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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