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탐욕의 인문학 - 그림속으로 들어간
차홍규 엮음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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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부의 세계라는 드라마가 인기다. 불륜과 복수를 다룬 내용이라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도 받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심리 묘사가 더 눈에 띄는 드라마다. 그중 여주인공이 남편에게 외도 사실을 확인하는 장면이 있는데, 비록 드라마지만 이 장면은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그 장면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확인하고자 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신뢰였다.

 

연인도 마찬가지지만 부부의 세계란 사랑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처음엔 사랑으로 시작할지라도 그 사랑을 계속 이어가게 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랑은 정()이나 가족애 혹은 연민 등으로 바뀌기도 하지만 그 바탕에 서로에 대한 책임, 신뢰가 있다면 그 사랑은 계속 이어지게 마련이다. 모든 사랑에는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 신뢰와 존중이 없는 사랑은 점차 불신과 의심으로 이어지고 이는 질투와 집착, 치정과 복수 등 더 이상 사랑이 아닌 단계로 변질되고 만다.

 

이 책은 예술작품에 나타난 인간의 욕망과 탐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예술작품에 나타난 여인들과 그녀들에 얽힌 이야기를 명화와 조각, 영화 장면 등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다뤄진 명화들은 누군가는 사랑으로 시작했을지라도 실상은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광기와 애증, 질투와 복수, 근친과 치정 등 여러 가지 뒤틀린 형태의 감정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브의 원죄를 시작으로 하여 유럽의 명화들을 끌림, 광기, 유혹, 동경, 관음, 애증, 탐닉, 복수, 근친, 치정, 도발이라는 기준으로 분류하고, 명화 속 여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지만 아쉬웠던 점을 먼저 얘기하자면, 편집과 디자인에 대한 부분이다. 빽빽하게 채워진 머리말은 많은 도록을 실으려다 보니 지면 한계상 그렇다고 이해가 가지만, 매 챕터마다 나오는 일러스트 그림과 표지의 그림은 책의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목차와 챕터 페이지마다 나오는 진한 보라색도 눈을 어지럽게 했다. 화려한 색의 명화들을 계속 보는 만큼 나머지 부속 페이지에서는 조금 여백을 두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아쉬웠던 점 하나는 부셰의 누워있는 소녀’(p.483)처럼 작품 일부가 잘린 경우였다. ‘바닥에 꺾인 꽃 한 송이는 마리 루이즈를 상징하는 중요한 메타포인데 책에는 그림이 크롭되어 잘리는 바람에 꽃이 보이지 않는다. 그림과 내용이 맞지 않아 인터넷에서 원래 그림을 찾아보고서야 내용이 이해가 되었다.

    

이 책의 장점은 여러 화가의 그림이 풍부하게 실려있어서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다양한 시선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화가의 작품을 보여주면서도 조각작품이나 영화의 한 장면 등도 함께 실어서 책 내용을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었다.

예술 작품을 다룬 책의 경우 종이의 질도 중요시되는데, 종이 역시 명화를 보기에 좋은 용지여서 큰 왜곡이나 색 변화 없이 사실적으로 볼 수 있었다. 풍부한 도록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인간의 탐욕과 욕망이라는 기준으로 같은 명화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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