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엘러리 퀸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 / 북스피어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난 잘 모르지만 이 책을 탄생시킨 오토 펜즐러는 미스터리 소설의 편집자로 명성이 자자한 모양이다. 1979년에 맨해튼에 '미스터리 서점'이라고 불리는 작은 서점을 열었는데 여느 작은 서점들과 마찬가지로 대형서점들과 아마존 같은 거인들에 밀려 위기에 처한 서점을 살리고자 친한 작가들에게 '미스터리 요소를 포함하고, 시간적 배경은 크리스마스이며, 공간적 배경은 미스터리 서점'인 짧은 이야기를 써달라고 해서 크리스마스 당일 서점을 찾은 고객들에게 선물로 증정했다고 한다. 암튼 이 짧은 이야기들을 묶어서 출간한 책이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라는 작품이고 아마도 이분은 크리스마스와 미스터리의 조합을 너무나 사랑했던 나머지 다시 한번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는 미스터리를 모아서 출간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이 책 <화이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이다. 원래는 한권의 책인데 그 분량이 너무 방대하여 한국어판은 작년과 올해에 나누어 출간하기로 하였는데, 내가 좀 전에 읽기를 끝낸 이 책이 작년에 나온 것이고 올해 크리스마스에 나머지 한권이 나온다고 하니 올해의 크리스마스를 괜시리 기다리게 된다.

 

   서론이 길었는데, 제목 그대로 여러 작가들이 쓴 크리스마스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는 미스터리 작품 모음집인데, 매우 고전적인 추리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 요즘 세대가 보면 싱겁다고 할 지 모르겠으나 나름 추억돋는 그런 이야기들 많아 전혀 지루하지 않다. 게다가 평소에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훌륭한 작품도 많아서 의외의 발견이기도 하다. 어떤 작품은 웃음을 자아내고 어떤 작품은 찡한 감동을 주기도 하고 또 어떤 작품은 기발한 착상(셜록 홈즈를 패러디한 헐록 숌즈가 나온다)이 돋보이기도 한다.

 

   미스터리는 더운 여름에 읽어야 오싹하는 맛이 있어 제격이라고 하는데, 배경이 눈이 펑펑 오고 얼음이 꽁꽁 어는 하지만 마음은 따뜻해지는 크리스마스까지 덤으로 주어지니 이야기가 훨씬 살아나는 듯 하다. 실제 크리스마스에 벽난로 앞에 둘러앉아 미스터리물을 읽는 전통을 지닌 가족이 있다고 하니, 크리스마스와 미스터리는 예전부터 찰떡 궁합이었던 모양이다. 자극적이거나 엄청난 두뇌 회전이 필요하다거나하는 스릴은 없지만 옆에 두고 한편 한편씩 골라 읽는 재미가 있는 그런 작품들이니 좀 이른감은 있지만 올해의 크리스마스를 위해 미리 준비해 두는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녀들의 섬
리사 시 지음, 이미선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제주의 해녀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시대적 배경은 2008년 85세가 된 해녀 영숙의 회상으로 1938년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해서 45년 해방을 거쳐 제주 4.3 사건과 6.25 전쟁, 그리고 이후 6,70년대를 관통하여 제주의 근,현대사를 더듬는다. 그런데 가만보니 작가가 외국인이다. 작년 언젠가 읽었던 <하얀 국화>라는 작품이 떠오른다. <하얀 국화> 역시 외국인 작가의 작품이었는데 <하얀 국화>가 자매의 삶을 통해 아직 청산되지 않은 과거로 남아있는 위안부에 대한 이야기라면 <해녀들의 섬>은 그 시대를 살지 않았던 사람이나 육지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해녀들의 삶과 또 하나의 비극인 제주 4.3 사건에 얽힌 분노와 용서, 그리고 이해에 관한 이야기이다

 

   겉으로는 영숙과 미자가 중심이 되어 우정과 증오 그리고 용서와 화해에 촛점을 맞춘 다소 개인적인 인연을 그린 듯 하지만, 실은 그 두 사람과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빌어 지금은 과거로만 남아있는 당시 모계 중심이던 제주 해녀들의 역할과 위상을 기억하고 해녀 공동체를 존재하게 만들었던 오랜 전통과 토속신앙에 대한 존경을 되살리며, 같은 민족에게 자행했던 극도로 잔인했던 역사의 생채기를 고발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그냥 살아있으려고 애쓰는 것조차 힘들었던 그들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위로와 애도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시절에 대한 배상은 과연 누구의 몫인가.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이 용서하는 것이다 p510

 

   오랜 세월동안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던 일들이 한순간에 이해되고 용서될 리는 없다. 영숙이 오랫동안 담고 있던 분노와 상처는 여러 세대를 거치고 많은 사람들을 통해서야 비로소 용서와 화해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된다. 거의 한세기동안 비극을 숙명처럼 안고가는 영숙의 삶을 통해 최근까지도 지배 세력에 의해 감추어졌던 진실을 우리는 똑바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한 비극이 이해되지 않고 해결되지 않은 채 망각속으로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남은 자들의 의무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았으면 하는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이 있는 홍차 구매가이드 - 꼭 마셔봐야 할 명품 브랜드 홍차 80가지 실용의 재발견 (글항아리) 4
문기영 지음 / 글항아리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커피만큼 자주 마시지는 않지만 홍차도 꽤나 오래전부터 좋아해서 각 나라의 나름 유명하다는 브랜드의 홍차는 많이 마셔본 편이다. 하지만 커피이건 홍차이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접근할 기회는 별로 없어서 그저 내 입맛에 맞는 브랜드나 제품을 찾는 편인데 뭐든지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맛있다라는 건 불변의 진리인지라 하나를 사더라도 알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책이다.

 

   홍차의 종류가 이렇게 많을 줄이야! 저자는 이 바닥(?)에서 유명한 브랜드의 대표적 홍차 80가지를 선별해서 홍차의 맛과 향에 대한 평가를 기록하였다. 물론 테이스팅이라는게 다분히 주관적이긴 하지만 와인의 테이스팅에 원칙이 있는 것처럼 티 테이스팅에도 원칙이 있다고 한다. 우선은 티의 외형, 즉 건조된 티의 모양이나 크기, 색 등을 통해 티가 언제 어떤 식으로 재배되고 가공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한 다음, 티를 우려냈을 때의 수색과 향, 맛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마지막으로는 엽저, 즉 차를 우리고 난 뒤의 찻잎을 통해 찻잎의 종류나 상태, 산화 정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실제 우려낸 차와 엽저를 촬영한 사진들과 저자가 직접 방문한 다원들을 촬영한 사진들이 제법 포함되어 있어 글만 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차와 관련된 다양한 용어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각 종류별로 대표 브랜드들의 차가 소개되어 있어 자신이 마셔 본 브랜드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고 다음에 차를 구입할 때 좋은 참고자료가 되기도 한다. 중간중간 삽입된 쉬어가기 코너에서는 차에 관한 토막 역사나 상식 등이 담겨있어 단순한 실용서 이상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차에 관한 다양한 용어들을 알게 되어 앞으로 차를 구입할 때 내가 좋아하는 차의 스타일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말이 있다. 무엇이든 만지면 황금으로 변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던 탐욕스런 왕 마이더스의 손을 말하는 것인데, 처음에는 무엇이든 손만 대면 황금으로 변하니 신이 났을게다. 하지만 결국 음식을 만져도 금이 되고 무엇이든 몸에 닿기만 하면 금이 되어버리니 굶어죽을 수 밖에. 지구상에 존재하거나 존재했던 모든 동,식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공생하거나 스스로를 보호하면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도록 운명지어졌을 것이다. 즉 인간이 굳이 손을 대지 않아도 자연은 그 위대한 힘으로 탄생과 멸종의 순환을 반복하면서 살게끔 되었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인간이 손을 대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마치 황금처럼 인간에게 귀중한 존재로 여겨지나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의 탐욕이 더해지다 보면 결국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존재가 되고 마는 자연 속 존재들이 있는데 이 책은 역사 속에서 탐욕스런 인간으로 인해 흑역사를 지니게 된 그러한 식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물론 감자나 토마토 등 다행히 인간의 소유욕을 자극하지 않았던 식물들도 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식물들은, 무자비한 식민지 지배와 관련된 후추, 잔인한 노예무역을 촉발한 사탕수수나 목화, 한 나라의 국민들을 아편쟁이로 만들어 놓은 차, 거품경제로 온 국민을 길거리로 나앉게 만든 튤립 등, 황금을 탐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으로 인해 억울한 오명을 뒤집어 쓸 수 밖에 없었던 식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는 양파에 관한 이야기가 처음 듣는 지라 흥미로웠다. 양파의 역사가 인류 역사와 맞먹을 정도로 오래되었다고 한다. 실제 이집트에서 피라미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보양식으로 양파를 제공했다고 하는데 피라미드 부조에서 허리에 양파를 매달고 일하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하니 양파의 생명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대부분이 많이 알려진 이야기들인데다 깊이 있게 다루는 방식이 아니다보니 가벼운 교양서적 정도로 생각하면 괜찮을 듯 하다. 저자가 식물학자이다보니 역사적 사실뿐만 아니라 개별 식물에 관한 소소한 깨알 정보들도 담겨있어 교양 과학서로 읽어보아도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 동물에게서 인간 사회를 읽다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라는 번지르르한 자기도취적인 주장 아래 비상식적이고 비인간적인 일들이 얼마나 일어났는지 기억한다면 여전히 인간이 자연을 포함, 만물을 향해 나는 너희들의 영장이다라면서 군림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특히 자신의 지적 능력을 특별히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호모 사피엔스는 동물이 하는 행동이나 보여주는 감정은 본능에 불과하다라고 치부하고 인간의 내부에 존재하는 동물성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의 그러한 근거없는 자아도취를 동물들, 특히 우리 종과 가장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영장류의 예를 들어 조목조목 반격한다. 동물 역시 감정을 가지고 있고 과거의 경험을 인지하고 그를 통해 현재의 행동을 결정하며 공감, 감사, 용서, 애도 등 사회적 유대를 증명하는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함으로써 인간만이 사회적 동물이 아님을 증명한다.

 

   그러한 증명은 오랜 관찰과 실험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개인적으로는 관찰과 실험의 에피소드들이 특별히 흥미로웠다. 얀과 마마가 나눈 마지막 포옹이랄지, 카위프의 젖병 수유 학습,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반응하는 방식, 동료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애도하는 모습, 동료들끼리의 싸움을 중재하는 행위, 서로의 상태에 공감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방식 등에 관한 증명들은 이 모든 것이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포유류가 공유하는 것임을 알려준다.

 

   영장류와 인간이 공유하는 이러한 생물학적 본질의 유사성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길을 보여준다. 동물을 감정적 존재로 인정하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감정은 행동을 촉발하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두려움은 위험으로부터 달아나거나 숨는 행위를 유도하고 이는 자신의 목숨을 보존하는데 유리하다. 동물과 인간이 '같은 방식으로 감정을 경험'할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고루한 오만감을 떨쳐버리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