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들의 섬
리사 시 지음, 이미선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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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제주의 해녀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시대적 배경은 2008년 85세가 된 해녀 영숙의 회상으로 1938년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해서 45년 해방을 거쳐 제주 4.3 사건과 6.25 전쟁, 그리고 이후 6,70년대를 관통하여 제주의 근,현대사를 더듬는다. 그런데 가만보니 작가가 외국인이다. 작년 언젠가 읽었던 <하얀 국화>라는 작품이 떠오른다. <하얀 국화> 역시 외국인 작가의 작품이었는데 <하얀 국화>가 자매의 삶을 통해 아직 청산되지 않은 과거로 남아있는 위안부에 대한 이야기라면 <해녀들의 섬>은 그 시대를 살지 않았던 사람이나 육지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해녀들의 삶과 또 하나의 비극인 제주 4.3 사건에 얽힌 분노와 용서, 그리고 이해에 관한 이야기이다

 

   겉으로는 영숙과 미자가 중심이 되어 우정과 증오 그리고 용서와 화해에 촛점을 맞춘 다소 개인적인 인연을 그린 듯 하지만, 실은 그 두 사람과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빌어 지금은 과거로만 남아있는 당시 모계 중심이던 제주 해녀들의 역할과 위상을 기억하고 해녀 공동체를 존재하게 만들었던 오랜 전통과 토속신앙에 대한 존경을 되살리며, 같은 민족에게 자행했던 극도로 잔인했던 역사의 생채기를 고발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그냥 살아있으려고 애쓰는 것조차 힘들었던 그들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위로와 애도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시절에 대한 배상은 과연 누구의 몫인가.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이 용서하는 것이다 p510

 

   오랜 세월동안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던 일들이 한순간에 이해되고 용서될 리는 없다. 영숙이 오랫동안 담고 있던 분노와 상처는 여러 세대를 거치고 많은 사람들을 통해서야 비로소 용서와 화해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된다. 거의 한세기동안 비극을 숙명처럼 안고가는 영숙의 삶을 통해 최근까지도 지배 세력에 의해 감추어졌던 진실을 우리는 똑바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한 비극이 이해되지 않고 해결되지 않은 채 망각속으로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남은 자들의 의무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았으면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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