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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말이 있다. 무엇이든 만지면 황금으로 변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던 탐욕스런 왕 마이더스의 손을 말하는 것인데, 처음에는 무엇이든 손만 대면 황금으로 변하니 신이 났을게다. 하지만 결국 음식을 만져도 금이 되고 무엇이든 몸에 닿기만 하면 금이 되어버리니 굶어죽을 수 밖에. 지구상에 존재하거나 존재했던 모든 동,식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공생하거나 스스로를 보호하면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도록 운명지어졌을 것이다. 즉 인간이 굳이 손을 대지 않아도 자연은 그 위대한 힘으로 탄생과 멸종의 순환을 반복하면서 살게끔 되었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인간이 손을 대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마치 황금처럼 인간에게 귀중한 존재로 여겨지나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의 탐욕이 더해지다 보면 결국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존재가 되고 마는 자연 속 존재들이 있는데 이 책은 역사 속에서 탐욕스런 인간으로 인해 흑역사를 지니게 된 그러한 식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물론 감자나 토마토 등 다행히 인간의 소유욕을 자극하지 않았던 식물들도 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식물들은, 무자비한 식민지 지배와 관련된 후추, 잔인한 노예무역을 촉발한 사탕수수나 목화, 한 나라의 국민들을 아편쟁이로 만들어 놓은 차, 거품경제로 온 국민을 길거리로 나앉게 만든 튤립 등, 황금을 탐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으로 인해 억울한 오명을 뒤집어 쓸 수 밖에 없었던 식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는 양파에 관한 이야기가 처음 듣는 지라 흥미로웠다. 양파의 역사가 인류 역사와 맞먹을 정도로 오래되었다고 한다. 실제 이집트에서 피라미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보양식으로 양파를 제공했다고 하는데 피라미드 부조에서 허리에 양파를 매달고 일하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하니 양파의 생명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대부분이 많이 알려진 이야기들인데다 깊이 있게 다루는 방식이 아니다보니 가벼운 교양서적 정도로 생각하면 괜찮을 듯 하다. 저자가 식물학자이다보니 역사적 사실뿐만 아니라 개별 식물에 관한 소소한 깨알 정보들도 담겨있어 교양 과학서로 읽어보아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