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법 사전 - English Grammar Dictionary
김정호 지음 / 바른영어사(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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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뜬금없다, 영문법 사전이라니. 학교를 졸업한 후 문법이라는 것과는 영영 이별인 줄 알았다. 회사에서 보던 토익이야 어찌어찌 시험 요령만 잘 익히면 점수는 그럭저럭 나왔고 다들 말하는 것처럼 문법을 생각하다보면 말은 입도 벙긋 못한다는 소위 '영문법 무용론'을 나 역시 신봉했다. 사실 말하기와 듣기의 중요성은 명백하다. 머리속에서 문법에 맞는 문장을 만들어서 말하려고 하면 절대 말못한다. 그렇지만 그건 연습이 필요한 것이지 문법을 무시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매일매일 영어로만 이야기하고 메일을 주고받고 회의를 해야하는 외국계 회사에 다니다보니 영어를 못하지는 않지만 원어민이 아닌 사람으로서 한계에 부딪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공부를 안하니 매번 쓰는 표현만 쓰게 되는데 말하기는 몰라도 메일의 경우 문법이 틀리면 없어 보인다. 특히 공식적인 문서라면 더더욱 문법에 신경써야 한다. 그래서 공부 좀 해보려고 골랐다! 이름도 너무나 정직한 <영문법 사전>!


   우리나라 말과 달라도 너무 다른 영어의 문법은 쉽지는 않다. 그런데 학교 다닐 때는 이런 걸 무조건 외워서 하려니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이해'에 초점을 둔다. 그래서 자세한 해설이 상당량의 분량을 차지한다. 게다가 색인이 어마어마하다. 책의 32페이지부터 106페이지까지가 색인이다. 7000여 개가 넘는 자세한 색인은 궁금한 문법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어있는데 특히 같은 부분을 다양한 키워드로 찾을 수 있게 해놓아서 진짜 편리하게 구성되어 있다.


   본문의 경우 예제 부분이 독특하다. 보통은 영어 문장이 있고 그 아래 한글 해석이 덧붙여 있는데 이 책은 한글 문장이 먼저 있고 영어 문장이 그 다음에 있어서 뭐랄까 무의식 중에 먼저 영작을 해볼 수 있게끔 유도한다. 색다른 시도이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은 도표로 정리되어 있어 그 부분만 찾아보고자 할 때 쉽게 눈에 들어오도록 되어 있다. 기출문제도 넉넉해서 다양하게 응용된 문장들을 접해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 매번 이렇게 잘 정리된 교재를 보면 드는 생각이지만 내가 학교에 다닐 때 이런 책이 있었더라면 하고 생각해본다(나는 성문을 정말 싫어했음).


   이 책은 흔한 문법 책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문장과 좋은 글을 쓸 것인지를 강조한다. 어떤 언어를 막론하고 명연설, 명문장으로 불리우는 것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아마 문장이 갖는 구조와 표현에서 나올 것이다. 뭐든 잘하기 위해서는 모방이 필요하고 저자는 '창의적인 모방'을 위해서는 문장의 구조를 익히고 체계화된 영문법에 대한 이해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공부할 일만 남았다. 나는 몰랐는데 저자가 유투브에서 엄청 유명한 강사인가 보더라. 웬만한 강의들이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되어있으니 부가적으로 요런 걸 잘 이용해보면 좋을 듯 하다. 좀 더 올바르고 잘 만들어진 표현을 쓰게 되길 바라면서 학생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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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러캔스의 비밀 - 살아 있는 화석 물고기
장순근 지음 / 지성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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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물학을 다루는 책을 읽다보면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표현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멸종되었다고 생각하였으나 모양이 거의 변하지 않고 산 채로 발견된 고생물'(p4)을 뜻한다. 수천만년동안의 시간을 지나면서 많은 생물들은 진화를 거듭해왔고 멸종된 생물들도 많지만 특이하게도 진화로 인한 외적인 형태의 변화가 거의 없는 생물들도 존재한다. 보통은 은행나무나 버드나무 같은 나무들이나 곤충들이 '살아있는 화석'인 경우가 많지만 드물게 바다에 사는 생물들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인간이 닿을 수 없는 아주 깊은 심해라면 아직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생물들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은 그 중 하나인 '실러캔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장 마지막으로 발견된 실러캔스의 흔적은 북아메리카의 7000만년 된 지층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는 더 젊은 지층에서는 발견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여겨졌던 생물인데 언제 어떻게 누구에 의해 발견되어 '살아있는 화석' 리스트에 추가될 수 있었는지를 아주 친절하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아이들이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이니 초등 고학년 이상의 모든 독자층에게 적합하다고 할 수 있겠다.


   위대한 발견은 우연이지만 그 우연을 그냥 넘기지 않는 태도에서 시작되는 듯 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헨드릭 구센은 시장에 팔 물고기를 잡는 배의 선장이었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이스트런던 자연사박물관에 필요한 표본을 위해 물고기를 잡곤 했다. 1938년 12월22일에도 물고기들을 잡았으니 가져가라는 연락을 박물관의 표본 관리사인 마저리 코트니-래티머에게 했는데 마침 코트니-래티머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연말이기도 하고 곧 열릴 전시회 준비로 바쁘기도 해서 가고 싶지 않았지만 선장의 수고를 모른체 하기 어려워 부두로 갔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멸종되었다고 믿었던 '실러캔스'가 발견된 것이다.


   사실 표본 관리사가 그 물고기를 보는 즉시 '실러캔스'라고 알았던 건 아니고 어딘지 독특한 생김새의 처음 본 물고기가 심상치 않은 생물이라는 정도로만 짐작했지만 해당 물고기의 표본을 남기기 위해 그녀가 한 노력으로 미루어볼 때 실러캔스의 진정한 발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로가 그 물고기에 대한 논문을 쓴 교수에게 가는 걸 보니 당시에도 오늘날과 별반 다르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후에 발견된 여러마리의 실러캔스를 두고 소유권 주장을 하는 모습이나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모습은 이 살아있는 화석의 위대한 발견에 오점을 남기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발견 과정도 흥미로웠지만 실러캔스의 생태는 더욱 놀라웠다. 실러캔스는 난태생을 하는 생물인데 뱃속의 알은 3년이 지나야 새끼가 되고 새끼 실러캔스는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어미의 몸 속에서 자란다고 한다. 실제 관찰된 적이 없어 언제 어미의 몸 밖으로 나오는지 알 수 없지만 수정된 지 5년이 된 새끼가 어미 몸 속에서 발견된 적이 있어 최소 5년은 어미 몸 속에서 산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암컷은 50년이 넘어야 새끼를 가질 수 있다 하니 정말 번식이 어려운 생물 중 하나인데 지금까지 멸종되지 않고 살아있다는 점이 신기하다. 아마도 현세 인류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니 그들도 조만간 멸종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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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크기의 프랑스 역사 - 혁명과 전쟁, 그리고 미식 이야기
스테판 에노.제니 미첼 지음, 임지연 옮김 / 북스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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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은 중요하다. 왜? 먹지 않고 살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단지 그 이유뿐이라면 음식은 그저 살아있는 존재의 생명을 유지시켜주는(물론 가장 중요한 기능이긴 하지만) 단순한 수단 이상의 존재감을 뽐내지 못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음식은 그 어떤 것보다도 확실한 정치적 도구이자 사회 통제의 수단이었다. 음식으로 사람을 평가하기도 하고(지금도 어떤 음식을 먹는 국민이라며 미개하다, 야만하다는 이런 표현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사회계층을 나누는 계급장의 역할을 하기도 했으며 인간의 모든 역사 속 발자취마다 음식이나 식재료가 관련있지 않는 경우가 드물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한 나라를 대표하거나 상징하는 음식의 기원을 두고 우리가 먼저네라며 싸우는 모습은 역사 속에서 수차례 반복되는 에피소드이다.


   이 책은 바로 인간의 역사에 얽힌 음식 이야기이다. 제목도 센스있다. '한 입 크기의 프랑스 역사' 원제로 하면 'A Bite-Sized History of France'. 프랑스의 역사 중 먹는 것과 관련있는 내용을 다룬다는 걸 의미하는 동시에 한 장 한 장의 내용이 짤막하다는 의미로 '한 입'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저자의 이력도 특이하다. 부부 공저인데 남편은 '치즈 전문가'이고 아내는 '전쟁학' 전문가란다. 각종 전쟁과 내란 혁명으로 얼룩진 프랑스와 미식의 나라라는 프랑스를 조합한 이 책의 내용이 당연할 수 밖에.


   책이 진짜 재미있다. 내가 세계사를 다룬 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여기에 먹는 이야기가 끼어드니 환상의 궁합이다. 글의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음식만큼 정치적인 것도 드물다. 그러다보니 책에 언급된 역사의 대부분은 정치나 전쟁과 관련성이 많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음식이라는 존재가 치고 들어오는 순간 음식의 역사가 된다. 저자는 한 장에 한가지의 음식이나 식재료등을 다루고 있는데 그것의 기원에 얽힌 전설과 진실을 비교하는 것부터 시작해 역사의 한 페이지가 어떻게 프랑스 미식의 한 페이지와 연결되는지 이야기한다. 이 책은 재미없을 수가 없는 책이다. 물론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좀 다를 수는 있으나 음식에 방점을 찍고 읽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음식의 기원을 두고 싸우는 짓이 얼마나 무의미한 지 알게 된다. 특히 유럽처럼 셀 수도 없을만큼 많은 전쟁으로 영토가 뒤섞이고 사람도 뒤섞인 경우에는 더더욱 말이다.


   이 책은 책상이 아닌 식탁에 두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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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가기 전에 - 미리 보는 미술사, 르네상스에서 아르누보까지
아당 비로.카린 두플리츠키 지음, 최정수 옮김 / 미술문화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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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문화'에서 새로 기획한 시리즈인가보다. 미술이 가장 발전했고 전 세계의 미술관에서 가장 사랑을 받는 그림들의 시대인 르네상스부터 아르누보시대까지의 서양미술이 이번 기획 시리즈의 첫번째이고 다른 시대와 다른 대륙의 예술은 다음 시리즈에서 다룰 예정이라 하니 요 시리즈만 다 모으면 전 시대와 전 세계의 미술을 아우르는 셈이 될려나?


   제목을 보아하니 미술관에 가기 전에 이 책에서 유용한 팁을 얻어가라는 의미인 듯 하다. 그래서인지 책의 구성이 아주 친절하다. 일단 시대순, 미술가별로 정리되어 있고 작가의 대표작이 한 두점 정도 실려있는데 작가와 작품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실려있기도 한데 가장 특이한 부분은 페이지 아래 해당 미술가의 생애 동안 일어난 주요 역사적 사건들이 타이틀로 소개되어 있다. 이렇게 시대적 배경과 미술가의 생애를 연결지어 놓으니 그 둘의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시대적 분위기를 통해 미술가와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듯하다.


   치마부에를 시작으로 카미유 클로델까지 총 150명의 화가들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요약 중심이라 이미 미술사를 많이 접해 본 독자라면 다소 심심할 수 있다. 하지만 초보자들이나 아이들과 관람하는 부모라면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할 때 이런 방법이나 순서로 따라가다보면 훨씬 재미있고 체계적으로 관람할 수 있을 듯 하니 유용한 감상 팁이라 할 수 있겠다.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제목이 '미술관에 가기 전에'인데 미술관 별로 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 보니 특정 미술관을 관람하고자 할 때 한 권만 들고가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그럼에도 시대순으로 화가들과 작품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미술사에 입문하는 기본 도서로는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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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크 머리를 한 여자
스티븐 그레이엄 존스 지음, 이지민 옮김 / 혜움이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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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호러나 공포는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날이 더워지는 계절이면 가끔 생각나는 장르이다. '오싹하다'는 표현이 진짜 잘 들어맞는 장르라서 제대로 쓰여진 작품이라면 서늘하고 싸한 느낌을 주기 때문. <엘크 머리를 한 여자>의 원제는 '좋은 인디언은 오직'이다. 이것만 놓고 보자면 이게 뭔 소리인가 싶은데 책에 그 의미가 나온다. 'The only good Indian is a dead Indian'이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백인들이 인디언들을어떻게 생각했는지 명백하게 드러나는 문구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인디언들은 블랙피트족인데 작가 역시 블랙피트족이라고 하니 백인들이 인디언들을 인디언 자치 구역에 가두어놓고 자행했던 그 모든 불공평한 일들은 아마도 작가의 경험에서 나온 부분일 듯 하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백인들이 인디언들을 착취하고 학대하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암묵적으로 그러한 시대가 배경이 되기는 하지만 주요 이야기는 금지구역에서 엘크떼를 사냥했던 젋은 혈기의 4명의 인디언들이 10년 뒤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댓가를 치룬다는 것인데, 그 복수의 펀치를 날리는 이가 바로 당시 새끼를 밴 채 죽었던 '엘크'라는 점에서 이 소설은 공포, 호러가 된다.


   그런데 내가 공포나 호러의 수위에 아주 민감하다는 사실을 놓고 보더라도 이 소설은 심심한 편이다. 잘못을 저지른 4명의 인디언들이 자신들이 그 때 저지른 일의 벌을 받는 것임을 깨달으면서 느끼는 공포감과 서서히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심리적 압박감이 아마도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 부분이 일반적 심리현상이 아닌 인디언 특유의 문화적 현상과 결합되어 있어 온전히 공감하기가 좀 힘들었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백년동안의 고독'을 생각나게 했다. 가문이 숙명처럼 안고 가던 백년동안의 고독을 끊어내는 이가 백년동안 탄생했던 수많은 대단한 부엔디아 일족이 아닌 돼지꼬리 달린 아울렐리아노였던 것처럼 부족을 엘크의 복수로부터 구해 낸 이는 작은 여자아이 데노라라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은 듯 하다. 하지만 엘크의 복수가 진짜 나쁜 것인가. 아니면 그 복수의 대가가 너무 과한가. 4명의 인디언들의 죄값을 왜 다른 이들도 져야 하는가. 그게 삶이 움직이는 방식인가...라는 많은 질문들을 남겨놓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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