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크 머리를 한 여자
스티븐 그레이엄 존스 지음, 이지민 옮김 / 혜움이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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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호러나 공포는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날이 더워지는 계절이면 가끔 생각나는 장르이다. '오싹하다'는 표현이 진짜 잘 들어맞는 장르라서 제대로 쓰여진 작품이라면 서늘하고 싸한 느낌을 주기 때문. <엘크 머리를 한 여자>의 원제는 '좋은 인디언은 오직'이다. 이것만 놓고 보자면 이게 뭔 소리인가 싶은데 책에 그 의미가 나온다. 'The only good Indian is a dead Indian'이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백인들이 인디언들을어떻게 생각했는지 명백하게 드러나는 문구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인디언들은 블랙피트족인데 작가 역시 블랙피트족이라고 하니 백인들이 인디언들을 인디언 자치 구역에 가두어놓고 자행했던 그 모든 불공평한 일들은 아마도 작가의 경험에서 나온 부분일 듯 하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백인들이 인디언들을 착취하고 학대하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암묵적으로 그러한 시대가 배경이 되기는 하지만 주요 이야기는 금지구역에서 엘크떼를 사냥했던 젋은 혈기의 4명의 인디언들이 10년 뒤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댓가를 치룬다는 것인데, 그 복수의 펀치를 날리는 이가 바로 당시 새끼를 밴 채 죽었던 '엘크'라는 점에서 이 소설은 공포, 호러가 된다.


   그런데 내가 공포나 호러의 수위에 아주 민감하다는 사실을 놓고 보더라도 이 소설은 심심한 편이다. 잘못을 저지른 4명의 인디언들이 자신들이 그 때 저지른 일의 벌을 받는 것임을 깨달으면서 느끼는 공포감과 서서히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심리적 압박감이 아마도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 부분이 일반적 심리현상이 아닌 인디언 특유의 문화적 현상과 결합되어 있어 온전히 공감하기가 좀 힘들었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백년동안의 고독'을 생각나게 했다. 가문이 숙명처럼 안고 가던 백년동안의 고독을 끊어내는 이가 백년동안 탄생했던 수많은 대단한 부엔디아 일족이 아닌 돼지꼬리 달린 아울렐리아노였던 것처럼 부족을 엘크의 복수로부터 구해 낸 이는 작은 여자아이 데노라라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은 듯 하다. 하지만 엘크의 복수가 진짜 나쁜 것인가. 아니면 그 복수의 대가가 너무 과한가. 4명의 인디언들의 죄값을 왜 다른 이들도 져야 하는가. 그게 삶이 움직이는 방식인가...라는 많은 질문들을 남겨놓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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