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러캔스의 비밀 - 살아 있는 화석 물고기
장순근 지음 / 지성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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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물학을 다루는 책을 읽다보면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표현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멸종되었다고 생각하였으나 모양이 거의 변하지 않고 산 채로 발견된 고생물'(p4)을 뜻한다. 수천만년동안의 시간을 지나면서 많은 생물들은 진화를 거듭해왔고 멸종된 생물들도 많지만 특이하게도 진화로 인한 외적인 형태의 변화가 거의 없는 생물들도 존재한다. 보통은 은행나무나 버드나무 같은 나무들이나 곤충들이 '살아있는 화석'인 경우가 많지만 드물게 바다에 사는 생물들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인간이 닿을 수 없는 아주 깊은 심해라면 아직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생물들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은 그 중 하나인 '실러캔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장 마지막으로 발견된 실러캔스의 흔적은 북아메리카의 7000만년 된 지층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는 더 젊은 지층에서는 발견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여겨졌던 생물인데 언제 어떻게 누구에 의해 발견되어 '살아있는 화석' 리스트에 추가될 수 있었는지를 아주 친절하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아이들이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이니 초등 고학년 이상의 모든 독자층에게 적합하다고 할 수 있겠다.


   위대한 발견은 우연이지만 그 우연을 그냥 넘기지 않는 태도에서 시작되는 듯 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헨드릭 구센은 시장에 팔 물고기를 잡는 배의 선장이었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이스트런던 자연사박물관에 필요한 표본을 위해 물고기를 잡곤 했다. 1938년 12월22일에도 물고기들을 잡았으니 가져가라는 연락을 박물관의 표본 관리사인 마저리 코트니-래티머에게 했는데 마침 코트니-래티머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연말이기도 하고 곧 열릴 전시회 준비로 바쁘기도 해서 가고 싶지 않았지만 선장의 수고를 모른체 하기 어려워 부두로 갔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멸종되었다고 믿었던 '실러캔스'가 발견된 것이다.


   사실 표본 관리사가 그 물고기를 보는 즉시 '실러캔스'라고 알았던 건 아니고 어딘지 독특한 생김새의 처음 본 물고기가 심상치 않은 생물이라는 정도로만 짐작했지만 해당 물고기의 표본을 남기기 위해 그녀가 한 노력으로 미루어볼 때 실러캔스의 진정한 발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로가 그 물고기에 대한 논문을 쓴 교수에게 가는 걸 보니 당시에도 오늘날과 별반 다르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후에 발견된 여러마리의 실러캔스를 두고 소유권 주장을 하는 모습이나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모습은 이 살아있는 화석의 위대한 발견에 오점을 남기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발견 과정도 흥미로웠지만 실러캔스의 생태는 더욱 놀라웠다. 실러캔스는 난태생을 하는 생물인데 뱃속의 알은 3년이 지나야 새끼가 되고 새끼 실러캔스는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어미의 몸 속에서 자란다고 한다. 실제 관찰된 적이 없어 언제 어미의 몸 밖으로 나오는지 알 수 없지만 수정된 지 5년이 된 새끼가 어미 몸 속에서 발견된 적이 있어 최소 5년은 어미 몸 속에서 산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암컷은 50년이 넘어야 새끼를 가질 수 있다 하니 정말 번식이 어려운 생물 중 하나인데 지금까지 멸종되지 않고 살아있다는 점이 신기하다. 아마도 현세 인류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니 그들도 조만간 멸종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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