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있는 홍차 구매가이드 - 꼭 마셔봐야 할 명품 브랜드 홍차 80가지 실용의 재발견 (글항아리) 4
문기영 지음 / 글항아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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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만큼 자주 마시지는 않지만 홍차도 꽤나 오래전부터 좋아해서 각 나라의 나름 유명하다는 브랜드의 홍차는 많이 마셔본 편이다. 하지만 커피이건 홍차이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접근할 기회는 별로 없어서 그저 내 입맛에 맞는 브랜드나 제품을 찾는 편인데 뭐든지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맛있다라는 건 불변의 진리인지라 하나를 사더라도 알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책이다.

 

   홍차의 종류가 이렇게 많을 줄이야! 저자는 이 바닥(?)에서 유명한 브랜드의 대표적 홍차 80가지를 선별해서 홍차의 맛과 향에 대한 평가를 기록하였다. 물론 테이스팅이라는게 다분히 주관적이긴 하지만 와인의 테이스팅에 원칙이 있는 것처럼 티 테이스팅에도 원칙이 있다고 한다. 우선은 티의 외형, 즉 건조된 티의 모양이나 크기, 색 등을 통해 티가 언제 어떤 식으로 재배되고 가공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한 다음, 티를 우려냈을 때의 수색과 향, 맛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마지막으로는 엽저, 즉 차를 우리고 난 뒤의 찻잎을 통해 찻잎의 종류나 상태, 산화 정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실제 우려낸 차와 엽저를 촬영한 사진들과 저자가 직접 방문한 다원들을 촬영한 사진들이 제법 포함되어 있어 글만 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차와 관련된 다양한 용어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각 종류별로 대표 브랜드들의 차가 소개되어 있어 자신이 마셔 본 브랜드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고 다음에 차를 구입할 때 좋은 참고자료가 되기도 한다. 중간중간 삽입된 쉬어가기 코너에서는 차에 관한 토막 역사나 상식 등이 담겨있어 단순한 실용서 이상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차에 관한 다양한 용어들을 알게 되어 앞으로 차를 구입할 때 내가 좋아하는 차의 스타일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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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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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말이 있다. 무엇이든 만지면 황금으로 변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던 탐욕스런 왕 마이더스의 손을 말하는 것인데, 처음에는 무엇이든 손만 대면 황금으로 변하니 신이 났을게다. 하지만 결국 음식을 만져도 금이 되고 무엇이든 몸에 닿기만 하면 금이 되어버리니 굶어죽을 수 밖에. 지구상에 존재하거나 존재했던 모든 동,식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공생하거나 스스로를 보호하면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도록 운명지어졌을 것이다. 즉 인간이 굳이 손을 대지 않아도 자연은 그 위대한 힘으로 탄생과 멸종의 순환을 반복하면서 살게끔 되었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인간이 손을 대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마치 황금처럼 인간에게 귀중한 존재로 여겨지나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의 탐욕이 더해지다 보면 결국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존재가 되고 마는 자연 속 존재들이 있는데 이 책은 역사 속에서 탐욕스런 인간으로 인해 흑역사를 지니게 된 그러한 식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물론 감자나 토마토 등 다행히 인간의 소유욕을 자극하지 않았던 식물들도 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식물들은, 무자비한 식민지 지배와 관련된 후추, 잔인한 노예무역을 촉발한 사탕수수나 목화, 한 나라의 국민들을 아편쟁이로 만들어 놓은 차, 거품경제로 온 국민을 길거리로 나앉게 만든 튤립 등, 황금을 탐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으로 인해 억울한 오명을 뒤집어 쓸 수 밖에 없었던 식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는 양파에 관한 이야기가 처음 듣는 지라 흥미로웠다. 양파의 역사가 인류 역사와 맞먹을 정도로 오래되었다고 한다. 실제 이집트에서 피라미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보양식으로 양파를 제공했다고 하는데 피라미드 부조에서 허리에 양파를 매달고 일하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하니 양파의 생명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대부분이 많이 알려진 이야기들인데다 깊이 있게 다루는 방식이 아니다보니 가벼운 교양서적 정도로 생각하면 괜찮을 듯 하다. 저자가 식물학자이다보니 역사적 사실뿐만 아니라 개별 식물에 관한 소소한 깨알 정보들도 담겨있어 교양 과학서로 읽어보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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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 동물에게서 인간 사회를 읽다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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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라는 번지르르한 자기도취적인 주장 아래 비상식적이고 비인간적인 일들이 얼마나 일어났는지 기억한다면 여전히 인간이 자연을 포함, 만물을 향해 나는 너희들의 영장이다라면서 군림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특히 자신의 지적 능력을 특별히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호모 사피엔스는 동물이 하는 행동이나 보여주는 감정은 본능에 불과하다라고 치부하고 인간의 내부에 존재하는 동물성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의 그러한 근거없는 자아도취를 동물들, 특히 우리 종과 가장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영장류의 예를 들어 조목조목 반격한다. 동물 역시 감정을 가지고 있고 과거의 경험을 인지하고 그를 통해 현재의 행동을 결정하며 공감, 감사, 용서, 애도 등 사회적 유대를 증명하는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함으로써 인간만이 사회적 동물이 아님을 증명한다.

 

   그러한 증명은 오랜 관찰과 실험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개인적으로는 관찰과 실험의 에피소드들이 특별히 흥미로웠다. 얀과 마마가 나눈 마지막 포옹이랄지, 카위프의 젖병 수유 학습,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반응하는 방식, 동료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애도하는 모습, 동료들끼리의 싸움을 중재하는 행위, 서로의 상태에 공감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방식 등에 관한 증명들은 이 모든 것이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포유류가 공유하는 것임을 알려준다.

 

   영장류와 인간이 공유하는 이러한 생물학적 본질의 유사성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길을 보여준다. 동물을 감정적 존재로 인정하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감정은 행동을 촉발하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두려움은 위험으로부터 달아나거나 숨는 행위를 유도하고 이는 자신의 목숨을 보존하는데 유리하다. 동물과 인간이 '같은 방식으로 감정을 경험'할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고루한 오만감을 떨쳐버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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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막이 내릴 때 (저자 사인 인쇄본)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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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추리소설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시리즈물인 경우, 작가가 탄생시킨 캐릭터가 있기 마련이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이나 포와로랄지 그런 인물들 말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도 그런 캐릭터가 하나 있는데 바로 '가가 형사'이다. 이번 작품이 가가 형사 시리즈 중 열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니 (가가 형사가 등장하는 작품을 모두 읽은 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읽기 전부터 짠한 마음이 들었다. 츤데레 매력이 있는 가가 형사를 이 책을 마지막으로 놓아주어야 하다니 어쩐지 섭섭한 마음이랄까.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은 가가 형사의 개인적인 가정사가 사건과 얽히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약 2년여전에 읽었던 <기린의 날개>에서 언급되었던 가가 형사의 철학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건의 해결이란 범인을 잡는 것만이 아니라 사건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구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이번에도 역시 사건은 30여년전의 사건과 맞닿아있고 가가 형사는 오래전부터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인생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실타래를 풀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이번에는 그 자신의 과거가 함께 등장한다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여느 살인 사건이 그렇듯, 사건 자체만 놓고 보면 암울하다. 사건 속에 제 아무리 사연이 숨어있다 한들,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쉽사리 용서받지 못한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는 인간의 마음을 다독이는 스토리가 늘 존재한다. 그리고 그 스토리를 밝혀내는 것이 가가 형사의 몫이다. 특히 이번에는 가가 형사의 개인사, 즉 어머니와 관련된 부분이 많아 가가 형사의 사건이나 사람에 대한 철학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는지 짐작케 한다.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니 아쉽긴 하지만 본청 수사1과로 돌아온다고 하니 어쩐지 다시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은 작은 기대를 불러 일으킨다. 가가 형사의 팬이라면 마지막 작품을 절대 놓치지 말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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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하지 않을 권리 - 당신의 관심을 은근슬쩍 사고파는 광고 산업에 대항할 유일한 방법
팀 우 지음, 안진환 옮김 / 알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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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원제는 The Attention Merchants, 주의력 사업이다. 우리는 우리의 주의력을 사고파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광고를 들 수 있는데, 텔레비젼 프로그램의 중간중간 가장 클라이맥스 때 프로그램의 흐름을 끊으면서 등장하는 광고나 영화가 시작하기 전 무조건 볼 수 밖에 없는 광고, 그리고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포털 창을 열거나 뉴스를 보기 위해 클릭 하나 했을 뿐인데, 온갖 팝업 광고가 우후죽순으로 화면을 점령하고 심지어 광고를 닫으려고 하면 움직이는 화면 탓에 엉뚱하게도 광고를 클릭해버리게 된다. 게다가 이메일은 어떤가. 우리의 개인정보가 어디서 샜는지 모르게 스팸메일이 잔뜩 들어와있고 우리가 알지도 못한 채 동의해버린 사이트의 광고메일이 수두룩하다.

 

   이 책은 이러한 주의력 사업이 어제 오늘 생겨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두번의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자발적 군대입대를 유도하는 국가가 만들어낸 전쟁의지라던지 날조된 여론 등도 주의력 사업에 해당하며 최초의 주의력 사업은 무려 1833년 '하루의 모든 뉴스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동시에, 광고를 위한 유리한 매체를 제공하려는 것'을 창간취지로 삼았던 <뉴욕선>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요즘 흔히 쓰이는 표현으로 '낚시(클릭베이트)'라는 말이 있다. 낚시꾼이 미끼를 던져 물고기를 낚아 올리듯, 주의력 사업가는 우리의 미끼를 던져 우리의 주의력을 낚아 사고판다는 뜻이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주의력을 파는 이 엄청난 사업은 그 형태를 끊임없이 진화해가며 여전히 성행 중이다. 물론 이런 것들이 늘 나쁜 것만은 아니다. 광고로 인해 알게 된 좋은 상품도 있을 수 있고 주의력 사업가들이 벌어들이는 광고수익 덕분에 양질의 컨텐츠를 접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주의력을 소유주인 우리도 모르게 사고 팔거나 그것도 모자라 그러한 사업이 우리를 짜증나게 한다면 우리는 그것에 '주목하지 않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한때 가히 혁명이라 일컬으며 등장했던 웹이 이제는 '상업적 쓰레기'들에 밟혀 피로함을 느끼는 공간이 되었고 콘텐츠들 역시 주의력 사업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게다가 예전에는 사업가에 한정되었던 주의력 사업의 경계가 일반 개인으로까지 확장되어 유투브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서 소위 나르시스트들이 등장하면서 더더욱 개인의 의지력이 중요한 시절이 되어버렸다.

 

   저자는 이런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 되찾기 프로젝트'라고 말하면서 다가오는 미래에 '우리 인류가 보존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인적 자산은 우리의 의식과 정신공간'이 될거라고 지적한다. 이미 '플러그 뽑기'나 '디지털 안식일'처럼 우리의 주의력을 더 이상 뺏기지 않겠다는 사람들의 결심이 행동으로 나타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우리 업무가 컴퓨터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주의력 사업가들의 미끼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온라인으로 물건 하나 주문하려다 몇시간동안 여기저기 웹사이트들을 무기력하게 돌아다닌 적이 있거나 잠들기 전 스마트폰으로 날씨나 확인하자 했다가 이런저런 의미없는 기사들로 수면 시간을 뺏겼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특히나 어려울 것이다.

 

   책의 첫머리에 이런 말이 있다.

 

   나의 경험은 내가 주의를 기울이기로 동의한 모든 것이다.

 

   처음에는 별로 와닿지 않았던 말이다. 책을 다 읽고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결국 우리의 삶에서 경험이란 그 대상이 무엇이었든, 그리고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이든 무의식적으로 그랬든 우리가 주의를 기울였던 모든 것의 총합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우리의 주의력을 우리가 원하지 않은 곳에 내어주는 것은 자신의 삶의 경험을 주의력 사업가들에게 내어준다는 뜻이다. 내 인생이 나의 것이 아니게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본다면 '주목하지 않을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치게 될 것이다. 주의력 사업의 그 기나긴 역사와 교묘한 수법들의 진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우리의 주의력을 갈취당해 왔는지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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