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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하지 않을 권리 - 당신의 관심을 은근슬쩍 사고파는 광고 산업에 대항할 유일한 방법
팀 우 지음, 안진환 옮김 / 알키 / 2019년 7월
평점 :
책의 원제는 The Attention Merchants, 주의력 사업이다. 우리는 우리의 주의력을 사고파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광고를 들 수 있는데, 텔레비젼 프로그램의 중간중간 가장 클라이맥스 때 프로그램의 흐름을 끊으면서 등장하는 광고나 영화가 시작하기 전
무조건 볼 수 밖에 없는 광고, 그리고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포털 창을 열거나 뉴스를 보기 위해 클릭 하나 했을 뿐인데, 온갖 팝업 광고가
우후죽순으로 화면을 점령하고 심지어 광고를 닫으려고 하면 움직이는 화면 탓에 엉뚱하게도 광고를 클릭해버리게 된다. 게다가 이메일은 어떤가.
우리의 개인정보가 어디서 샜는지 모르게 스팸메일이 잔뜩 들어와있고 우리가 알지도 못한 채 동의해버린 사이트의 광고메일이
수두룩하다.
이 책은 이러한 주의력 사업이 어제 오늘 생겨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두번의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자발적 군대입대를 유도하는 국가가 만들어낸 전쟁의지라던지 날조된 여론 등도 주의력 사업에 해당하며 최초의
주의력 사업은 무려 1833년 '하루의 모든 뉴스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동시에, 광고를 위한 유리한 매체를 제공하려는 것'을 창간취지로 삼았던
<뉴욕선>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요즘 흔히 쓰이는 표현으로 '낚시(클릭베이트)'라는 말이
있다. 낚시꾼이 미끼를 던져 물고기를 낚아 올리듯, 주의력 사업가는 우리의 미끼를 던져 우리의 주의력을 낚아 사고판다는 뜻이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주의력을 파는 이 엄청난 사업은 그 형태를 끊임없이 진화해가며 여전히 성행 중이다. 물론 이런 것들이 늘 나쁜 것만은 아니다. 광고로
인해 알게 된 좋은 상품도 있을 수 있고 주의력 사업가들이 벌어들이는 광고수익 덕분에 양질의 컨텐츠를 접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주의력을 소유주인 우리도 모르게 사고 팔거나 그것도 모자라 그러한 사업이 우리를 짜증나게 한다면 우리는 그것에 '주목하지 않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한때 가히 혁명이라 일컬으며 등장했던 웹이
이제는 '상업적 쓰레기'들에 밟혀 피로함을 느끼는 공간이 되었고 콘텐츠들 역시 주의력 사업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게다가 예전에는 사업가에
한정되었던 주의력 사업의 경계가 일반 개인으로까지 확장되어 유투브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서 소위 나르시스트들이 등장하면서 더더욱 개인의
의지력이 중요한 시절이 되어버렸다.
저자는 이런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 되찾기 프로젝트'라고 말하면서 다가오는 미래에 '우리 인류가 보존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인적 자산은 우리의 의식과 정신공간'이
될거라고 지적한다. 이미 '플러그 뽑기'나 '디지털 안식일'처럼 우리의 주의력을 더 이상 뺏기지 않겠다는 사람들의 결심이 행동으로 나타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우리 업무가 컴퓨터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주의력 사업가들의 미끼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온라인으로 물건 하나 주문하려다
몇시간동안 여기저기 웹사이트들을 무기력하게 돌아다닌 적이 있거나 잠들기 전 스마트폰으로 날씨나 확인하자 했다가 이런저런 의미없는 기사들로 수면
시간을 뺏겼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특히나 어려울 것이다.
책의 첫머리에
이런 말이
있다.
나의 경험은 내가 주의를 기울이기로 동의한 모든 것이다.
처음에는 별로 와닿지 않았던 말이다. 책을 다 읽고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결국 우리의 삶에서 경험이란 그 대상이 무엇이었든, 그리고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이든 무의식적으로 그랬든 우리가 주의를 기울였던 모든 것의 총합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우리의 주의력을 우리가 원하지 않은 곳에
내어주는 것은 자신의 삶의 경험을 주의력 사업가들에게 내어준다는 뜻이다. 내 인생이 나의 것이 아니게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본다면
'주목하지 않을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치게 될 것이다. 주의력 사업의 그 기나긴 역사와 교묘한 수법들의 진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우리의 주의력을 갈취당해 왔는지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