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무기 - 잔인하면서도 아름다운 극한 무기의 생물학
더글러스 엠린 지음, 승영조 옮김, 최재천 감수 / 북트리거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문만 따지면 약 300여페이지의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그 내용만큼은 꽉 들어찬 촘촘한 읽을거리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다양한 동물들의 '극한의 무기'는 어떻게 생겨나서 발전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진화생물학적 관점과 그와 비교할 수 있는 인간의 무기는 어떻게 동물들의 그것과 비슷하게 혹은 다르게 경쟁해 왔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관찰과 실험의 결과물이다. 장수풍뎅이가 가지고 있는 뿔과 사슴의 뿔이 어떤 유사성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농게의 집게발과 인간에 의해 탄생한 극한의 무기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파리이건 쇠똥구리이건 코뿔소이건 인간이건, 극한무기의 자연사는 '정확히 동일'하다는 재미있는 관점이 궁금하다면 이 책이 명쾌한 대답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은 보통 서식지와 먹이의 유형에 맞추어 무기의 구조가 변화된다. 예를 들어, 같은 종이라 하더라도 큰가시고기는 호수에 사느냐 바다에 사느냐에 따라 골질의 갑옷판 수와 가시의 길이에 차이를 보인다. 즉 방어할 필요가 없는 경우 무기가 퇴화되는 것이다. 사실 무기는 '과다한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에 포식자들에게는 무기 크기에 대한 타협이 필요하다. 무기가 커지면 방어력과 살생력은 높아질 수 있으나 휴대성과 기동성이 저하된다. 그래서 보통의 경우는 한가지가 특화되면 다른 기능은 떨어지는데, 그에 대한 선택이 서식지와 먹이의 유형에 따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특수 상황에서는 이 균형이 깨지게 되는데 이 부분이 이 책의 핵심 내용이라 말할 수 있다.

   왜 동물들의 무기는 커지는 것일까. 첫번째 이유는 바로 '경쟁'에 있다. 자연계에서는 암수의 번식을 위한 소요시간에 많은 차이가 있다. 수컷은 언제나 번식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 반면 암컷은 한달에 한번만 가능하거나 그마저도 임신기간과 양육 기간을 포함하면 암컷이 번식을 위한 짝짓기가 가능한 시간은 수컷의 수십분의 일밖에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서 다윈이 말한 '성선택'을 위한 경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성선택은 각 개체가 가지고 있는 유전형질을 극한까지 밀어붙임으로써 극한의 무기를 만들어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오로지 번식이다. 자신의 유전적 유산이 역사의 심연으로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수컷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시도는 바로 암컷에게 뽑히기 위해 용을 쓰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기가 무한정 커질 수는 없다. 즉, 무기를 크게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그로 인한 이익보다 초과하는 경우에는 무기 경쟁이 주춤해진다. 게다가 무기의 확장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록 신체의 다른 곳의 성장에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줄어든다. 실제로 엘크나 사슴의 경우는 막강한 뿔이 필요로 하는 칼슘과 인을 먹이에서 섭취하기 어려워 몸의 다른 뼈들에서 빌려온다고 한다. 그래서 번식기의 사슴은 상대적으로 뼈가 허약해서 부상을 입기 쉬우며 번식기가 지난 후 재빨리 영양을 보충하지 않으면 큰 무기의 댓가를 혹독하게 치루게 된다. 여기에서 무기가 갖는 경제 논리가 등장하는데, 바로 '경제적 방어 가능성'이다. 최고 수컷의 경우, 극한 무기 투자로 인한 번식 성공은 관련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지만 그렇지 않은 수컷의 경우는 이러한 극한 무기에 대한 투자는 별 소용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무기를 발달시키지 않는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극한 무기가 실제로 전투나 싸움에서 사용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수컷의 지위와 싸움 능력을 '보여주는' 역할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즉 무기의 크기가 너무나 뚜렷이 보이기 때문에 경쟁자 수컷들은 서로를 쉽게 평가할 수 있어서 무기의 크기가 서로 비슷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싸우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것을 '억제력'이라고 지칭하는데, 이러한 억제력 때문에 자연계가 마냥 전쟁터가 되지는 않지만 전투 비용을 아끼는 보상으로 생각되면서 오히려 무기의 진화를 가속화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 동물계의 무기 논리를 인간에게도 적용한다. 물론 동물의 무기와 인간의 무기는 생물학전 진화와 문화적 진화라는 차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무기 크기의 진화와 선택이라는 부분에서는 어느 선까지는 두 종류의 무기가 정확히 동일한 길을 걷는다. 하지만 인간의 무기가 그 선을 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바로 대량살상무기의 발명이다. 행성과 인류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대량살상무기는 동물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그 대량살상무기를 너무나 많은 국가가 쉽게 소유할 수 있게 되면서 더 이상 '억제력'의 기능을 발휘하기도 어렵다. 자연에서는 큰 무기의 보상 수준이 폭락하면 크기를 축소하는 쪽으로 빠른 선택이 이루어지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는 멸종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극한의 무기는 축소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그로 인한 우리 인류의 암담한 미래에 겨냥한 저자의 메시지가 무겁게 다가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 - 2000년 전 로마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생활 밀착형 문화사 고대 문명에서 24시간 살아보기
필립 마티작 지음, 이정민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정말 창의적인 저서를 만났다. 처음에는 '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라고 해서 당일치기 여행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가...라고 생각했는데, '고대 로마의 24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의미가 통할 듯하다. 즉 2000년 전 일반적인 로마인(황제나 왕족, 귀족들은 제외하고)들의 일상을 밀착 취재한 저서라고나 할까. 하루의 시작, 자정부터(로마식 표현으로 하자면 밤의 여섯번째 시간) 그날의 자정이 될때까지 24시간을 한시간 씩 쪼개어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매 시간마다 순찰대원, 제빵사, 황제의 전령, 학생, 법학자, 석공, 점성술사, 요리사, 여사제, 상인 등 총 24명이 등장하지만 매 시간 속으로 직접 들어가보면 그들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주변의 다른 인물들과 함께하는 삶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각 시간의 인물들이 시간이 끝나면서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 시간에 다시 등장하면서 마치 시리즈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매 시간 속 이야기는 그들의 개인적인 삶을 보여준다기 보다는, 그들의 한시간이 모여 로마의 24시간을 그려내고 결국에는 황제나, 정치가나, 왕족이나 귀족들이 아닌 수많은 로마인들의 삶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24시간은 단순한 하루가 아니라 2000년 로마인들의 흔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저자는 이 특별한 하루의 시간적 배경을 제14대 황제인 하드리아누스가 통치하던 어느 날로 선택한다. 참고로 하드리아누스는 고대 로마 5현제 중 한명으로 로마의 5현제가 통치하던 시기는 로마가 가장 평화롭고 번영를 누린 시기라는 팍스 로마나라고 불리웠던 시대이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은 가상의 인물이지만 당시의 서신이나 각종 자료들을 참고하여 최대한 진정성있게 매 시간 시간을 구상한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중간중간 삽입된 실제 편지 내용이나 저작물 및 각종 일화들의 인용 속에 담긴 내용은 저자가 만들어낸 로마의 24시간이 절대 허무맹랑한 소설만이 아님을 입증한다. 특히 유베날리스의 <풍자시>는 너무 적나라하게 까발린데다 현대의 유머코드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만큼 통쾌했다. 나중에 그의 풍자시만 별도로 읽어봐도 재미있을 듯 하다. 로마인들의 하루를 24인의 눈으로 보고나니 그들의 다음날이 궁금해진다. 고대 로마의 역사, 정치에 관한 저서는 수도 없이 많지만 이렇게 평범한 하루를 살다간 사람들의 시선은 또 다른 즐거움을 전해주었는데, 특히 폼페이에서 발굴된 유적의 모습에서 찾아낸 그들의 일상을 담은 사진을 보니 폼페이에서 느꼈던 그 강렬한 감정이 다시금 역류하여 그날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마지막으로 책속의 재미있는 가십하나 인용해본다.

마침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목욕탕에서 잘 아는 참전용사를 발견했다. 그 용사는 대리석 벽에 몸을 문지르고 있었다. 황제가 지금 뭘하는 건지 묻자, 자신을 마사지해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줄 노예를 살 수가 없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황제는 그에게 노예와 돈을 선물했다. 그 일이 있은 다음 날 수많은 남성들이 벽에 몸을 문지르며 황제의 주의를 끌기 위해 노력했다. 황제는 그 남성들을 모두 불러 모아 말했다.

" 두 명씩 짝지어라! "

- 아에리우스 스파르티아누스, <하드리아누스의 생애>, 16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류의 가장 위대한 모험 아폴로 8
제프리 클루거 지음, 제효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아폴로 11호와 달 착륙에는 실패했으나 결함과 여러가지 문제로 달을 선회하여 우여곡절 끝에 지구로 돌아온 감동 드라마의 주인공 아폴로 13호를 제외하면 NASA의 다른 우주선에 관한 이야기들은 나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화성에 관한 소설, 영화가 등장하고 인류가 화성탐험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아직은 공상과학처럼 들리는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때에 (더 이상 달 탐험이 진행되지 않는 것에는 그에 따른 천문학적인 비용이 한 몫 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달 따위는 잊힌지 오래다. 하지만 이런 시기에 <아폴로13>의 저자인 제프리 클루거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가능하게 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아폴로 8호'에 대한 이야기를 써낸다. 인류 최초로 달의 궤도에 올랐던 우주선인 아폴로 8호를 내세움으로써 마치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에 충실한 인류의 위대한 탐험 정신을 각인시키려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의 기념비적인 사건을 왜곡되거나 과장되지 않은 다큐 형식으로 재구성하는데 어느 정도의 노력이 더해졌을지 감히 짐작해본다. 물론 어쩔 수 없는 '미국 만세'적인 냄새를 약간 풍기기는 하지만 '아폴로 8호'와 직, 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과 그들이 지녔던 달에 대한 애정과 도전 정신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는 그러한 약간의 불편함 정도는 상쇄시키기에 충분했다.

 

"고마워요, 아폴로 8호. 당신들이 1968년을 구했습니다"

 

   프랭크 보먼, 짐 러벨, 빌 앤더스 - 닐 암스트롱만 기억하는 우리에게 이 세 사람의 이름은 낯설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이 세 사람이 어떻게 NASA에 합류하였는지와 그들의 가족과 주변의 이야기들로 책의 절반을 할애한다. 또한 아폴로 8호에 이르기까지 어떤 도전과 희망과 성공과 희생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소홀히 다루지 않는다. 세부적 묘사 역시 탁월하다. 우주선 내부의 모습이라고 하면, 물건이 둥둥 떠다니는 장면만 생각하는 나같은 문외한도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한 묘사와 설명 덕분에 당시 좁은 우주선에서 비행사들이 겪어야 했던 소소한 고충들에 대한 유머코드를 같이 할 수 있게 된다.

   우주선이 장착된 거대한 새턴 로켓의 점화를 시작으로 카운트다운이 완료되고 드디어 이륙하여 37만 6114킬로미터 떨어진 달을 향해 나아가는 아폴로 8호를 그려본다. 1단계, 2단계 엔진이 제 역할을 다하자 아폴로 8호는 지구 궤도를 순항한다. 아직 18미터 길이의 새턴 로켓 3단계 엔진이 남아있다. 이 까다로운 엔진의 점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야 지구 궤도를 돌던 아폴로 8호가 달의 궤도로 진입할 수 있을만한 속도로 날아가게 된다. 유인 우주선으로서는 처음인 셈이다. 까다로운 과제를 해내고 드디어 달의 중력권에 들어간 아폴로 8호는 최초로 달의 뒷면을 보는 영예를 얻는다. 모든 숙제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서는 달에 온 것 이상의 위험이 수반된다. 엄청난 속도로 지구를 향해 날아오던 우주선이 대기권과 충돌하면서 마주하는 엄청난 충격은 기본이고 좁은 재진입통로로 정확히 들어와야 한다는 것,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우주선이 산산조각 나거나 대기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우주를 영원히 떠도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대기권에 진입했다 하더라도 비행사들이 살아서 착륙할 수 있게 되기까지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는 너무 많아 열거하기도 버겁다. 이 모든 위기와 위험과 난관을 극복하고 무사히 착륙한 아폴로 8호의 성공과 명예는 세 명의 비행사들, 아폴로 8호의 발사를 위해 수년 전부터 노력해온 엔지니어들, 관제사들, 결단력과 추진력을 겸비한 리더들, 그리고 그들을 믿고 기다려 준 가족들의 몫일 것이다.

 

"그런 일이 과연 가능한가는 이제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확신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고 비용이 얼마나 드느냐가 관건이겠지요. 탐험은 인류 정신의 핵심입니다. 우리가 그 사실을 결코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마의 일인자 1~3 세트 - 전3권 (본책 3권 + 가이드북)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어떠한 말로도, 찬사로도, 놀라움으로도 가치를 표현할 수 없는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 '가시나무 새'의 저자 콜린 매컬로가 준비작업 및 고증에만 13년, 집필에만 거의 20년이 걸린 'Masters of  Rome' 시리즈 중 그 첫번째, 로마의 일인자. 총 일곱 시리즈, 21권 중 첫번째 3권이다. 7부작으로 이루어진 Masters of Rome은 천년이 넘는 로마 역사 중 기원전 110년부터 기원전 27년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한다.  굳이 한마디로 하자면 그 기간동안 로마를 이끌었던 master들에 관한 이야기이며 시대의 변화와 진보를 이끌어낸 영웅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첫번째 시리즈인 <로마의 일인자>는 기원전 110년에서 100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시대와 장소에 관한 묘사는 물론이고 각 계급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대화와 생각 등을 표현한 부분은 너무나 생생하여 마치 독자가 그 시대로 타임슬립을 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게다가 로마의 포룸 로마눔과 일곱언덕들에 다녀온지 얼마 되지 않다보니, 그 생생한 묘사들이 어찌나 시각적인지 상투적이고 평범한 감탄으로는 부족하다고 밖에 말하지 못하겠다. 1부에서 주인공, 즉 로마의 일인자는 당연 가이우스 마리우스이다. 로마의 정통 귀족 출신이 아닌 '그리스어도 못하는 이탈리아 촌놈'인 그가 왜 로마의 일인자이고 제3의 로마건국자로 불리우는지는..책을 읽어야만 한다. 인물에도 원조라는게 있다면, 로마하면 무조건적으로 떠오르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원조라고 할만하다. 그 시대에 마리우스 같은 인물이 있었다는 것은 당시 로마에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을만큼 그의 공헌은 지대하다. 그가 아니었다면 로마는 이미 기원전 100년이 되기 전에 게르만족의 지배를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 한명의 주목할만한 인물은 마리우스와 한때 동서지간이기도 했던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인데, 1부에서는 마리우스의 보좌관정도로만 등장함에도 그의 존재는 거대하게 다가온다. 마리우스라는 일인자가 있기 위해서는 술라 같은 서포터가 있어야 함을 절실하게 깨닫게 해주는 인물이다. 2부 <풀잎관>에서는 아마도 술라가 또 한명의 Master가 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마리우스와 술라 이외에도 많은 원로원 의원이나 호민관, 그리고 율리아나 율릴라, 아우렐리아 같은 여성들이 등장하는데, 개개인에 대한 묘사에서 어찌나 개성이 뚝뚝 묻어나는지 아무리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이름이 외우기 어려워도 대화 한마디, 행동 하나만 보아도 누구인지가 명확해진다. 이는 작가의 능력이기도 하지만 번역의 힘이라고도 보여진다.

   인물들이 뱉어내는 촌철살인이 많지만 그 중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리라 생각되는 말은 루푸스가 마리우스에게 쓴 편지 속에 등장한다.

 

"가이우스 마리우스, 정말이지 이 세상에는 재능이 결여된 야망처럼 위험한 게  또 없다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죽을 지경이다. 마리우스가 집정관을 일곱번 지낼거라고 한 예언이 과연 성취될까. 1부에서는 6번의 집정관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술라는 어떻게 될까.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이름은 언제 등장할까 등등 궁금한게 너무 많다. 하지만 2부인 <풀잎관> 세 권을 시작하려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 너무 빠지지 않도록 잠시 다른 책으로 마음을 다스려 봐야겠다. 로마 만세! (이 말은 마리우스를  따라해본 것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개정증보판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에 이 책이 출간된지 10년이 넘었고 한국에서 30만권이 팔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야 이 책을 읽는 나처럼 여전히 읽는 독자가 있는 스테디셀러라 하니 어쩐지 작은 위안이 되는 듯 하다. 지구의 한쪽에서는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가 고민이고 일년 삼백육십오일 다이어트를 못해 안달인 사람들이 살고있는데, 또 다른 곳에서는 해마다 수백만명이 기아로 죽임을 당하고 10억명 이상이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다. 한쪽의 잉여 식량은 다른 한쪽의 기아를 커버하고도 남을만한데, 왜 세계의 절반은 여전히 굶주리고 있는가. 이 책은 그 이유를 궁금해하는 카림이라는 아이와 아빠의 대화 형식으로 되어 있어 이해하기 쉽고 가독성도 좋은 책이다. 카림이 질문한다.

 

"아빠! 우리나라에는 먹을 것이 넘쳐나서 사람들이 비만을 걱정하고 한쪽에서는 음식 쓰레기도 마구 버리고 있잖아요? 그런데 아프리카나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의 많은 나라들에서는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니 정말 기막힌 일 아니에요?"

 

   씁쓸한 것은, 아이일때는 이렇게 고통을 겪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걱정하던 순수한 마음이 어른이 된 이후에는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이들의 희생과 고통 따위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미 극도의 빈곤 속에 사는 사람들이 그나마 입에 풀칠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그들의 한뙤기도 되지 않는 땅들을 매입(이라고 쓰고 약탈이라고 읽는다)하여 자기네 이익을 위한 단일 작물을 재배하는 다국적 기업들, 이런 약탈에 필요한 대금을 지원하는 세계 은행이나 투자자들, 그리하여 자급자족할 능력을 상실한 그들에게 꼭 필요한 식량과 생필품을 비싼 값에 판매하며 기아는 자연도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이 모두가 굶주리는 세계의 절반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반인류 범죄자들이다.

 

"나면서부터 십자가에 못박힌 아이들"

 

   기아를 악용하는 국제기업들의 행태는 학살자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이 충격이다. 한 예로, 책에서는 1970년 스위스 네슬레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칠레의 인민전선이라는 동맹은 자신들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15세 이하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하루 0.5 리터의 분유를 무상으로 배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후보였던 살바도르 아옌데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이후 공약을 지키기 위해 당시 칠레에서 분유시장을 독점하던 네슬레에게 '제 값'을 주고 분유를 사기 위해 협력을 요청하는데, 네슬레 본사는 칠레 민주정부와의 협력을 모두 거부한다. 분유를 공짜로 달라고 했던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당시 미국의 닉슨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아옌데 정권의 외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자립성을 높이려는 개혁정책이 제대로 추진되면 그때까지 미국 기업들이 누려온 많은 특혜들이 침해받을 수 있기 때문. 그래서 그들은 지원을 끊고 파업을 조종하고 태업을 부채질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아옌데 정권을 방해했는데 네슬레 역시 거기에 동조하는 기업이었다. 결국 아옌데의 공약은 우유를 공급해 줄 수 있는 공급처를 구하지 못해 수포로 돌아갔고 미국 CIA가 도운 군사쿠데타 세력에 의해 살해되었다. 다국적 기업들의 물품을 불매운동 해야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지만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렇다면 희망은 있는가? 탐욕스런 기업들과 이기적인 금융 자본이 존재하는 한 세계의 절반은 여전히 굶주릴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며 조직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뭐든 해야한다.  그것이 바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고통 앞에서 우리가 무심해지지 않는 것.

 

"나는 신에게 꼭 한 가지만 청한다네
고통 앞에서 내가 무심해지지 않기를
창백한 죽음이 이 땅에서 필요한 일을 하지 못한 채
텅 비고 고독한 나를 찾게 되지 않기를 - 메르세데스 소사 (아르헨티나 출신 여류 시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