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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가장 위대한 모험 아폴로 8
제프리 클루거 지음, 제효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평점 :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아폴로 11호와 달 착륙에는 실패했으나 결함과 여러가지 문제로 달을 선회하여 우여곡절 끝에 지구로 돌아온 감동 드라마의 주인공 아폴로 13호를 제외하면 NASA의 다른 우주선에 관한 이야기들은 나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화성에 관한 소설, 영화가 등장하고 인류가 화성탐험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아직은 공상과학처럼 들리는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때에 (더 이상 달 탐험이 진행되지 않는 것에는 그에 따른 천문학적인 비용이 한 몫 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달 따위는 잊힌지 오래다. 하지만 이런 시기에 <아폴로13>의 저자인 제프리 클루거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가능하게 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아폴로 8호'에 대한 이야기를 써낸다. 인류 최초로 달의 궤도에 올랐던 우주선인 아폴로 8호를 내세움으로써 마치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에 충실한 인류의 위대한 탐험 정신을 각인시키려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의 기념비적인 사건을 왜곡되거나 과장되지 않은 다큐 형식으로 재구성하는데 어느 정도의 노력이 더해졌을지 감히 짐작해본다. 물론 어쩔 수 없는 '미국 만세'적인 냄새를 약간 풍기기는 하지만 '아폴로 8호'와 직, 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과 그들이 지녔던 달에 대한 애정과 도전 정신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는 그러한 약간의 불편함 정도는 상쇄시키기에 충분했다.
"고마워요, 아폴로 8호. 당신들이 1968년을 구했습니다"
프랭크 보먼, 짐 러벨, 빌 앤더스 - 닐 암스트롱만 기억하는 우리에게 이 세 사람의 이름은 낯설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이 세 사람이 어떻게 NASA에 합류하였는지와 그들의 가족과 주변의 이야기들로 책의 절반을 할애한다. 또한 아폴로 8호에 이르기까지 어떤 도전과 희망과 성공과 희생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소홀히 다루지 않는다. 세부적 묘사 역시 탁월하다. 우주선 내부의 모습이라고 하면, 물건이 둥둥 떠다니는 장면만 생각하는 나같은 문외한도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한 묘사와 설명 덕분에 당시 좁은 우주선에서 비행사들이 겪어야 했던 소소한 고충들에 대한 유머코드를 같이 할 수 있게 된다.
우주선이 장착된 거대한 새턴 로켓의 점화를 시작으로 카운트다운이 완료되고 드디어 이륙하여 37만 6114킬로미터 떨어진 달을 향해 나아가는 아폴로 8호를 그려본다. 1단계, 2단계 엔진이 제 역할을 다하자 아폴로 8호는 지구 궤도를 순항한다. 아직 18미터 길이의 새턴 로켓 3단계 엔진이 남아있다. 이 까다로운 엔진의 점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야 지구 궤도를 돌던 아폴로 8호가 달의 궤도로 진입할 수 있을만한 속도로 날아가게 된다. 유인 우주선으로서는 처음인 셈이다. 까다로운 과제를 해내고 드디어 달의 중력권에 들어간 아폴로 8호는 최초로 달의 뒷면을 보는 영예를 얻는다. 모든 숙제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서는 달에 온 것 이상의 위험이 수반된다. 엄청난 속도로 지구를 향해 날아오던 우주선이 대기권과 충돌하면서 마주하는 엄청난 충격은 기본이고 좁은 재진입통로로 정확히 들어와야 한다는 것,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우주선이 산산조각 나거나 대기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우주를 영원히 떠도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대기권에 진입했다 하더라도 비행사들이 살아서 착륙할 수 있게 되기까지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는 너무 많아 열거하기도 버겁다. 이 모든 위기와 위험과 난관을 극복하고 무사히 착륙한 아폴로 8호의 성공과 명예는 세 명의 비행사들, 아폴로 8호의 발사를 위해 수년 전부터 노력해온 엔지니어들, 관제사들, 결단력과 추진력을 겸비한 리더들, 그리고 그들을 믿고 기다려 준 가족들의 몫일 것이다.
"그런 일이 과연 가능한가는 이제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확신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고 비용이 얼마나 드느냐가 관건이겠지요. 탐험은 인류 정신의 핵심입니다. 우리가 그 사실을 결코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