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24시간 살아보기 - 3000년 전 사람들의 일상으로 보는 진짜 이집트 문명 이야기 고대 문명에서 24시간 살아보기
도널드 P. 라이언 지음, 이정민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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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를 재미나게 읽었던지라 이 책도 바로 덥석! 로마~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여기서 24시간 살아보기라 함은 고대 이집트의 24시간을 재구성한다는 뜻이다. 이번에는 신왕국시대의 이집트, 그 중에서도 제18대 왕조인 아멘호테프 2세 재위 12년이 되는 해인 기원전 1414년 경의 이집트인들의 하루를 재현한다.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할지 궁금하다면 우선 목차를 보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100년도 전에 묻힌 왕비의 무덤을 파는 도굴꾼이 제일 먼저 등장한다. 그 다음이 아멘호테프 파라오인데, 이집트 이야기를 하면서 파라오보다 도굴꾼이 먼저라니, 여전히 이집트 왕족들의 무덤은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단골소재인가보다. 다음은 미라를 만드는 장의사, 신을 돌보는 사제, 파라오의 왕비, 가장 천한 일로 간주된 벽돌공, 장례식의 전문 울음꾼 등 당시 이집트에 존재했던 다양한 인물들이 보내는 한시간 한시간이 철저한 고증과 기록을 토대로 공개된다. 게다가 저자가 진짜 고고학자라니 글이 생동감 넘칠 수 밖에.

 

   인류 초기 문명 중 하나인 이집트 문명을 이집트인들의 일상을 통해 거꾸로 짚어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재현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를 보는듯한 직접적이고 유머스런 문장들도 가독성을 높인다. 지금은 일부 왕족들의 무덤을 제외하고는 많은 부분이 사라져버린, 한때 번영과 화려함을 자랑했을 이집트 문명의 하루를 시간별로 쪼개서 보는 재미가 있는데 일반 서민들의 일상은 현재 우리의 모습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점이 놀랍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인간의 원초적 감정들의 공통점은 이런 감정들이 생존을 위해 유리한 것이라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하다. 중간중간 삽입된 문헌 속 이집트 대한 기록이나 고고학적 발견들을 근거로 한 토막 이야기들도 인상적이다. 고대의 찬란한 문명을 자처했으나 지금은 사라진 혹은 쇠퇴한 고대 국가들의 하루를 재현한 다른 나라 시리즈도 계속 나와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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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바캉스 에디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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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내가 김영하라는 작가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어떤 사람의 말을 듣다보면 짐작할 수 있는 것들 중 하나가 아, 이 사람은 이 내용을 이 프로그램을 목적으로 공부해 온 거구나 아니면 이 사람 머리와 마음 속에 이미 자신의 지식과 생각으로 녹아있는 내용을 풀어내는구나라는 것이다. 김영하 작가의 말들은 내가 느끼기엔 후자에 해당되었는데, 그래서 이 분이 쓴 글들도 직접 읽어봐야겠다라는 그 때 했던 결심을 이제야 실천하는구나. 사실 이분의 전문 분야는 소설이라 소설을 먼저 읽는게 순서일 거 같지만 당시에 재미나게 들었던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의 연장선 상에서 우선 이 에세이를 골라보았다.

 

   인간은 왜 여행을 하는걸까. 호모 비아토르 즉 여행하는 인간,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인간에 대한 정의를 내린 말이다. 과거 인류의 조상이 유목 생활을 해왔던 것을 생각하면 어딘가로 끊임없이 이동해 가는 것은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른다. 총 9편의 단상들은 여행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되어있고 결국엔 왜 인간은 여행을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는 일관된 내용으로 귀결된다. 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라는 질문은 추상적인 것 같지만 작가 자신의 경험과 여행 중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들과 나름대로 내렸던 답들, 그리고 고전이나 문학 작품들 속에서 발견한 자신의 모습에서 발견한 이유들은 꽤나 구체적인 형태로 다가온다.

 

   여행은 길을 잃는 것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들도 있고 그 어긋남에서 예상치 못했던 것을 깨닫기도 하고 당시에는 알지 못하지만 먼 훗날 그 때를 회상할 때 문득 느끼게 되는 것들로 인한 즐거움 혹은 후회 등이 나로 하여금 다시 한번 짐을 꾸리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여행은 일상의 부재'이고 왜 매번 여행을 떠나는가는 왜 매번 새로운 소설을 찾아 읽는가라는 질문과 일맥 상통한다는 저자의 말에 많이 공감하며 호모 비아토르의 삶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싶은 여행자로 남고 싶다. 소설가가 쓴 에세이라 그런지 소설의 맛이 난다. 재미있다. 특히 오디세우스 이야기에서 썸바디와 노바디의 해석은 오호..넘나 멋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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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로망, 로마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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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4월, 동생과 약 15일 정도의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왔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진리는 어디에나 통용되고 평소 미술과 서양사에 관심이 많았던 우리는 여행 전 정말 많은 공부를 했다. 신화와 역사, 미술 관련 도서들뿐만 아니라 관련 고전 및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문학이나 에세이까지 탐독했다. 2주간의 시간으로 그토록 오랜 역사를 간직한 이탈리아를 모두 보기엔 당연히 역부족이었기에 로마에 피렌체 그리고 몇몇 이탈리아의 남부 도시들에 집중했고 여행을 마칠 즈음 우리는 와..진짜 이래서 여행을 해야하는구나, 정말이지 머리로만 담는 것과 눈과 마음으로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은 천지차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의 로망, 로마>는 이런 여행자들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주는 책이다. 내가 여행 전 이 책을 알았더라면 맨 처음 읽었을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로마에 가기로 했다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봐야하는지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해야할까. 나에게는 의도치않게 1년 전의 여행을 복기하는 시간이 되었는데, 약 3년간 로마와 이탈리아 남부에 머물렀던 괴테가 로마에 발을 디딘 첫 순간, '두번째 탄생'을 맞이했다고 한 것처럼 우리도 로마에서 '두번째 탄생' 즉 '정신의 재탄생'을 맞이하고 싶다면 저자가 그려놓은 지도를 따라가는 걸로 작은 걸음을 시작해볼 수 있으리라.

 

   특히 저자는 로마가 탄생시킨 수많은 고전 중에서도 특별하다 할 수 있는 리비우스의 <로마사>, 폴리비우스의 <역사>, 키케로의 <의무론>,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등의 고전을 길잡이로 내세우는데, 그 중 고작 두 세권 정도를 맛배기로만 읽어본 나로서는 다음 번 여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참고해야 할 필수 독서 목록으로 챙겨두었다.

 

   로마 테르미니 역, 지하 1층의 맥도널드가 이 그랜드 투어의 시작이라니 잠깐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이 맥도널드 안에 약 2,400년 전에 지어진 '세르비우스 성벽'이 있다고 한다. 와, 로마 왕정 시대의 제6대 왕인 세르비우스가 외적을 막겠다고 세운 성벽 옆에서 햄버거를 먹는 도시라니! 보통 우리는 로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쌍둥이 형제인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건국 신화를 이야기 한 후 몇 백년의 세월을 건너 뛰고 공화정 시기로 넘어오게 된다. 그래서 로마가 처음에 어떻게 건국되었는지를 간과하게 되는데, 저자는 리비우스의 <로마사>를 인용하며 로마는 빈자들과 외국에서 도망친 범죄자들과 무법자들 그리고 창녀들로 시작된 도시라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시작한다. 그런 그들이 어떻게 세계를 제패하고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그런 나라가 되었는지, 단순히 군사적 힘 뿐만 아니라 정치, 예술, 문화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그런 로마가 될 수 있었는지를 여행자의 동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저자가 인용한 괴테의 말대로 로마를 여행한다는 것은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이다. 저자는 바티칸의 예술 작품들을 두고 괴테의 말을 인용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로마를 여행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그런 질문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질문으로 시작된 로마여행자들을 위한 책이다. 물론 거기에 신화나 미술 등 본인이 관심있는 분야를 더한다면 더할 나위 없으리라.

 

   *한가지, 저자는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무척 싫어하는 모양이다. 아무리 그래도 '뒈졌다'라는 표현까지는 불필요했던게 아닐까. 시오노 나나미의 무조건적인 카이사르 사랑에 대한 편협함과 무지함을 탓한다면 그 반대 역시 불편하니까.

*또 한가지, 오류가 하나 있다. p310에 보면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의 제단화인 <최후의 만찬>을 완성했다고 되어있는데, 미켈란젤로가 완성한 건 <최후의 심판>이다. '최후의 만찬'이라고 두번이나 언급했는데 편집자의 오류일 가능성이 있지만 꼭 수정해야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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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조각 100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100
차홍규.김성진 지음 / 미래타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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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수록 다시 보는 시리즈가 이번에는 서양조각을 내놓았다. 조각보다는 그림에 더 많은 관심이 있었던 내가 조각을 다시 보게 된 건 약 2년전 떠났던 이탈리아 인문학 여행에서였다. 회화 못지 않게 수많은 조각들과 건축물들로 이루어진 이탈리아의 도시들을 다니면서 조각의 아름다움에 눈을 떴다고나 할까. 시스티나 천장화를 그린 화가로서가 아니고 그토록 아름다운 피에타를 조각한 조각가로서의 미켈란젤로를 만나고 베르니니와 보로미니라는 시대를 풍미했던 경쟁자로서의 예술가들을 만나고 도시 곳곳 그들이 남겨 놓은 흔적들을 찾아 헤매던 날들을 다시 추억하게 해준 책이 바로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조각 100' 이다.

 

   회화와 조각 중 어느 것이 더 우위에 있는지는 여전히 정답이 없는 논쟁이지만 둘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 하나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회화는 2차원적인 평면인데 비해 조각은 3차원적인 입체라는 점이다. 이 책은 그런 조각의 특징을 생생하게 담아내었다. 조각 하나하나를 소개할 때마다 앞모습만이 아니라 옆모습, 뒷모습, 아래 혹은 위에서 본 모습 등, 조각의 살아있는 입체감을 독자가 놓치지 않도록 배려하였다. 이렇게 다각도로 바라보는 조각들은 때때로 반전을 보여주기도 하고 완전히 다른 모습, 다른 표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스 고졸기 시대의 조각부터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사이에 놓인 조각의 변천사는 또 하나의 작은 서양문명의 역사라고 볼 수 있다. 내 눈앞에 놓여있는 조각 하나하나에 시대가 담겨있고 정신이 녹아있으며 그들을 창조해낸 인간의 숨결이 서려있음을 알게 된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진리는 여기서도 통용된다. 여행 전 많은 책들을 읽고 공부한 후, 드디어 마주 친 이탈리아는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그 때 탐독했던 책들 중 '서양 조각 100'이 있었더라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이렇게 책을 통해 그들을 다시 만나니 반가울 뿐이다. 너무 멀어서 보기 어려웠던 작품들의 세부까지 확대해 보여주고, 360도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앞뒤옆 모습 모두를 보여주고 거기에 조각들에 얽힌 에피소드들과 조각들이 온몸으로 담아낸 이야기까지, 그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는 완벽한 조각여행의 길잡이가 되어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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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스페셜 에디션, 양장)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예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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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는 모두 668통이었다고 한다. 아마 그보다 더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화가로서의 빈센트의 삶을 넘어 그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영혼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편지들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빈센트의 삶이 훨씬 고단했다한들, 단지 그 이유 때문에 그와 그의 그림들이 지금처럼 유명세를 타지는 않았을 것이다.

 

   편지를 읽고 있으면 그는 화가 뿐만 아니라 작가로서의 자질도 타고난 듯 보인다. 특히 자기를 미워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한 외침이나 그림이 갖는 정신, 화가가 지녀야 할 기질 등에 관한 내용을 토해낼 때에는 마치 웅변가의 연설을 듣는 듯 하다. 테오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형의 편지는 정말 재미있어. 형이 더 자주 쓰지 않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p161

 

   빈센트가 그림을 그리는 속도는 엄청났는데, 이를 두고 성의 없이 대충 그렸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되받아치는 말솜씨도 보통이 아니다. 촌철살인이다.

 

누군가 내 그림이 성의 없이 빨리 그려졌다고 말하거든, "당신이 그림을 성의 없이 급하게 본 것"이라고 말해 주어라. p194

  

   수록된 편지의 대부분은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거기에 테오의 답장이 조금 실려있고 빈센트가 다른 화가나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가 몇 통 담겨있다. 개인적으로는 빈센트의 일방적인 편지만 읽는 것보다는 테오의 편지와 함께 읽었을 때 둘 사이의 그 절절한 감정이 더욱 잘 느껴지는 듯 하다. 빈센트의 편지와 그 많은 그림들을 오늘날 우리가 즐길 수 있는 건 테오의 아내인 조안나 덕분이다. 빈센트의 죽음 이후 6개월도 되지 않아 테오 역시 형보다 더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하는데, 그들 형제의 영혼까지 이어주던 그 무엇을 조안나는 이해하지 않았을까. 이 편지들 덕분에 빈센트의 어린 시절이 어땠고 그의 그림들이 어떤 상황에서 그려진 것이며 그의 주변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지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고갱과의 다툼 끝에 일어난 귀를 자른 사건과 그를 결국 죽음으로 몰고 간 총기 사건의 비밀은 그가 무덤까지 안고 갔지만 말이다. 반 고흐 형제의 편지는 읽을 때마다 마음이 툭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영혼의 편지'라는 제목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편집의 묘미가 뛰어나다. 사실 그냥 편지를 엮기만 했더라면 빈센트와 테오의 삶에 대해 잘 알지 못한 독자들은 지루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은 시기별로 끊어서 편지를 시작하기 전에 한 페이지에 걸쳐 그 시기에 있었던 일들을 요약 편집하여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아무 두서없이 편지가 시작되어도 편지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거기에 가장 중요한 한가지! 빈센트를 이야기하는데, 그림이 없다면 얼마나 심심했을까. 매 편지 사이사이에 적절히 배치해놓은 좋은 화질의 풍부한 그림들이 페이지를 넘기기 어렵게 만드는 마력까지 발휘하니 무조건 소장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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