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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스페셜 에디션, 양장) ㅣ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예담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는 모두 668통이었다고 한다. 아마 그보다 더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화가로서의 빈센트의 삶을 넘어 그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영혼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편지들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빈센트의 삶이 훨씬 고단했다한들, 단지 그 이유 때문에 그와 그의 그림들이 지금처럼 유명세를 타지는 않았을 것이다.
편지를 읽고 있으면 그는 화가 뿐만 아니라 작가로서의 자질도 타고난 듯 보인다. 특히 자기를 미워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한 외침이나 그림이 갖는 정신, 화가가 지녀야 할 기질 등에 관한 내용을 토해낼 때에는 마치 웅변가의 연설을 듣는 듯 하다. 테오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형의 편지는 정말 재미있어. 형이 더 자주 쓰지 않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p161
빈센트가 그림을 그리는 속도는 엄청났는데, 이를 두고 성의 없이 대충 그렸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되받아치는 말솜씨도 보통이 아니다. 촌철살인이다.
누군가 내 그림이 성의 없이 빨리 그려졌다고 말하거든, "당신이 그림을 성의 없이 급하게 본 것"이라고 말해 주어라. p194
수록된 편지의 대부분은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거기에 테오의 답장이 조금 실려있고 빈센트가 다른 화가나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가 몇 통 담겨있다. 개인적으로는 빈센트의 일방적인 편지만 읽는 것보다는 테오의 편지와 함께 읽었을 때 둘 사이의 그 절절한 감정이 더욱 잘 느껴지는 듯 하다. 빈센트의 편지와 그 많은 그림들을 오늘날 우리가 즐길 수 있는 건 테오의 아내인 조안나 덕분이다. 빈센트의 죽음 이후 6개월도 되지 않아 테오 역시 형보다 더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하는데, 그들 형제의 영혼까지 이어주던 그 무엇을 조안나는 이해하지 않았을까. 이 편지들 덕분에 빈센트의 어린 시절이 어땠고 그의 그림들이 어떤 상황에서 그려진 것이며 그의 주변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지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고갱과의 다툼 끝에 일어난 귀를 자른 사건과 그를 결국 죽음으로 몰고 간 총기 사건의 비밀은 그가 무덤까지 안고 갔지만 말이다. 반 고흐 형제의 편지는 읽을 때마다 마음이 툭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영혼의 편지'라는 제목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편집의 묘미가 뛰어나다. 사실 그냥 편지를 엮기만 했더라면 빈센트와 테오의 삶에 대해 잘 알지 못한 독자들은 지루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은 시기별로 끊어서 편지를 시작하기 전에 한 페이지에 걸쳐 그 시기에 있었던 일들을 요약 편집하여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아무 두서없이 편지가 시작되어도 편지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거기에 가장 중요한 한가지! 빈센트를 이야기하는데, 그림이 없다면 얼마나 심심했을까. 매 편지 사이사이에 적절히 배치해놓은 좋은 화질의 풍부한 그림들이 페이지를 넘기기 어렵게 만드는 마력까지 발휘하니 무조건 소장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