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로망, 로마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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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4월, 동생과 약 15일 정도의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왔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진리는 어디에나 통용되고 평소 미술과 서양사에 관심이 많았던 우리는 여행 전 정말 많은 공부를 했다. 신화와 역사, 미술 관련 도서들뿐만 아니라 관련 고전 및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문학이나 에세이까지 탐독했다. 2주간의 시간으로 그토록 오랜 역사를 간직한 이탈리아를 모두 보기엔 당연히 역부족이었기에 로마에 피렌체 그리고 몇몇 이탈리아의 남부 도시들에 집중했고 여행을 마칠 즈음 우리는 와..진짜 이래서 여행을 해야하는구나, 정말이지 머리로만 담는 것과 눈과 마음으로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은 천지차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의 로망, 로마>는 이런 여행자들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주는 책이다. 내가 여행 전 이 책을 알았더라면 맨 처음 읽었을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로마에 가기로 했다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봐야하는지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해야할까. 나에게는 의도치않게 1년 전의 여행을 복기하는 시간이 되었는데, 약 3년간 로마와 이탈리아 남부에 머물렀던 괴테가 로마에 발을 디딘 첫 순간, '두번째 탄생'을 맞이했다고 한 것처럼 우리도 로마에서 '두번째 탄생' 즉 '정신의 재탄생'을 맞이하고 싶다면 저자가 그려놓은 지도를 따라가는 걸로 작은 걸음을 시작해볼 수 있으리라.

 

   특히 저자는 로마가 탄생시킨 수많은 고전 중에서도 특별하다 할 수 있는 리비우스의 <로마사>, 폴리비우스의 <역사>, 키케로의 <의무론>,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등의 고전을 길잡이로 내세우는데, 그 중 고작 두 세권 정도를 맛배기로만 읽어본 나로서는 다음 번 여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참고해야 할 필수 독서 목록으로 챙겨두었다.

 

   로마 테르미니 역, 지하 1층의 맥도널드가 이 그랜드 투어의 시작이라니 잠깐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이 맥도널드 안에 약 2,400년 전에 지어진 '세르비우스 성벽'이 있다고 한다. 와, 로마 왕정 시대의 제6대 왕인 세르비우스가 외적을 막겠다고 세운 성벽 옆에서 햄버거를 먹는 도시라니! 보통 우리는 로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쌍둥이 형제인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건국 신화를 이야기 한 후 몇 백년의 세월을 건너 뛰고 공화정 시기로 넘어오게 된다. 그래서 로마가 처음에 어떻게 건국되었는지를 간과하게 되는데, 저자는 리비우스의 <로마사>를 인용하며 로마는 빈자들과 외국에서 도망친 범죄자들과 무법자들 그리고 창녀들로 시작된 도시라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시작한다. 그런 그들이 어떻게 세계를 제패하고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그런 나라가 되었는지, 단순히 군사적 힘 뿐만 아니라 정치, 예술, 문화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그런 로마가 될 수 있었는지를 여행자의 동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저자가 인용한 괴테의 말대로 로마를 여행한다는 것은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이다. 저자는 바티칸의 예술 작품들을 두고 괴테의 말을 인용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로마를 여행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그런 질문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질문으로 시작된 로마여행자들을 위한 책이다. 물론 거기에 신화나 미술 등 본인이 관심있는 분야를 더한다면 더할 나위 없으리라.

 

   *한가지, 저자는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무척 싫어하는 모양이다. 아무리 그래도 '뒈졌다'라는 표현까지는 불필요했던게 아닐까. 시오노 나나미의 무조건적인 카이사르 사랑에 대한 편협함과 무지함을 탓한다면 그 반대 역시 불편하니까.

*또 한가지, 오류가 하나 있다. p310에 보면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의 제단화인 <최후의 만찬>을 완성했다고 되어있는데, 미켈란젤로가 완성한 건 <최후의 심판>이다. '최후의 만찬'이라고 두번이나 언급했는데 편집자의 오류일 가능성이 있지만 꼭 수정해야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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