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바캉스 에디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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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내가 김영하라는 작가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어떤 사람의 말을 듣다보면 짐작할 수 있는 것들 중 하나가 아, 이 사람은 이 내용을 이 프로그램을 목적으로 공부해 온 거구나 아니면 이 사람 머리와 마음 속에 이미 자신의 지식과 생각으로 녹아있는 내용을 풀어내는구나라는 것이다. 김영하 작가의 말들은 내가 느끼기엔 후자에 해당되었는데, 그래서 이 분이 쓴 글들도 직접 읽어봐야겠다라는 그 때 했던 결심을 이제야 실천하는구나. 사실 이분의 전문 분야는 소설이라 소설을 먼저 읽는게 순서일 거 같지만 당시에 재미나게 들었던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의 연장선 상에서 우선 이 에세이를 골라보았다.

 

   인간은 왜 여행을 하는걸까. 호모 비아토르 즉 여행하는 인간,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인간에 대한 정의를 내린 말이다. 과거 인류의 조상이 유목 생활을 해왔던 것을 생각하면 어딘가로 끊임없이 이동해 가는 것은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른다. 총 9편의 단상들은 여행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되어있고 결국엔 왜 인간은 여행을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는 일관된 내용으로 귀결된다. 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라는 질문은 추상적인 것 같지만 작가 자신의 경험과 여행 중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들과 나름대로 내렸던 답들, 그리고 고전이나 문학 작품들 속에서 발견한 자신의 모습에서 발견한 이유들은 꽤나 구체적인 형태로 다가온다.

 

   여행은 길을 잃는 것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들도 있고 그 어긋남에서 예상치 못했던 것을 깨닫기도 하고 당시에는 알지 못하지만 먼 훗날 그 때를 회상할 때 문득 느끼게 되는 것들로 인한 즐거움 혹은 후회 등이 나로 하여금 다시 한번 짐을 꾸리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여행은 일상의 부재'이고 왜 매번 여행을 떠나는가는 왜 매번 새로운 소설을 찾아 읽는가라는 질문과 일맥 상통한다는 저자의 말에 많이 공감하며 호모 비아토르의 삶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싶은 여행자로 남고 싶다. 소설가가 쓴 에세이라 그런지 소설의 맛이 난다. 재미있다. 특히 오디세우스 이야기에서 썸바디와 노바디의 해석은 오호..넘나 멋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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