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 - 사랑의 여러 빛깔, 개정판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
바실리 악쇼노프 외 지음, 이문열 엮음, 장경렬 외 옮김 / 무블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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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이 책은 개정판임을 알려둔다. 이문열 작가의 대학 강의를 바탕으로 주제별로 작가 본인 혹은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전범이 될만한 중,단편을 선별하여 엮은 전집인데 약 20여년전에 출간된 책의 개정판이라 선별했던 책의 목록을 바꾸기도 하고 번역을 다시 선별하기도 하고 해서 나온 개정판인지라 개정판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초판 같은 정성이 느껴진다. 개정판을 작가의 말 정도도 다시 쓰는 수고를 하지 않고 내는 작가들도 봐왔는지라 더욱 그렇다.


   저자가 선정한 세계명작산책 첫번째 편의 주제는 '사랑'이다. 소개된 11편의 작품 중에서 내가 읽은 적이 있는 작품은 알퐁스 도데의 '별' 뿐이다. 체호프나 포크너, 하디 그리고 오 헨리 등의 작품들도 있지만 생소한 단편들이고 심지어 작가 이름조차 들어보지 않은 작품들도 몇개 있다. 중,단편을 선호하지 않은 나의 편협한 독서 취향 탓도 있을 것이다. 한 작가의 단편들을 여러 편 한꺼번에 읽는 것보다 이렇게 주제별로 선별된 여러 작가의 단편들을 읽으니 훨씬 가독성이 좋은 듯 하다.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정하려면 얼마나 많은 작품들을 작가는 읽어야했을까. 글을 쓰고 싶은 학생들을 위한 모범이 되는 작품들이여야 하니 선정에 특별한 공을 들였음은 물론일 것이다. '사랑'이라는 주제를 잘못 사용하면 자칫 틀에 박힌 연애소설로 전락하고 마는데 작가가 선정한 11편의 작품들은 모두 저만의 개성을 담아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그러니까 사랑의 수많은 얼굴들을 가장 잘 대면해주는 작품들이라고 보여진다. 답답할 정도로 애달픈 순애보도 있고 오직 사랑의 대상에 의해서만 자아를 만들어가는 사랑도 있으며 섬뜩한 배신으로 사랑을 되갚는 이야기도 있으며 환상 속의 사랑에만 집착하여 인생을 파멸로 몰아가는 사랑 이야기도 담겨있다. 각각의 소설 마지막에는 이문열 작가의 작품 해설과 이 작품을 선별한 이유 등이 간략하게 실려 있어 고맙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두번째 편은 '죽음의 미학'이다. 죽음을 다룬 소설 또한 만만치 않을텐데 어떤 소설들이 실려있을 지 궁금하다. 그리고 과거에 나왔던 시리즈를 찾아보니 10권까지 나온 듯 한데 이 시리즈가 모두 개정판으로 다시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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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리커버 에디션) - 까칠한 글쟁이의 달콤쌉싸름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1
빌 브라이슨 지음, 김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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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 브라이슨의 여행기들이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그 때 나도 유럽산책을 읽고 정말 신박한 여행기라고 생각했었다. 이번에 영국산책 리커버 에디션이 나왔길래 냉큼 집어왔다. 영국은 나의 유럽 여행추억에서 굉장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인데다 특히 이번 여행기는 영국에서 20여년을 살았던 저자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 자신이 사랑하는 영국을 도버해협에서부터 최북단으로 알려진 존 오그로츠(사실은 던넷 헤드)까지 대중교통과 두 다리만을 이용하여 (대중교통이 없는 두어군데는 렌트카를 이용하긴 했지만) 다녀온 후 20여년 전의 기억과 함께 버무려 만든 특별한 여행기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빌 브라이슨만큼은 아니지만 도버에서부터 스코틀랜드 에딘버러까지 기차를 타고 이곳저곳을 다녔던지라 (그것도 빌 브라이슨과 비슷한 시기에) 빌 브라이슨의 여행담이 무척 기대되었다


   이 책은 95년도의 여행을 바탕으로 기록되었다. 그의 글의 특징은 굉장히 수다스러운데다 약간의 의식의 흐름을 양념으로 첨가하고 각종 블랙 유머와 자기 디스를 토핑으로 얹는다는데 있다. 아마도 25년전보다 지금의 글쓰기 흐름과 더 어울리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블랙유머가 마냥 편하지는 않다. 특히 상대방의 외모나 성향을 과도하게 끌어내리는 방식이 지금으로 보자면 어딘지 차별같은 느낌이 들어 불편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같은 수준으로 디스하는 것도 잊지 않는지라 풍자라는 애교로 조금은 봐주기로 한다.


   여행기로서는 완벽했다. 마치 내가 그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고 내가 여행할 때 경험했던 느낌을 생생히 되살려낼 수 있었다. 아..그 길에서 빌 브라이슨은 이렇게 느꼈구나. 런던의 지하철이나 영국사람들에 대한 묘사는 너무나 공감이 가서 배꼽잡고 웃었던 적도 여러번이다. 이토록 유쾌한 여행기라니! 코로나 사태가 진정이 되고 하늘길이 다시 열리게 되면 다시 한번 영국을 탐험하고 싶다. 빌 브라이슨처럼 25년 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변해버린 영국의 모습을 한탄하게 될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여전히 나에게 다시 가고 싶은 나라로 남게 될지 궁금하다. 유럽산책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처음 읽었던 10년전보다 지금 읽으면 아마도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까칠한 코드가 은근 나랑 잘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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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읽는 로마사 - 1,000년을 하루 만에 독파하는 최소한의 로마 지식
윤덕노 지음 / 더난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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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먹는 음식을 알려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보겠다'라는 한 미식가의 말도 있고 '현재의 당신은 6개월전에 당신이 먹은 음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라는 말도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 그만큼 먹는 행위는 단순한 생존 그 이상으로 인류에게 의미가 있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음식에도 유행이 있으며 그 유행은 당시의 시대상과 문화 더 나아가서는 한 나라의 역사를 보여준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지금이야 워낙 글로벌 시대라 인터넷 클릭 몇번이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먹거리도 집안에서 받아볼 수 있지만 2000여년 전에는 어땠을 것 같은가? 놀랍게도 2천여년 전 로마 시대 사람들도 지금 우리가 먹고 마시는 와인이나 올리브 그리고 각종 향신료를 가미한 엄청난 음식들을 집에 앉아 편안히 먹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복지정책에 의해 무상으로 받는 항목까지 있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한창 시대의 로마가 우리나라 역사로 따지면 박혁거세나 주몽 같은 삼국의 시조들이 알에서 태어날까 말까하던 그 시절보다 더 오래전이라는 것.


   저자는 천년 제국 로마의 역사와 문화를 그들의 식탁에서 찾는다. 로마는 건국 당시에는 목축과 농업이 주였던 나라였기 때문에 그들이 먹는 음식 역시 소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들이 공화정을 거쳐 제국으로 성장하면서 그들의 식탁에 가져온 변화는 그들의 세계 정복 야욕만큼 커다란 것이었다. 영토를 넓히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돈이 될만한 물건을 팔아야 했다. 돈이 될만한 것을 찾아 길을 만들고 (예를 들어 소금을 운반하기 위해 만든 '비아 살라리아') 운반을 위한 보관과 운수업이 발달했으며 (예를 들어 소금에 절인 생선과 젓갈을 담은 용기인 암포라 산업과 창고업 같은 새로운 산업이 발전했다) 이를 위해 막대한 자본이 필요했음은 물론이고 '손실의 위험을 분산'시킬 '리스크 헷지' 같은 금융업의 발전으로까지 이어졌다. 그에 더해 로마제국의 왕들이 정치적 목적과 인기를 위해 아노나라는 사회복지 정책 안에 소금, 빵, 올리브, 와인 등을 로마시민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을 포함시킨 것들이 과도하게 시장의 경제논리를 방해하고 결국은 로마제국의 쇠퇴에 어느 정도 일조했다고 하니 로마인들이 먹었던 음식들을 단순한 먹거리로만 생각해서는 곤란한 이유가 명백해진다.


   현재 우리가 이탈리아하면 자연스레 떠올리는 와인이나 올리브 같은 것들이 천년제국 로마를 유지시킨 원동력 중 하나였다니 놀랍다. 이외에도 책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다. 왜 로마인들은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식사를 했을까라던지, 로마인들의 굴 사랑으로 인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그 시대에 벌써 굴 양식을 했을 뿐만 아니라 굴양식 덕분에 목욕탕 문화가 발전했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까지. 저자가 한가득 차려놓은 로마의 식탁으로의 초대를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독자는 축복받을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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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스틸
린지 페이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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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오마주한 이 소설은 주인공 제인 스틸이 자신이 살인자라는 사실을 고백하면서 시작한다. 여성이 한명의 온전한 인격체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가난한 여성들은 고작 부잣집 자녀의 가정교사가 되어야 했던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가정 폭력과 기숙학교의 숨겨진 인권 유린을 스스로 감당하면서 자신의 앞길을 개척한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소설은 총33장으로 되어있는데 각 장의 서두에 인용한 <제인 에어>의 문장들과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의 입을 빌려 끊임없이 오마주되는 <제인 에어>의 내용들이 변주된 소설과 너무 찰떡 궁합일 뿐 아니라 '제인 에어'를 자신의 멘토로 삼아 어떤 때는 제인 에어와 같은 결정을, 어떤 때는 제인 에어와 다른 결정을 내리면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제인 스틸의 스토리가 매력적이다.


   스스로 자서전을 써내려가는 것처럼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나가다가 중간중간 독자에게 말을 걸면서 독자들을 끝까지 휘어잡는 방식이 소설이 아닌 저자 자신의 이야기처럼 생생하게 전달된다. 미스터리와 스릴러적인 어두운 인생을 밑바닥에 깔고 유머와 제인 에어로 단단하게 무장한 상태에서 마주한 사랑은 제인 에어와 로체스터의 그것만큼이나 위태롭다. 로체스터가 부인이 있음을 고백했어야 하는 것과 제인 스틸이 사실은 자신은 연쇄 살인마라는 걸 고백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어려울까.


   작가는 제인 스틸의 이야기를 빌어 영국이 무모하게 벌였던 식민지 전쟁에 관한 비판을 더한다. 유럽 열강 국가들이 너도 나도 대항해라는 명목으로 다른 나라들을 유린하고 착취하며 누가누가 식민지를 많이 갖나 쟁탈전을 벌이던 시기,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펀잡 지방의 시크 교도 지도자들과 손잡고 저지른 만행을 고발한다. 동인도 회사가 영국에게는 부와 권력을 가져다 주었을 지 모르지만 그 부와 권력의 뒤에 수많은 원주민과 토착민들의 강요된 희생이 전제되어야 했던 부당함을 비난한 것이다.


   이렇듯 소설은 여러가지 다양한 소재를 엮으면서도 어색하거나 엉성하지 않고 탄탄하게 잘 짜여있어 몰입도가 굉장하고 소설이 가져야 할 기본기인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게다가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기특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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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체를 줍는 이유 - 자연을 줍는 사람들의 유쾌한 이야기
모리구치 미츠루 지음, 박소연 옮김 / 숲의전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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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으시시하지만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다. 일본에 <자유의 숲>이라는 대안학교가 있다고 한다. 중,고등학교인데 대안학교 규모로는 제법 크다고 하는데 찾아보니 모두 예전 자료라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지금도 여전히 인기가 좋고 초심을 잃지 않은 학교로 남아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자유의 숲'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한 생물 수업에 관한 이야기이다. 물론 선생님의 어렸을 적 곤충을 좋아했던 이야기, 왜 사체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어떻게 선생님이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아이들과 함께 '사체'를 가지고 했던 일들을 담았다.


   이 학교의 모든 수업이 특별하지만 특히 생물 시간은 더욱 그렇다. 직접 자연에 나가 관찰하고 줍고 기록하는 행위를 통해 가르침을 받는다. 자연이 아이들의 선생이다. 학교 근처 숲 한바퀴만 돌아도 아이들은 두더쥐의 사체, 쥐의 사체, 새의 사체, 너구리의 사체, 각종 곤충의 사체들을 한가득 가지고 온다. 방학동안 각자 흩어졌던 아이들은 고래뼈나 바다표범 머리를 가지고 오기도 하고 평소에 학교 근처에서 볼 수 없었던 생물들의 사체를 선생님에게 보내오기도 한다. 개학 후 학교로 돌아오는 아이들의 가방은 각종 보물들로 가득하다.


   사체를 해부하거나 골격을 재조립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그 속에 담긴 자연의 역사를 배우고 생물들의 삶을 읽으며 다양성을 배워간다. 무엇보다 배움이 즐겁다는 걸 깨달으며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간다. 아이들의 사소한 말 하나하나에도 귀를 기울이는 선생님이 있어 즐겁고 사체를 줍는 것 같은 이상한 행동을 함께 할 친구들이 있어 좋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는 아이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밑바탕이 되고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떠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편견없이 바라보게 되는 인성이 된다.


   선생님이 그린 그림들의 날짜를 보니 대부분이 93년도이다. 2000년까지 학교에 계셨다는 선생님은 지금도 여전히 어딘가에서 사체를 주우며 하루를 보내고 계실지 모르겠다. 사체를 들고 와서 선생님에게 질문을 하는 아이들과 아이들의 과학 시간에 쓰라며 사체를 보내주기도 하고 함께 참관을 하기도 하는 부모들이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과 마음을 조금이라도 훔쳐올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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