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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리커버 에디션) - 까칠한 글쟁이의 달콤쌉싸름한 여행기 ㅣ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1
빌 브라이슨 지음, 김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20년 10월
평점 :
빌 브라이슨의 여행기들이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그 때 나도 유럽산책을 읽고 정말 신박한 여행기라고 생각했었다. 이번에 영국산책 리커버 에디션이 나왔길래 냉큼 집어왔다. 영국은 나의 유럽 여행추억에서 굉장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인데다 특히 이번 여행기는 영국에서 20여년을 살았던 저자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 자신이 사랑하는 영국을 도버해협에서부터 최북단으로 알려진 존 오그로츠(사실은 던넷 헤드)까지 대중교통과 두 다리만을 이용하여 (대중교통이 없는 두어군데는 렌트카를 이용하긴 했지만) 다녀온 후 20여년 전의 기억과 함께 버무려 만든 특별한 여행기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빌 브라이슨만큼은 아니지만 도버에서부터 스코틀랜드 에딘버러까지 기차를 타고 이곳저곳을 다녔던지라 (그것도 빌 브라이슨과 비슷한 시기에) 빌 브라이슨의 여행담이 무척 기대되었다
이 책은 95년도의 여행을 바탕으로 기록되었다. 그의 글의 특징은 굉장히 수다스러운데다 약간의 의식의 흐름을 양념으로 첨가하고 각종 블랙 유머와 자기 디스를 토핑으로 얹는다는데 있다. 아마도 25년전보다 지금의 글쓰기 흐름과 더 어울리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블랙유머가 마냥 편하지는 않다. 특히 상대방의 외모나 성향을 과도하게 끌어내리는 방식이 지금으로 보자면 어딘지 차별같은 느낌이 들어 불편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같은 수준으로 디스하는 것도 잊지 않는지라 풍자라는 애교로 조금은 봐주기로 한다.
여행기로서는 완벽했다. 마치 내가 그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고 내가 여행할 때 경험했던 느낌을 생생히 되살려낼 수 있었다. 아..그 길에서 빌 브라이슨은 이렇게 느꼈구나. 런던의 지하철이나 영국사람들에 대한 묘사는 너무나 공감이 가서 배꼽잡고 웃었던 적도 여러번이다. 이토록 유쾌한 여행기라니! 코로나 사태가 진정이 되고 하늘길이 다시 열리게 되면 다시 한번 영국을 탐험하고 싶다. 빌 브라이슨처럼 25년 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변해버린 영국의 모습을 한탄하게 될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여전히 나에게 다시 가고 싶은 나라로 남게 될지 궁금하다. 유럽산책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처음 읽었던 10년전보다 지금 읽으면 아마도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까칠한 코드가 은근 나랑 잘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