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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체를 줍는 이유 - 자연을 줍는 사람들의 유쾌한 이야기
모리구치 미츠루 지음, 박소연 옮김 / 숲의전설 / 2020년 10월
평점 :
제목이 으시시하지만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다. 일본에 <자유의 숲>이라는 대안학교가 있다고 한다. 중,고등학교인데 대안학교 규모로는 제법 크다고 하는데 찾아보니 모두 예전 자료라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지금도 여전히 인기가 좋고 초심을 잃지 않은 학교로 남아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자유의 숲'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한 생물 수업에 관한 이야기이다. 물론 선생님의 어렸을 적 곤충을 좋아했던 이야기, 왜 사체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어떻게 선생님이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아이들과 함께 '사체'를 가지고 했던 일들을 담았다.
이 학교의 모든 수업이 특별하지만 특히 생물 시간은 더욱 그렇다. 직접 자연에 나가 관찰하고 줍고 기록하는 행위를 통해 가르침을 받는다. 자연이 아이들의 선생이다. 학교 근처 숲 한바퀴만 돌아도 아이들은 두더쥐의 사체, 쥐의 사체, 새의 사체, 너구리의 사체, 각종 곤충의 사체들을 한가득 가지고 온다. 방학동안 각자 흩어졌던 아이들은 고래뼈나 바다표범 머리를 가지고 오기도 하고 평소에 학교 근처에서 볼 수 없었던 생물들의 사체를 선생님에게 보내오기도 한다. 개학 후 학교로 돌아오는 아이들의 가방은 각종 보물들로 가득하다.
사체를 해부하거나 골격을 재조립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그 속에 담긴 자연의 역사를 배우고 생물들의 삶을 읽으며 다양성을 배워간다. 무엇보다 배움이 즐겁다는 걸 깨달으며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간다. 아이들의 사소한 말 하나하나에도 귀를 기울이는 선생님이 있어 즐겁고 사체를 줍는 것 같은 이상한 행동을 함께 할 친구들이 있어 좋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는 아이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밑바탕이 되고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떠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편견없이 바라보게 되는 인성이 된다.
선생님이 그린 그림들의 날짜를 보니 대부분이 93년도이다. 2000년까지 학교에 계셨다는 선생님은 지금도 여전히 어딘가에서 사체를 주우며 하루를 보내고 계실지 모르겠다. 사체를 들고 와서 선생님에게 질문을 하는 아이들과 아이들의 과학 시간에 쓰라며 사체를 보내주기도 하고 함께 참관을 하기도 하는 부모들이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과 마음을 조금이라도 훔쳐올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