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어원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잘난 척 인문학
이재운 지음 / 노마드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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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시리즈가 요즘 인기다. 영어잡학사전, 우리말잡학사전, 철학잡학사전 등에 이어 '우리말 어원사전'이 나왔다. 말이 잘난 척이지, 이 책들을 읽다보면 나의 무지에 부끄러워지기 마련이다. 특히 이번에 나온 우리말 어원 사전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우리가 평소 생각없이 사용하는 많은 어휘나 표현들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알려주는 기특한 책이다. 사실 '우리말'이라고는 했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순우리말이라는 뜻은 아니고 '우리가 쓰는 말'이라고 해야겠다.

   우리말의 많은 어휘들이 한자로부터 기원했다는 것은 대부분이 알고 있겠지만 왜 그러한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 그저 예전부터 중국의 문화권에 있었으니 그러지 않았나 짐작할 뿐이었다. 일제 강점기를 지내면서 일본어의 많은 잔재들이 우리말에 여전히 남아있고 그 잔재들을 없애고자하는 노력들이 많이 있어왔다. 그런데 '신라의 백제 강점기'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저자는 신라의 백제 강점기에 대부분의 우리말이 한자로 뒤덮였고 고려가 원나라의 부마국이 되면서 많은 몽골어가 왕실로 들어와 우리말로 흡수되었음을 지적한다(충선왕의 경우는 외할아버지가 쿠빌라이였으니 말 다했다). 게다가 불교가 전해지면서 인도어가 어원인 많은 불교용어들 역시 우리말과 섞이게 되었다. 저자는 신라의 삼국통일 이후 나라의 지명이 모조리 한자로 바뀐 것을 두고 일제 강점기의 창씨 개명에 비교할 정도이다. 이 때 덮어쓴 한자어가 우리말의 전승을 방해하고 결국 문학언어로서의 발전을 할 수 없게끔 하는 주된 이유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문학언어의 미개가 우리 말로 된 논문이나 문학 작품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는 점인데, 정말 공감되는 부분이다.

   저자는 고조선시대부터 광복 이후 현재까지 시대별로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어휘나 표현의 어원을 설명한다. 어원의 마지막에 각 언어나 표현이 잘못 사용된 예를 특정 문학작품에서 발췌하거나 일반적인 문장으로 알려주고 있는데, 예를 들어 조선시대나 되어서야 사용되기 시작한 단어를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나 사극에서 사용하는 경우를 지적한다. 그만큼 작가를 비롯해서 대중매체에서 무엇을 전달할 때에는 사용하는 단어 하나 어휘 하나에도 철저한 고증을 통해 시대에 맞는 표현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우리말처럼 사용된 단어들을 하루 아침에 어색한 순우리말로 바꾸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뜻을 알기도 어려운 한자어의 사용을 줄이는 것과 인터넷, 방송, 광고 등에서 남발하는 국적을 알 수 없는 '독'을 빼내는 일은 정말 시급한 과제가 아닌가 싶다. 수많은 외국의 단어들과 함께 뒤죽박죽 된 우리말,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다면 그 뒤에 숨은 어원이라도 알고 사용하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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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특별판, 양장)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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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는 밑도 끝도 없이 그냥 시작된다. 시대가 언제인지, 장소가 어디인지 전혀 힌트가 없는 채로 바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따라잡으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 가장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나오는 연도로 추정해보자면, 2195년에서 150년 전 즈음이라고 했으니, 화자가 이야기하는 시대는 21세기 중반 정도로 짐작된다. 그 때의 인류는 각종 공해와 질병으로 오염되어 있는 상태이다. 방사능으로 인한 질병과 환경 오염에 따른 기형아의 출산과 무분별한 낙태 등으로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되고 여러 전쟁으로 지구가 소란스러운 때에 한 극우 기독교 집단이 설립한 '길리아드'라는 국가가 배경이다.

   남성은 사령관, 수호자, 천사 등으로 분류되고 여성의 계급은 아내, 하녀, 시녀, 아주머니 등으로 분류된다. '아내'들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거나 나이가 들 때까지 아이를 갖지 못하면 '사령관'은 '시녀'를 둘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되는데 '시녀'는 가임 가능한 여성들로, '사령관'의 집에 배치받기까지 엄격한 '아주머니'들의 감시 속에서 생활한다.  '사령관'이 아닌 남자들은 '시녀'를 둘 자격도 없고, 어떠한 방식으로도 욕구의 배출은 기독교 교리에 따라 철저하게 금지된다. 한 '사령관'에게 배속이 된 '시녀'는 배란기가 되면 아기를 갖기 위해 사령관과 동침을 하게 되고 그렇게 해서 태어난 아기는 '아내'의 소유가 된다. 더 이상 가임이 불가한 여성들은 '콜로니'라는 곳으로 보내져 죽을 때까지 노동을 하게 된다. '시녀'들은 이름도 없이 '오브(사령관이름)', 즉 자기가 부임하게 되는 집 사령관의 소유라는 의미의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책 속 화자인 시녀의 이름은 오브프레드인데, 프레드 사령관 소속이라는 뜻이다. 시녀는 철저히 출산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만 존재하며 사회지도층의 자궁이 되어야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길리아드'는 인간이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게 만드는 책이나 인쇄물은 없어지고 사치품으로 분류되어 암시장에서나 거래되는 그런 사회이다. 가게의 간판조차 그림으로 구별되며 오로지 허락된 인쇄물인 기도문조차도 사령관 가족들만 주문할 수 있다. 도처에 '눈'으로 불리우는 감시자들이 있어 반란의 기미가 있거나 지하저항조직과 연루된 사람들이 발각되면 '구제'라는 이름으로 공개처형을 당한다.

   정말 끔찍한 상상이지만 완전히 낯설지는 않다. 현재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고 있으면, 이런 세상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인간은 도저히 희망이 없어 보이는 이런 상황에서도 금지된 것을 욕망하고 끊임없이 탈출하기를 꿈꾼다. 누군가는 잡혀서 처형을 당하고, 누군가는 붙잡히기 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걸 보면서도 목숨 건 위험을 택한다. 자신의 신체와 정신에 대한 자율성을 빼앗기는 것만큼 절망적인 것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었을때와 같은 충격이었다. 다행히 안심이 되는 결말로 소설은 끝나지만 단 몇십년이라도 그런 사회 속에서 살아야만 한다면 나는 무엇을 택하게 될까? 내가 무언가를 택할 자유와 시간이 주어지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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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회화 - 오늘 만나는 우리 옛 그림
윤철규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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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회가 있다면 동양 특히 우리나라의 옛 그림에 관한 책들을 일부러 찾아 읽어보려고 하는 편이라 이번에는 조선시대 회화에 관심을 가져봤다. 유럽의 회화는 직접 찾아가서도 보고 한국에서 전시도 하면 비싼 입장료를 순순히 내고서도 보고 각종 책이나 도판으로도 보게 되는데, 왜 우리나라의 회화는 그러지 못할까 자문해보았다. 그냥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우선,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그림이 그렇게 많지 않다. 조선시대 500년의 회화라고 대중들에게 노출되어있는 그림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유럽의 그림들에서 볼 수 있는 풍부한 이야기들이 많지 않다. 있다 하더라도 중국 고사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로 되어있어 재미를 붙이기가 어렵다.

   이 책은 조선 시대 500년의 회화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고 그 그림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읽어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이 담긴 책이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대표적인 작품들 위주로 수록이 되어 있어 우리 눈을 즐겁게 해줄 미술 작품들을 기대했다면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이렇게 조선 시대 회화를 어떻게 대면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기본을 알려주는 책은 처음 접해본지라 아쉬운 작품 수를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

   짐작은 했지만 조선 시대는 기승전 중국이었다. 화론도 중국의 화론을 따라가고 회화에 반영된 사상이나 회화를 대하는 태도도 중국의 주자성리학과 은자 사상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시를 그림으로 표현해내는 시의도는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림으로 표현된 시나 문학의 대부분이 중국 작품이라는 점을 보면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난 독자적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또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당시 회화에 대한 기록도 많지 않을 뿐더러 그마저도 그림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일까? 가장 큰 이유는 조선을 관통했던 사상인 주자성리학이 감성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통제했다는 점이다. 그림을 감상하는 일을 완물상지 즉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하여 비난의 대상이 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니 자유로운 예술 활동은 위축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때문인지,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나 예술을 장려했던 유럽의 왕들처럼 재정적 기반과 보호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든든한 배경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척박한 환경에서도 강세황, 최북, 이인문, 김홍도, 신윤복, 김정희, 장승업 같은 위대한 화가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그들 뒤에 돈 많고 예술을 사랑하는 후원자들이 있었다면 지금 우리의 미술은 달라졌을까라는 질문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 한권으로 조선 시대의 회화를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을 얻었다라고는 하기 어렵지만 예술에 대한 인식의 부족이 어떻게 지금의 현실로 이어졌는지를 알게 해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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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보는 오디세이아 명화로 보는 시리즈
호메로스 지음, 강경수 외 옮김 / 미래타임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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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여행을 가게 되면 꼭 들르는 곳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이다. 그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많은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림의 주제와 소재가 된 주인공인 신화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림을 보면서 어떤 장면인지, 어떤 신이고 어떤 인물인지 짐작하는 재미도 있고 인간과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능력을 지닌 신들과 그 신들에게 무모한 도전도 하고 진실한 숭배도 하면서 때로는 신들과 사랑에 빠지는 인간들을 이야기하는 신화는 그 말도 안되는 점 때문에 흥미롭다. 전해오는 많은 이야기들의 모태가 되는 것이 바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인데, <일리아스>가 그리스와 트로이간의 10년동안의 비극적 전쟁이야기라면 <오디세이아>는 그 전쟁에서 그리스편에 섰던 영웅 오디세우스가 전쟁 후 집에 돌아오기까지의 고난을 노래한 작품이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이야기는 부분적으로 수백번은 여기저기서 듣기도 하고 읽기도 하고 그림을 통해 보기도 했지만 실제 호메로스의 작품을 완독을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수많은 버전이 존재하지만 이번에 <명화로 보는 오디세이아>를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게 되었는데, 명화와 함께 이야기를 읽으니 장면 하나하나가 내 눈앞에 펼쳐진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아..정말 굉장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은 이야기의 거의 모든 장면들을 누군가가 그림으로 표현했다는 점이었다. 대부분이 알고 있는 에피소드이지만 처음 보는 등장인물이나 장면들도 있었는데, 그런 작은 이야기들마저 누군가에 의해 그려졌다는 것을 보면, 호메로스의 이 작품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고 시대에 시대를 거쳐 회자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명화로 보는 오디세이아>는 누구나 쉽고 재미있고 생생하게 인류의 오래된 서사 문학 중 하나를 완독할 수 있도록 출간되었다. <명화로 보는 일리아스>도 이미 출간된 것 같으니 둘이 짝을 이루어 읽으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단지 조금, 아주 조금 아쉬운 점은 명화들의 작가 이름은 대부분 표기하였으나 출처 등에 대한 정보가 없어 나중에라도 유럽의 미술관 등을 찾을 때 참고하기가 어렵다는 것과 작품이 우선이다 보니 명화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뜻 손에 쥐게 되지 않는 호메로스의 위대한 서사 작품을 더 다가가기 쉽게 만든 멋진 책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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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사랑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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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여년 전에 쓰인 작품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술술 읽히는 소설이었다. 어딘지 순정만화 같은 냄새가 나는 제목과는 달리 무뚝뚝한 사립 탐정 필립 말로와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이다. 쿨하면서도 이야기 중간중간 빵 터지는 유머까지 겸비한 필립 말로를 좋아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매력이 거침없이 드러나는 작품이었는데 필립 말로가 등장하는 작품들이 몇권 더 있다고 하니 시리즈 전체를 조만간 구비해 봐야겠다.

  

   8년 전 은행강도 사건으로 붙잡혀 복역 중이던 무스 맬로이는 가석방으로 출옥한 후 자신이 짝사랑하던 벨마라는 여자를 찾아 여기저기 수소문하던 중 살인을 하게 되는데, 우연히 그 사건에 휘말리게 된 필립 말로는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나중에는 자신의 목숨을 위협받으면서도 이 사건에 집착하게 된다.  중간중간 필립 말로가 뱉어내는 유머는 잔인할 수 밖에 없는 사건의 질량을 가볍게 하는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추리소설인만큼 읽는 동안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작가의 인간에 대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는 작가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필립 말로가 지닌 인간에 대한 태도에 기인한 바가 크지만 이외에도 큰 키와 엄청난 덩치의 은행강도이자 살인범인 무스 맬로이를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순정을 지닌 인물로 그려낸 것도 그렇고 뒷골목의 건달 잡역부에 불과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솔선수범하여 필립 말로를 도와주는 레드라는 인물 역시 작가의 휴머니즘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레이번드 챈들러를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대표 작가라고도 하고 특히 필립 말로가 등장하는 작품들이 하드보일드 문체의 대표작들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런 문학적 전문성을 언급할 정도의 독자는 아니지만 소설의 전체적인 스타일, 그리고 필립 말로가 풍기는 분위기 등을 통해 하드보일드란 이런 것이구나라고 작은 짐작이나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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