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 (특별판, 양장)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는 밑도 끝도 없이 그냥 시작된다. 시대가 언제인지, 장소가 어디인지 전혀 힌트가 없는 채로 바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따라잡으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 가장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나오는 연도로 추정해보자면, 2195년에서 150년 전 즈음이라고 했으니, 화자가 이야기하는 시대는 21세기 중반 정도로 짐작된다. 그 때의 인류는 각종 공해와 질병으로 오염되어 있는 상태이다. 방사능으로 인한 질병과 환경 오염에 따른 기형아의 출산과 무분별한 낙태 등으로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되고 여러 전쟁으로 지구가 소란스러운 때에 한 극우 기독교 집단이 설립한 '길리아드'라는 국가가 배경이다.

   남성은 사령관, 수호자, 천사 등으로 분류되고 여성의 계급은 아내, 하녀, 시녀, 아주머니 등으로 분류된다. '아내'들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거나 나이가 들 때까지 아이를 갖지 못하면 '사령관'은 '시녀'를 둘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되는데 '시녀'는 가임 가능한 여성들로, '사령관'의 집에 배치받기까지 엄격한 '아주머니'들의 감시 속에서 생활한다.  '사령관'이 아닌 남자들은 '시녀'를 둘 자격도 없고, 어떠한 방식으로도 욕구의 배출은 기독교 교리에 따라 철저하게 금지된다. 한 '사령관'에게 배속이 된 '시녀'는 배란기가 되면 아기를 갖기 위해 사령관과 동침을 하게 되고 그렇게 해서 태어난 아기는 '아내'의 소유가 된다. 더 이상 가임이 불가한 여성들은 '콜로니'라는 곳으로 보내져 죽을 때까지 노동을 하게 된다. '시녀'들은 이름도 없이 '오브(사령관이름)', 즉 자기가 부임하게 되는 집 사령관의 소유라는 의미의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책 속 화자인 시녀의 이름은 오브프레드인데, 프레드 사령관 소속이라는 뜻이다. 시녀는 철저히 출산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만 존재하며 사회지도층의 자궁이 되어야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길리아드'는 인간이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게 만드는 책이나 인쇄물은 없어지고 사치품으로 분류되어 암시장에서나 거래되는 그런 사회이다. 가게의 간판조차 그림으로 구별되며 오로지 허락된 인쇄물인 기도문조차도 사령관 가족들만 주문할 수 있다. 도처에 '눈'으로 불리우는 감시자들이 있어 반란의 기미가 있거나 지하저항조직과 연루된 사람들이 발각되면 '구제'라는 이름으로 공개처형을 당한다.

   정말 끔찍한 상상이지만 완전히 낯설지는 않다. 현재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고 있으면, 이런 세상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인간은 도저히 희망이 없어 보이는 이런 상황에서도 금지된 것을 욕망하고 끊임없이 탈출하기를 꿈꾼다. 누군가는 잡혀서 처형을 당하고, 누군가는 붙잡히기 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걸 보면서도 목숨 건 위험을 택한다. 자신의 신체와 정신에 대한 자율성을 빼앗기는 것만큼 절망적인 것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었을때와 같은 충격이었다. 다행히 안심이 되는 결말로 소설은 끝나지만 단 몇십년이라도 그런 사회 속에서 살아야만 한다면 나는 무엇을 택하게 될까? 내가 무언가를 택할 자유와 시간이 주어지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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