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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사랑 ㅣ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80여년 전에 쓰인 작품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술술 읽히는 소설이었다. 어딘지 순정만화 같은 냄새가 나는 제목과는 달리 무뚝뚝한 사립 탐정 필립 말로와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이다. 쿨하면서도 이야기 중간중간 빵 터지는 유머까지 겸비한 필립 말로를 좋아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매력이 거침없이 드러나는 작품이었는데 필립 말로가 등장하는 작품들이 몇권 더 있다고 하니 시리즈 전체를 조만간 구비해 봐야겠다.
8년 전 은행강도 사건으로 붙잡혀 복역 중이던 무스 맬로이는 가석방으로 출옥한 후 자신이 짝사랑하던 벨마라는 여자를 찾아 여기저기 수소문하던 중 살인을 하게 되는데, 우연히 그 사건에 휘말리게 된 필립 말로는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나중에는 자신의 목숨을 위협받으면서도 이 사건에 집착하게 된다. 중간중간 필립 말로가 뱉어내는 유머는 잔인할 수 밖에 없는 사건의 질량을 가볍게 하는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추리소설인만큼 읽는 동안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작가의 인간에 대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는 작가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필립 말로가 지닌 인간에 대한 태도에 기인한 바가 크지만 이외에도 큰 키와 엄청난 덩치의 은행강도이자 살인범인 무스 맬로이를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순정을 지닌 인물로 그려낸 것도 그렇고 뒷골목의 건달 잡역부에 불과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솔선수범하여 필립 말로를 도와주는 레드라는 인물 역시 작가의 휴머니즘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레이번드 챈들러를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대표 작가라고도 하고 특히 필립 말로가 등장하는 작품들이 하드보일드 문체의 대표작들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런 문학적 전문성을 언급할 정도의 독자는 아니지만 소설의 전체적인 스타일, 그리고 필립 말로가 풍기는 분위기 등을 통해 하드보일드란 이런 것이구나라고 작은 짐작이나마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