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호텔 - 영혼과 심장이 있는 병원, 라구나 혼다 이야기
빅토리아 스위트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오늘 종합검진 결과를 보기 위해 종로에 있는 하나로 의료재단을 방문했다. 개인적으로 진단서가 필요해서 두주전에 예약을 하고 종합검진을 받았다. 새로 이전한 하나로 의료재단을 처음으로 방문했는데 현대적이고 세련된 병원 시설에 놀랐다. 건물 자체도 새로 지어진 건물이라 들어가는 곳부터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그리고 병원에 들어가자 마자 맞이하는 안내원들이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현대적이고 세련된 것이였다. 들어가는 과정을 통제하고 엘리베이터도 개별 엘리베이터에서 가고자하는 층을 누르는 시스템이 아니라 엘리베이터 존입구에 있는 작은 시스템을 통해서 중앙에서 통제되었다. 병원에 들어가서는 깔끔하게 수트를 차려입은 안내원들이 들어가자 마자 친절히 안내해 주었다. 그곳에서 행정과 안내 그리고 진찰로 나누어진 병원의 각 구조들이 마치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만족스럽고 깔끔했다. 최근에 경험한 이 병원은 현대적이였지만 딱딱하지 않은 무언가를 느낄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이라기 보다는 검진을 하는 진단소였기에 그러한 특징을 유지할수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병원은 현실을 팍팍하고 어렵다. 당장 수술에 필요한 돈이 마련되지 않으면 할 수 없고 병원에 입원을 하게되면 매일매일 엄청난 병원비가 늘어난다. 의료보험 혜택이 아니면 누구도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충분한 재원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병원이라는 곳이 그다지 반가운 곳은 아니지만 오히려 여러 가지 현대적인 시설들이 그러한 이미지 상당수를 변화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최근 티비에 방영되는 의학 드리마를 통해서 의술을 펼치는 의사들의 이면에는 다른 자본과 권력의 논리가 작동되는 현실이 있음을 보게된다. 티비를 통해서 보면 의사라는 직업이 그렇게 많은 환자들을 돌보아야 하는데 얼마나 어려울까 그리고 그들 하나하나를 의사가 일로써 진단하고 치료해야할 환자가 아니라 인격을 가진 한사람으로 얼마나 어려울까 하는 고충도 알게된다. 아마도 환자들을 돌보는 의사와 병원이라는 시스템은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의 상품을 것이다.

 

이 책 <신의 호텔>은 라구나 혼다 병원의 의사와 환자 이야기를 다룬 의학 에세이다. 특별히 의학적인 기술을 다룬다거나 환자를 치료하는 특별한 방법을 다룬 책이 아니라 그저 의사가 가장 기본적으로 환자들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정성껏 진료할 때 대부분의 환자는 치료될 수 있다는 지극히 상식적으로 기본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저자 빅토리아 스위트는 이 병원에 2달간 일할 것을 생각하다가 20년동안 이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이다. 이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준것은 현대의학에 밀려 인격의학이 빚을 잃어가고 있는 이시대에 인간을 인간으로 취급하는 인격의학을 다시금 재발견해준다는 것이다. 오래동안 알려지지 않는 의학 서적들을 발굴하여 그것을 소개하여 인간을 치료함에 있어서 따뜻함과 인격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잔잔하지만 감동적이고 설득적이게 우리에게 들려준다.

 

저자가 경험한 각각의 환자를 치료하는 경험을 통해서 느리지만 따뜻하고 인격적인 태도만으로도 얼마나 많은환자들이 고침을 받는지 보여주고 있다. 모든 것이 자본과 효율의 논리로 지배되는 이시대에 참된 인격적인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의학이라는 것이 단지 치료를 파는 상품이 아니라 인간을 치유하는 인격적인 행위라는 것을 감동적으로 보여주었다. 현대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시대가 아니라 오래된 전통이 새롭게 재조명되어야 하는 시대이다. 의학도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인격을 가진 인간을 치유하는 인격적인 행위라는 것을 설득력있고도 감동적으로 보여준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병원의 모든 비효율성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만약 그런 비효율성을 모두 합쳐놓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부정확한 진단 대신 더 정확한 진단이 나오지 않을까? 의사들이 환자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응급실에 찾아갈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기분이 진정되고, 안경이 고쳐지고, 공짜로 닭을 구경하는 즐거움까지 누렸으니 말이다. 한 의사가 밖으로 나가 월마트에서 신발을 사온 까닭에 불필요한 입원으로 인한 손실을 막을 수 있었으니, 거기서 절약된 비용으로 좋은 음식이나 음료, 마사지, 신선한 꽃다발, 대체의학 같은 여유를 즐길 돈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나는 지금이 비록 근거중심의학의 시대이기는 하지만, 라구나 혼다의 비효율적인 보건의료 모델도 시도해볼 가치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p.106~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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