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독서뿐 - 허균에서 홍길주까지 옛사람 9인의 핵심 독서 전략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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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선생님은 조선시대 문장을 전공한 분으로 우리나라 조선시대 지식사회에 대한 전문가이시다. 특히 문장론에 관한한 그의 글은 매우 탁월하다. 그동안 정민 선생님이 펴내신 책들을 많지는 않지만 읽어보았다. 옛선현들의 글을 연구하는 학자여서 그런지 이분의 글도 옛조선시대 선비들의 그윽한 글의 향취가 많이 묻어나 있었다. 내가 읽은 정민 선생님의 최고의 책은 <한시미학산책>이다. 이 책을 읽고 어찌나 진한 고전의 문장 향기가 짙게 나던지 그만 정민 선생님의 글에 취해버렸다. 그래서 다른 출판사에서 다시 개정판이 나오기 전, 절판되었던 <한시미학산책>을 구석구석 뒤벼서 겨우 한권을 발견하여 금덩이를 캐낸 기분으로 책을 가져왔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다산 정약용의 지식경영법>은 다산 정약용이 짧은 기간동안 전무후무한 지식작업을 할 수 있었던 방법을 10가지로 정리해서 들려주는데 이 책 또한 정민 선생의 내공이 묻어나는 역작이였다. 직접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역시 인문학자답게 깊은 내공과 인문의 향기가 직접 전달되어 또한 그 향내에 취해서 바로 이분의 팬이 되었다.

 

솔직히 초기 저작에 비해서 정민 선생님의 후기 저작들은 다소 짧은 글을 모아노은 단편집이다. <일침>이라던지, <삶을 바꾼 만남>같은 책들은 선현들의 글을 짧게 해석한 글을 모은것과 인터넷에 올린 것을 묶은 책들이였다. 물론 정민 선생님의 내공이 묻어나는 책이지만 초기의 저작에 비해서 깊이있는 내공과 문장의 매력이 조금은 떨어지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이 책 <오직 독서뿐>은 허균, 안정복, 박지원, 홍길주에 이르는 조선 최고 지식인들의 독서 전략과 그들이 경험한 실제적인 독서의 묘미에 대해서 원문의 짧은 글을 인용하고 정민 선생님이 해설을 다는 매우 짧은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록 단편이지만 역시 조선시대 선비들의 글의 향취가 묻어있고 동양정신의 특유의 실제성, 통일성, 경험성들이 담겨져 있다. 서구의 공부법과 독서법을 보지만 역시나 그들 특유의 분석적인 측면이 강하여 깊은 울림이나 여운이나 몸을 움직여 책을 읽고자하는 실천적 힘보다는 방법론에 치우친 경향이 많다. 하지만 우리 선현들의 독서법은 깊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으로 안전하고 건강하다.

 

<오직 독서뿐>에서 전하는 우리 선현들의 독서방법중에 가장 인상적이 였던 부분은 천천히 다독하며 깊이 읽으라는 조언이다. 나를 비롯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독에 대한 생각이 많다. 그런데 나도 책을 읽으면서 많이 읽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깊이 읽어서 저자의 정신을 깨닫고 그 정신과 영혼으로 내안에 깊은 울림을 받고 결국은 인격과 삶이 바뀌는 부분까지 나아가야지 독서의 유용성을 경험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삶을 바꾸는 독서를 위해서는 깊이 읽어야 하고 깊이 읽기 위해서는 천천히 그리고 같은 책을 많이 읽는 다독의 경험이 필요하다. 책을 한번읽었다고 저자가 평생에 걸쳐서 쌓은 지식을 다 흡수 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같은 책을 여러번 읽을수록 이상하게 그때마다 다가오는 감동과 수용하는 지식을 달라진다. 이것은 독자의 경험과지식이 많아지면서 책을 흡수할수 있는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고, 그때그때마다 고민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그 고민의 부분에 따라서 책의 수많의 지식들중에 그에 맞는 부분이 독자에게 깊이 다가오는 것이다. 우리 선현들의 독서는 완전히 이해될 때까지 몇십번이고, 몇백번이고, 읽는 다독의 방법은 깊이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깊게 공감되는 부분은 책을 좋아하면 책에 대한 외관또한 좋아한다는 부분이였다. 나는 책이 좋다. 책을 주문하면 기다려지고 책을 받으면 냄새맡고 이러저리 돌려보며 만져본다. 그리고 심지어 책을 만질때는 손을 씻고 만지는 버릇까지 생겼고 아내가 책을 팔꿈치고 누르면 얼른 책을 빼버린다. 이것이 진정으로 책을 좋아하는 자들의 태도인데 이것을 책을 좋아한 옛선현들이 이렇게 언급한 부분을 읽으면서 책중독자는 책 자체를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흡이 짧아서 전체적인 독서에 대한 깊은 옛선현들의 사상과 실천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고자하는 마음에 썩 흡족하지는 않으나 사람에 따라서 주제에 따라서 분류되어 있어서 단편이지만 그 단편들이 나름대로 계통이 있고 체계가 있어서 만족스럽기도 하다. 오직 독서뿐! 제목처럼 정민 선생님도 독서를 강조하고 옛선현들도 독서를 강조한다. 오직 독서만이 산만한 정신을 오롯이 세우고 바른 가치관을 세운다. 인터넷을 통해서 현대인의 지각이 산만하다고 했던 서양철학자의 말을 참고하지 않더라도 현대인들은 즉흥적으로 지각은 산만하다. 화면에 떠오르는 수많은 상들은 단 몇초만에 바뀌고 깊이 생각하는 능력을 떨어뜨린다. 오직 독서만이 깊이 생각하고 우리의 정신을 세워서 결국 우리의 삶을 세우는 것이다. 정민 선생님을 통해서 옛선현들의 독서를 듣고 배우는 귀한 책이였다. 오직 독서뿐!

 

인터넷 시대가 될수록 독서의 소중함은 더 절실해진다. 어려서부터 손가락을 움직여 지식을 얻지만 깊은 사유의 힘을 얻을 수 있는 길은 오직 독서뿐이다. 귀 밝고 눈 맑은 젊은이의 예지는 게임으로는 결코 습득되지 않는다. 빨리 가고 싶은가? 속도를 늦춰라. 서두를수록 목표에서 멀어진다. 책을 통해서만 생각은 깊어진다. 책 안에 원하는 대답이 있다. 또한 책 읽기는 읽기는 글쓰기와 맞닿아 있다. 잘 쓰려면 많이 읽고 제대로 읽어야 한다. 한 단락 한 단락을 날마다 세 끼 밥 먹듯 새겨, 정신의 균형과 건강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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