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쇼크 - 위대한 석학 25인이 말하는 사회, 예술, 권력, 테크놀로지의 현재와 미래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2
존 브록만 엮음, 강주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역시 명불허전이다. 최선전, 프런트라인, 가장 첨예한 꼭지를 뜻하는 ‘엣지(edge)’는 지식의 최전선에서 최신의 지식담론을 생산하는 엣지재단(Edge Foundation Inc.)에 딱 맞는 이름이다. 이 엣지재단의 설립자 존 브롬만은 그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최신 지식의 생산자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대화를 펼치고 그것을 자신의 인터넷에 올리고 또 그것을 책의 형태로 묶어서 첨예한 지식의 자료들을 독자들에게 돌려준다. 몇권까지 기획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의 지식담론이 어떻게 발전해 가는지 그 발전과정을 잘 보여주는 기획물인 것 같다. 이미 첫 번째 엣지시리즈는 <마음의 과학 the mind>로 출간되었고, 두 번째 기획물은 이번권 <컬처 쇼크 Culture>로 발간되었다. 이번권 <컬처 쇼크>를 읽어보니 역시 최첨단을 걷고 있는 최고의 지식인인 만큼 깊고 예리하면 과거의 담론의 답습이 아니라 최신의 이론의 공연을 펼치는 공연장 같았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수 있는 유명한 학자, 예를 들면 <총,균,쇠>나 <제 3의 침팬지>, <문명의 붕괴>같은 제러니 다이아몬드나 진화론적 철학자 데니얼 데닛같은 사람들도 있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사람들도 있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분명히 각각의 분야에서 가장 첨예한 최첨단에 서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 책 <철처 쇼크>를 읽으면서 나름대로 배운점들이 많았지만 특히 제러미 다이아몬드의 첫 번째 글 <왜 어떤 사회는 재앙적 결정을 내리는가>가 가장 깊이 그리고 실제적으로 와닿았다. 다른 전문가들이 말하는 테크놀로지나 디지털, 인터넷, 포괄적인 문화이론 같은 경우에는 이들이 이론적으로도 실무적으로도 가장 앞서가는 사람들이기에 다소 이해하는데에 선지식이 없어서 그 깊이를 다 수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제러미 다이아몬드의 글은 한 문명이 붕괴되는 과정을 다른 관점이 아니라 어떤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그 원인을 깊이 분석한 글은 매우 공감이 되고 또 쉽게 이해할수 있었다.

 

첫 번째 글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집단의사결정의 실패와 관련해서 그 순차적인 네가지 접근을 예로 드는데 첫째가 문제가 실제로 발생하기 전에 그 문제를 예측하는데 실패한 사회의 가능성, 둘째 문제가 닥쳤는데도 사회가 그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 셋째 사회가 문제를 인지했더라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실패했을 가능성, 마지막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든다. 이 네가지 프로세스를 각각의 문명에서 의사결정의 예를 들어서 설명해주고 있다. 첫 번째 가능성은 과거에 그런 문제를 겪어본 적이 없었기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던 예를 미국의 산불에서 찾아보았고 두 번째 사회가 과거 똑같은 문제를 경험했지만 망각한 경우를 마야의 가뭄과 석유파동으로 보았다. 셋째 문제를 예측하는데 실패하는 다른 이유로 잘못된 유추에 관한 예로 아이슬란드로 이주한 노르웨이 바이킹의 묵축과 개간으로 인한 토양의 손실에서 찾아보았고, 넷째 문제가 실제로 닥 친 후 이를 인지하는데 실패한 경우로는 문제의 근원을 정말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로 오스트레일리아, 망가레바 제도, 매국 남서부 일부 지역의 척박한 토양에서 찾았다. 사회가 문제를 해결하고고 시도하지만 실패하는 경우로는 문제가 극히 까다롭거나 현재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 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경우 등이 있다. 위의 이유로 인해 인간이 위기를 겪었을때 재앙으로 붕괴하는 이유를 네가지 프로세스를 가지고 차분히 설명하는 제러미 다이아몬드는 역시 명불허전으로 문명의 붕괴이유를 간략하고 명확하게 정리해준 느낌이다.

 

이 글은 단순히 한 문명의 붕과과정이 아니라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방법적 절차적 이유과 반대로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어떠한 과정을 따라서 점검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네가지 과정과 이를 제대로 숙지하면 어떠한 문제라고 그것을 해결하는 인지적 틀을 가질수 있어서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이 책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실용적이면서도 많은 광범위한 분야에 활용될 수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데니스 더턴의 글 <예술과 인간 현실>이다. 이 글을 쓴 작가는 이론과 실천에서 최전선에 있는 사람으로 예술이 단순한 사회적, 문화적 구성물이 아니라 인간의 원초적 특성이라는 것을 진화론적으로 설명한다. 나는 이글을 읽는 과정에서 오래전에 관심을 두었던 자저의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구입한 책의 저자가 언급되었고 그 책도 언급되었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서 진화라는 것이 단지 생물학적인 부분이 아니라 좀더 다방면으로 적용될수 있음을 크게 배우게 되었고 진화가 붙으면 일단 거부반응부터 보이는 나에게 좀더 이해의 폭을 넓혀주었다.

 

세 번째는 진화론적, 무신론적 철학자로 유명한 데니얼 데닛의 글로 <문화의 진화>이다. 이 사람은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대중과학자 리처드 도킨스와 함께 무진론 운동을 벌이는 사람이기도 하다. 데니얼 데닛의 이 글은 리처드 도킨스가 개념화 시킨 '밈'이라는 개념으로 문화의 진화를 설명한다. 문화를 진화시키는 유전저 '밈'이라는 것의 실존여부가 논쟁의 초점이 되고 있고 설득력이 떨어지기도 하고, 글이 다소 어렵게 되어있어서 별 대중성은 없어보인다.

 

다른 많은 부분에서도 최전선의 지식의 향연이 펼쳐지지만 문화적 실천과 이론에서 일천한 나의 경험과 지식으로 모든 것을 잘 이해하기는 만무하다. 다만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깨닫게 되었던 것은 최첨단의 지식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이론적 틀이 필요한데 그 이론적틀을 제공하는 기반이 되는 것은 유물론적 진화론이라는 것이다. 최신의 이론은 반드시 유물론적 진화론을 거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을 설명한다.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해되는 설명을 해야한다. 초월적인 무언가는 전부 배제되고 손으로 잡을 수 있고 실증될수 있는 것들로 설명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유물론적 진화론'이라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새로운 지식이, 아니 문화와 세상을 보는 새로운 이론이 마치 유기체가 살아서 움직이며 변화하듯이 그렇게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변화하는 유기체적 문화를 가장 앞에서 설명하려는 최첨단 지식의 전사들의 향연이라고 할수 있다. 거한 만찬에 초대되어 지식의 포만감을 느낀 기분이다.

 

아직도 학계에 이런 생각에 저항하는 학자들이 많은 이유를 이해하긴 힘들다. 일차원적인 결정론자가 되고 싶다면 그런 식으로 생각하며 모든 것을 '문화'라고 불러라. 나는 모든 것이 '자연'에 의한 것이라고도, 유전적 특징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은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부분과 문화로 결정되는 부분 사이에서 살아간다. 인간의 자유는 바로 거기에서 잉태된다.(p.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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