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석영중 지음 / 예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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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음식에 관한 티비 다큐멘터리나 책들이 많이 나온다. 음식에 관한 책들도 많이 출판된다. 음식을 의식주의 하나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써 그리고 인문학적 관점에서 서술한 책들이 많이 나온다. <한국인의 밥상> 이나 <음식이 제국>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것들이라 하겠다. 다이어트나 건강의 관점이 아니라 하나의 기호로써 음식을 코드삼아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최근에 다양하게 회자된다. 그리고 이러한 먹거리라는 문화적인 코드로 읽힐때 이것은 비단 '먹는 것'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네 삶의 모습이 담겨지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이 책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는 러시아 문학에 담겨있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즐겨보는 독자층이 아닌 나같은 사람들에게도 러시아 문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음식문화적 코드가 담겨져 있다. 이러한 분석방법은 러시아 문학에 정통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감히 접근하기 힘들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다수의 러시아 문학에 관한 책을 펴낸 이 분야의 전문가이다. 이 책외에도 러시아 문학의 거장들인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에 관한 책들을 펴냈고 또 문학속에 숨겨진 '뇌'라는 흥미있는 주제로 책을 썼다. 러시아 문학을 하나의 코드로 엮어서 문학의 역사와 러시아 사회의 문화사를 함께 풀어내는 것은 이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러시아 문학 작가들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퓨쉬킨, 솔제니친, 체호프, 도스토예프스키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러시아 작가의 작품속에 담긴 음식코드를 통해서 러시아 문화사와 사회사와 문학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저자는 작품분석을 통해서 러시아 작가들이 자신의 문학작품속에서 어떻게 음식에 대해 묘사하고 있고 그것이 상징성을 가지게 되는지 설명해 주고 있다. 작가들이 의도적으로 음식을 문학을 풀어가는 상징적 코드로 사용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미 음식이라는 코드는 그 시대상과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무의식적 코드로 적용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 작가는 '텍스트와 전기를 이어주는 여러 연결고리 중의 하나로 작용하며 문화적인 기호로써 작품과 작가를 배출한 시대 상황을 조망해 준다.' 고 말하며 음식이 문화전반, 즉 정치, 경제, 사회, 과학등 인간의 모든 삶의 영역에서 고찰의 대상이 되었왔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저자는 표트르 대제의 서구화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음식과 문학을 연결시킨다. 표트르 대제는 놀라운 개혁추진력으로 유럽식 문화를 들여오면서 러시아 특유의 음식문화와 유럽의 문화가 결합하여 풍성함과 화려함으로 대변되는 음식문화가 만들어 졌다고 한다. 그리고 '나의 음식'과 '남의 음식'으로 구별하여 비교분석하고 있고 이어서 육체의 양식과 영혼의 양식, 옛음식과 새음식으로 구분하므로 러시아 문학속에 담긴 음식코드에 대한 설명을 시작해 나간다.

 

솔직히 러시아 문학을 잘 알지못하고 읽어보지 못한 나로써는 이러한 구체적인 문학 분석이 그렇게 많이 와닿지 않았다. 차리라 러시아 문학을 읽어보는 것이 나에게는 더 급선무인지 모르겠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러한 음식코드를 통한 러시아 문학의 분석은 상당한 러시아 문학에 대한 식견이 있어야 가능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하나의 코드로 분석하는 미시적인 해석 방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문학을 비롯한 예술작품은 그 자체로 감상하고 그 느낌을 포착하여 개인적인 예술적 감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지 분석하는 태도는 예술을 잘게 쪼개는 썩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이것은 수전 손택이 그녀의 책 <해석에 반대한다>라는 책에서 피력한 견해이다.

 

어쨌든 음식이 이제 인간이 기본적으로 향유해야할 하나의 기본적 향유조건이 아니라 문화와 인문적 포착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문학에서도 음식이라는 코드로 하나의 내러티브로서가 아니라 거대서사적 배경까지로 포착할 수 있는 좋은 분석도구가 된다는 것을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이 책은 나에게 하나의 코드로 문학을 좀더 깊이 감상할 수 있는 툴(tool)을 제공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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