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의 봄 핵없는 세상을 위한 탈핵 만화
엠마뉘엘 르파주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 길찾기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체르노빌 원전사고..그 말을 들은 것은 오래전 희미한 기억속에 어렴풋하게 딱 그 단어들만이 생각난다..'체르노빌 원전사고' 그냥 기억속에 원전이 파괴되어 많은 사람들이 죽었던 사건이라는 흐린 기억만 생각날 뿐이였다. 이 책은 나에게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어떤 사고였는지 객관적인 정보 뿐 아니라 그 후로 그곳에서의 사람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알게 해주었다. 엠마뉘엘 르파주라는 작가가 직접 아직도 방사능 피해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그지역에 직접 들어가서 취재하며 그곳에서 아직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취재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흑백과 칼라의 색감이 살아있는 르뽀만화의 장르를 가지고 있는 이 책은 따뜻한 감성과 그곳 체르노빌의 아픈 참사를 고스란히 만화의 느낌으로 전해주고 있다. 죽음과 아픔..그리고 상처와 아직도 삶이 교차하는 그곳의 인생에 대해서 논리적인 서술이 아니라 그림이 주는 감성으로 그곳의 흑과 백을 교차하며 그곳 체르노빌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아직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그곳..왜 그 사람들은 그곳에 머물러 있을까..그들의 삶의 뿌리를 박고 있는 터전이라서..아니면 다른 곳에서는 삶의 이어가기 어려울 만큼 그 땅에 깊은 뿌리를 박고 있어서..아니면 재정적인 능력이 없어서...엠마뉘엘 르파주는 몽환적으로 그곳 사람들의 흑과 백, 그곳 체르노빌의 과거와 현재의 흑과 백, 그리고 미래의 흑과 백을 교차적으로 그리며 삶과 죽음, 아픔과 절망과 이어지는 삶을 어지럽게 그려가고 있다. 생명이 있는 곳에는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아무리 최악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고 해도 결코 꺾을수 없을 수 없는 삶의 질긴 생명력을 그려주고 있다.

  

뭔가 혼미하고 야릇한 기분..이 만화를 읽고 난 뒤의 느낌은 뭔가 원전에 대한 강한 경각심이나 그곳 피해자들을 돌아보자는 직선적인 메시지가 아니다. 그냥 뭔가 멀고 먼 원시적 생명에 대한 갈망..파괴..나무..공작..웃음..단절..어둠..빛...우울..분노..감상..르뽀...이러한 단어들이 얽히고 섥히며 묘하고 우울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이 일련의 체르노빌 리스트에 <체르노빌의 봄>이라는, 아주 예술적이며 섬세한, 그리고 몽환적이기도 한 만화 한 권을 추가하려 한다. 이 성공적인 작품은 우리에게 뭔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이 더 만은 조사를 해서 뭔가 더 알고 있다는 그런 '갑빠'를 완전히 풀어헤친 그림들을 보여준다. 얼마 전부터 이유 없이 내 머리를 치고 지나가는 단어, '실존'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렇다.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에 들어가서 뭔가 예술적인 실마리를 끄집에 내어야 하는 예술가 그리고 그 안에서 여전히 계속되는 삶, 이 이상의 실존이 있을 수 있는가? 존재가 아니라 그야말로 실존들이 엠마뉘엘 르파주의 손을 거치면서 몽환적으로 펼쳐진다. 꿈인가, 악몽인가, 이니면 삶인가? 그것은 실존이다. 그림이 이렇게 고울 수 있고, 그런 그림들이 이렇게 영혼을 빨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우석훈-

 

우석훈의 위의 글처럼 이 책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책의 느낌을 가장 잘 포착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렇게 잠시 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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