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보수의 품격
표창원.구영식 지음 / 비아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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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 대한민국 정치지형도를 설명할 수 있는 복잡다단한 단어이다. 나에게 보수는 좀처럼 변화를 싫어하고 지존의 안정된 체제를 유지하며 자신의 밥줄을 놓지 않으려는 생계형 정치적 진영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진보라 함은 역사적 발전을 위해서 자신의 생계를 내려놓으면서까지 과감하게 뛰어드는 형동형 자유주의자라는 느낌이 강하다. 즉 나에게 진보와 보수중에 참으로 역사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믿으며 행동하는 주체는 보수주의자가 아닌 진보주의자이다. 기존체제를 유지시킨다는 단순한 관점에서만으로 보수를 보면 내 주변에 보수주의자들은 대다수가 잔머리나 굴리며 처세술에 능한 골통들이다. 그래서 보수라 함은 수구골통이라는 말에 가까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표창원이라..내가 이분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아마도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정의에 관해서 강의를 하였는데 화통하고 분명한 말투로 강의를 하는 것이 인상적이였다. 가끔 언론에 언급된 모습만으로보면 상당히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대는 표창원이 경찰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보았기 때문이였다. 제목이 <보수의 품격>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전에 보수라는 말이 한국 정치지형에서 쓰이는 그러한 보수가 아니라 뭔가 다른 의미를 담지 않았을까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든 결론적인 생각은 역시 현체제를 유지하고 움직이는 경찰이라는 조직에 몸담은 사람이라서 그런지 어쩔수 없이 보수적이라는 생각이다. 스스로는 보수에 대해서 정의하며 품격있는 보수, 합리적인 보수라고 말하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좀 답답한 보수의 전형적인 경직성을 느낄수 있었다. 어릴때부터 군인 출신의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군대식 규범적 교육이 그를 보수적인 사람으로 형성하였고, 그러한 성향으로 인해 '정의'를 최고의 관심 덕목으로 삼으로 결국 경찰대학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영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그에게는 많은 부분에 잇어서 열리고 합리적인 보수를 배우게 된다. 만약 그가 영국 유학을 가지 않았으면 그는 강직하고 타협이 없는 전형적인 '자베르'형 경찰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그의 내면은 보수적 성향의 내면적 형성이 강하였다.

 

이 책은 구영식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만들어진 책이다. 그가 묻고 표창원이 대답하는 형식인데 이 인터뷰를 통해서 참된 보수주의자의 얼굴을 그려나가고 있다. 다소 인상적이였던 부분은 안철수와 문재인을 종북 좌빨이나 좌파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보수로 여긴다는 것이다. 이것은 표창원의 내면에 자유주의적 좌파의 여운이 조금은 있다고도 볼수 있다. 그리고 그는 함부로 색깔을 운운하며 종북 좌빨이라는 굴레를 씌워버리는 것을 매우 혐오한다. 우리나라 건국과정과 근대화 과정에서 워낙 공산세력에 의해서 괴롭힘을 당해서 그런지 우리나라는 아직도 '빨간' 콤플렉스가 있다. 현 정치는 바로 이러한 것을 이용하여 진정한 진보주의자들을 '빨간색'으로 뒤집어 씌운다. 이러한 행위는 진정한 보수주의자가 아니라고 표창원은 말한다. 그리고 그는 이 사회에서 정의와 반공, 그리고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 말하면서 곳곳에 보수주의자의 합리적 자세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좀더 기대했던 그의 모습이 어쩔수 없는 보수주의자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합리적 보수, 품격있는 보수, 앞에 어떠한 형용사가 붙더라도 기존체제에 대한 깊은 뿌리가 박혀있다는 의미에서는 어쩔수 없는 보수주의자인 것이다. 좀 답답한 느낌이였다. 어떠면 경찰이라는 특별한 직업이여서 더욱 보수주의자로 풍겨지는 것 같기도 하다. 표창원은 법집행에 의해서 정의를 행하므로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지키려는 합당한 보수주의자라고 부르고 싶다. 경직되지는 않았으나 보수라는 틀안에서 움직이는 한계는 있다. 나는 보수의 품격을 읽고 오히려 진보주의자가 더 매력있게 다가왔다. 그러나 보수라는 가치도 사회를 유지하고 질서를 지키는데 필요하지만 진보와 함께 두 날개로 함께 날개짓할 때 한 사회는 더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음 정말 합리적으로 멋진 매력있는 보수가 있을까..오히려 더 의문이 드는 것 왜일까. 어쩌면 보수냐 진보냐 라는 프레임은 오히려 진정성을 훼손하는 이분법적인 가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프레임은 모든 관점을 단지 두가지로 나누는 편파적인 담론이 아닐까.

 

 

제대로된 정치와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프레임을 타파해야 할지도 모른다. 보주수의자 진보주의자라는 말을 버리고 공공선을 위해서 달려가는 정치적 인간이 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얼마전에 경찰 공무원에 합격한 지인이 있다. 상당히 정의롭고 바르다. 경찰이라는 보수적인 집단속에서 딱 표창원과 같은 인물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물론 바르고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로써 말이다. 보수적 구조안에서 진보적 인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 땅에 진정한 보수가 서려면, 불법과 반칙이 결국 이긴다는 잘못된 신념, 힘센 자에게 줄 서고 충성을 바치면 옳지 않더라도 결국은 나에게 보상이 돌아온다는 불의한 관행과인식이 깨져야 한다. 보수의 정신은 사를 멀리하고 공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다. 과거를 솔직하게 공개하고 용서하고, 고칠 것들은 고치고, 내놓을 것은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품격있는 보수가 될 수 있다. 그러려면 생각하고 공부하고 대화를 나누고 깨어나서 합리적이고 평화적으로 세상을 조금씩 좋게 바꿔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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