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팔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조영석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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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소설읽기는 하나의 도전임에 틀림없다. 주로 한문장 한문장에 밀도있는 내용이 있는 인문서적을 주로 읽어서 그런지 문학이 주는 장황하고 세밀하고 긴 묘사는 때로는 지루하게 느낄때가 많았다. 그래서 소설을 끝까지 다 읽는 것은 나에게 매우 큰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이였다. 문학이 주는 길고 깊은 심연을 부드럽게 건드리는 감동과 여운을 알기에 문학읽기는 나에게 큰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익숙해 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을 보고 다시한번 세계문학에 도전해 보려고 마음먹고 잡은 책이 바로 일본 근대문학의 기수이자 근대문학의 형태를 확립한 나쓰메 소세키의 <한눈팔기>이다. 일본문학을 선택한 것은 최근에 일본여행을 다녀와서 일본의 오밀조밀하고 일본인들의 작고 친절한 매력에 빠졌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의 문학과 일본성을 알고 싶어서 <한눈팔기>라는 책을 선택해서 완독하게 되었다.

 

일단 책을 읽어나가면서 작가가 가장 중점에 두었던 것은 주인공 겐조와 그와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심리묘사와 감정의 미묘한 변화를 메우 섬세하게 묘사하였다. 이 책의 가장 첫장면을 그의 양부인 시마다와 만나는 장면이다. 인물을 밝히지 않은채 그와 스쳐지나가면서 느끼는 미묘한 감정과 느낌과 인물의 묘사는 분명 이 인물이 소설전체를 이끌고 나갈 뭔가 문제의 인물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그리고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두려움을 주었다. 그리고 아내와의 시시하면서도 마음깊이 일어나는 사소한 감정까지도 분명히 포착하였고 주인공 rps조의 사회적 위치와 금전적 어려움에서 오는 감정의 변화까지도 상세히 포착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작가 나쓰메 소세키. 일단 이름이 재밌다. 일본식 발음은 우리식으로 무엇가 욕설같은 느낌을 주어서 그런지 이 작가의 이름이 입에 유쾌하게 딱 달라붙게 되었다. 그러나 이 일본의 위대한 작가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 근대문학의 형태를 확립한 대문호이자 지난 천년간 일본인이 가장 사랑한 작가’라는 극찬의 평가가 이 책 뒷표지에 적혀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소세키 이후에 단 한 사람의 소세키도 태어나지 않았다’라는 일본 한작가의 평가가 올려져 있다. 단지 소설가 한사람 이상의 역할을 해낸 것이 분명하였다. 작가는 메이지 시대의 인물이라고 한다. 메이지 시대가 시작될 때 태어나서 메이지 시대가 끝날때쯤 사망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일본 근대를 살아간 온전한 인물이며 그 변화의 시기에 영국을 유학한 근대적 지식인으로서의 고민과 근대를 이끌어온 대표적인 인물이였다. 그가 쓴 많은 소설이 있지만 이 책 <한눈팔기>는 작가의 전기적 내용이며 그의 인물됨과 삶이 어떠했는지 보여주는 자전적 소설이다. 그래서 이 책을 번역한 조영석 교수는 나쓰메 소세키를 읽기 위해서 <한눈팔기>는 입문서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먼저 <한눈팔기>를 읽으면 나쓰메 소세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가질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나쓰메 소세키는 많은 일본문학가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그의 사후에도 뒷표지의 평가와 같이 많은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강상중 교수는 그의 책을 통해서 나쓰메 소세키를 소개하고 그의 소설들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그를 소개하고 있다. 강상중 교수가 이 작가에 대한 매우 좋은 평가를 내린 것이 또한 이 작가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된 계기가 되었다.

 

<한눈팔기>를 읽다보면 전체적으로 흐르는 어떤 소설적 분위기가 있다. 그것은 내성적이고 우울하고 회색적이고 어둡고 소심하고 쫀쫀한 느낌이 든다. 아마도 작가의 내면을 가장 잘 묘사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면서도 인물하나하나가 각각의 상황속에서 그것을 다르게 받아들이며 느끼는 외로움, 고독감, 이해받지 못하는 서글픔 등을 무덤덤하면서도 우울하면서도 매우 섬세하게 표현해가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인간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인간의 보편적 감정, 관계속에서 드러나는 섬세한 감정들을 가장 잘 포착한 작가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섬세한 감정의 묘사가 읽는이로 하여금 지겨움과 내성적 감상을 느끼게하는 이유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많은 자식들중 막내로 태어나 어쩔수 없이 짐으로 느껴진 주인공 겐조. 이 소설에서는 이러한 소설적 배경이 구체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 사이의 대화를 통해서 살짝 보여질 뿐이다. 그래서 대화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그것을 통해서 겐조의 가정적 배경을 포착해야 한다. 처음에는 이야기의 흐름이 잘 잡히지 않다가 중반을 지나면서 양부 시마다가 겐조를 찾아오고 아내와의 대화를 통해서 겐조의 이러한 가정적 배경이 드러났을때부터 이 소설은 주인공의 내면의 감정적 변화가 좀더 깊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주인공 겐조는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동일화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시마다라는 사람에게 억지로 입양되고 양부 시마다가 그의 부인과 이혼함으로 다시 가난한 자기 집으로 돌아오게되는 참으로 기가막힌 인생을 살게된다. 그런 상황속에서 겐조는 스스로 반듯하게 자라게 되었고 일본 최초로 영국 유학까지 다녀와서 나름대로 지식인로써의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자수성가에 대한 자부심 때문에 그의 성격은 좀더 고지식하고 배움이 없는 사람들, 특히 아내를 무시하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무시도 표면적으로 사람들을 깔보는 것이 아니라 지식인으로써의 허위의식 속에 철저히 감추는 모습으로 드러나게 된다.

 

어쩌면 그는 늘 자기는 버려진 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래서 항상 그 안에 버림받음에 대한 두려움이 잠재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스스로 남들에게 의지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를 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랑받은 기억이 없고 늘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겐조는 아내에게도 자식에게도 남편과 아버지로써 사랑을 주지 못하는 인물이였다. 그러나 그것은 어릴적 억눌린 기억과 억압된 감정으로 인한 상처였던 것이다. 받은 적도 없고 준적도 없는 사랑, 단지 그는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을 뿐 겐조라는 인물 자체가 그렇게 나쁜 인물은 아니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지식인이라는 이면에 그러한 차가움과 냉정함을 스스로 감추며 더 외로운 존재로 전락했을 지도 모른다. 소설 전체에서 겐조에게는 지식인의 허울밑에 감추어진 고독과 외로움의 그림자가 깊게 달려붙어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겐조의 주변인물들과 관계중 가장 안타깝고 공감적이면서도 읽는내내 왜 그랬을까하는 심정을 갖게한 것은 그의 아내 오스미와의 관계였다. 서로에게 사랑이 없는 듯 있고, 있는 듯 없는 둘의 관계를 통해서 작가는 정밀한 감정과 의식의 묘사와 미묘한 부부사이의 갈등과 사랑과 애정의 관계를 탁월하게 결합해 놓았다. 부부관계가 다를바 없구나하고 공감을 느끼면서도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아내가 필요하고 말없이 자기를 도와주는 아내를 소중하게 느끼면서도 배움이 없다는 이유로 늘 무시하는 겐조. 그러나 아내가 임신으로 인해 가끔 생명이 위독해 질때면 지식인의 딱딱한 허위의식속에서 죽은 것 같았던 아내에 대한 그의 사랑을 마지못해 비쳐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속에서 지식인이라는 자부심 하나만으로 자신을 세우려고 하는 소심하고 못난 외골수적인 겐조의 모습이 살짝 나의 모습에 투영되어졌다.

 

그의 아내 오스미는 겐조처럼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남편을 귀찮게 하거나 눈치가 없는 무식한 스타일이 아니며 남편을 깊이 사랑하지는 못하지만 옆에서 조용히 남편을 돕는 전형적인 일본인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았을때는 그의 아내 오스미는 함께 살아갈 때 아무런 어려움을 주지 않는 좋은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겐조의 지식인으로써의 자존심과 허위의식을 알기에 말없이 그를 도와주면서도 남편의 무뚝뚝함과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로 인해 깊은 상처를 받고있지만 그것 또한 마음 깊이 감추며 사는 현명한 여자라고 생각한다. 겐조는 그녀의 배움없음을 무시하지만 그러한 무시하는 마음 역시도 참된 지식인으로써의 눈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겐조의 복잡다단한 어린시절의 아픔과 우울함과 그것을 지식인으로 감추려는 허위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어쨌든 나는 이 소설에서 가장 백미가 겐조와 아내 오스미의 대화의 섬세한 감정의 묘사라고 생각하며 이 소설에서 나오는 인물중에서 겐조의 아내 오스미가 가장 애정이 가는 인물이였다. 안스러움과 사랑의 마음의 공존하는 그런 인물이였다. 이 부부의 관계를 통해서 동양적인 부부관이 서로 비슷함을 느낄수 있었다.

 

그 외의 인물들과의 관계도 인간관과 인간관계의 세세한 점을 볼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아파서 항상 누워있으면서도 눈치없이 말이 많은 겐조의 누이. 그리고 그 누이를 조금도 돌보지 않는 철없는 매형. 시다미와 겐조와 결혼할 뻔 한 오누이. 등 많지 않은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주인공 겐조의 쓸쓸함이 더욱 부각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이 소설의 결말은 아무런 결론을 맺지 못하고 끝난다. 가장 궁금했던 아내 오스미와의 관계를 어떠했는지, 그리고 형과 누이는 어찌되었으며 시다마는 계속 나타났는지..등등 하지만 이 소설을 명확하게 끝맺지 않는다. 책장을 덮었을 때 쓸쓸함과 허전함이 내 마음속에 불고 지나갔다..

 

이 책은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자전적 소설이다. 작가의 삶을 보면 참 많은 삶의 무게를 지니고 살았던 인물이였음을 알수 있다. 작가는 바로 겐조였다. 그러한 삶의 무게를 통해서 그는 더욱 자신의 내면 깊이 들어갔으며 지식인이라는 실존을 가지고 살았으며 그토록 깊이 있게 인간의 내면을 간파하는 내적 통찰력을 가질 수 있었다. 비록 이 책이 이야기거리가 풍성하여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지 못하지만 작가가 주는 삶에 대한 인간에 대한 고민과 깊은 내성적 들여다봄은 읽는이로 하여금 우리네 인생과 삶이란 한바탕 불고 지나가는 바람과 같은 것이라는 쓸쓸한 삶의 교훈적 잔상을 남겨주기에 충분한 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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