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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을 살다보면 우리는 너무나 쉽게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잘 잊어버리게 된다. 특히 젊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젊었을 때는 사랑, 우정, 가족, 헌신 이러한 단어보다 성공, 경쟁, 실력, 학벌, 직위, 속도 이런 것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나도 내가 20대였을 때는 오직 꿈과 미래를 위해서 달려왔고 남들처럼 적당히 직장을 잡고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별 어려움 없이 평범하게 사는 것은 젊음에 대한 죄라고 여기면서 스스로 평범함을 거부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행복이라는 것도 자아의 좁은 골방에 갇히는 행위이며 원대한 포부를 품으며 사는 것이 멋진 인생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내가 원하던 것을 얻게되고 삶을 뒤돌아보는 여유가 생기면서 진짜 인생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에게 진정한 행복과 내 영혼에 만족을 주는 것은 내가 젊었을때 추구해왔던 높은 이상이나 꿈, 비전, 성공, 성취 이런 것이 아니였다. 오히려 꿈을 위해 달려오면서 무시하거나 소홀히 했던 것들, 나의 성취를 위해 일정기간 내가 담보로 잡아놓았던 것들이 내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쪽으로 끊임없이 달려오면서 소홀히 했던 것들, 친구, 우정, 가족, 사랑, 여유 이런것들에서부터 진정한 만족이 온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20대였을 때는 그것을 몰랐을까? 나는 몰랐다고 말할 수 있다. 내가 20대에 지혜로운 멘토가 있어서 인생의 참된 가치와 영혼의 만족, 그리고 참된 인생에 대해서 가르쳐주고 부모처럼 돌아봐주면서 지도해주는 선생이 있었으면 나의 인생은 어떻게 변했을까 생각해본다. 아마도 지금보다 덜 바쁘고 진짜 중요한 일에 시간과 열정을 투자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나와 같이 자신의 성공과 꿈을 좇다가 과거 대학교때 은사였던 모리 선생님과 다시 재회하면서 그분으로부터 인생에서 진짜로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참된 만족을 위해서 무엇에 시간을 투자해야 하면 가꾸어야 하는지 배우게 되는 이야기이다. 젊었을때 그렇게 자신에게 자상하게 대하고 인상적인 선생님이였던 모리 교수님을 졸업과 동시에 잊어버리고 스포츠 기자로 부와 명성을 모두 얻었던 미치는 어느날 우연히 방송에서 모리 선생님과 유명한 방송인 테드 코펠과의 인터뷰 장면을 보게 된다. 모리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자 마자 그는 자신이 젊었을때 모리 선생님이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사랑과 편안함을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모리 선생님이 죽어간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된다. 그리고 모리 선생님을 찾아 뵙던 순간 자신이 세속에 찌들려 모리 선생님이 보여주었던 영혼을 살찌우는 인간의 모습에서 멀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모리 선생님과 매주 화요일에 만나 한가지씩 주제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면서 차츰 참된 삶이 무엇이고 진짜로 중요하고 평생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배우게 된다. 미치는 모리 선생님과 만나면서 자신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그것은 자신이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이 인생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이였다는 것이다. 모리 선생님은 미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일들-자네가 하는 모든 작업-이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을 테니까. 영혼과 관계된 것이 파고들 공간이 더 많이 마련해야 될지도 모르지"
모리 선생님의 이 말씀 가운데 미치가 그동안 잃어버렸던 모든 것이 담겨져 있었다. 미치는 성공에 대한 일에는 열심히 투자를 했지만 자신의 영혼과 관계된 일에는 전혀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지 않았다. 영혼에 관한 것이라면 감상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참된 행복을 가져다 주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다. 미치는 모리와의 매주 화요일 열네번의 만남을 통해서 '영혼에 관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기 시작한다.
나는 모리 선생님의 이 말에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성공에 관한 것이 아니라 영혼에 관한 것에 관심을 쏟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젊은 사람들이 듣기에는 지극히 감상적이고 실제적이지 않게 느끼기 때문에 그 만큼 소홀히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영혼이야 말로 가장 깊은 인간존재의 핵심이며, 세상이 주는 성공의 법칙과 부가 주는 만족과는 동떨어진 다른 법칙이 작용하는 실체이다. 따라서 사람은 외적인 성공 법칙을 따라서는 영혼의 만족을 느끼지 못하면 내적인 다른 법칙을 따라야지 참된 영혼의 만족과 행복감을 느낄수 있는 것이다.
모리 선생님을 미치와의 첫 번째 화요일 만남에서 영혼에 관한 것, 즉 영혼에 만족을 주는 첫 번째 법칙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랑을 나눠주는 법과 사랑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야"
우리는 사랑을 주고 받는 것에 대해서 나약한 자들의 행위라고 생각한다. 내가 남들보다 강하고 권력과 지위가 있으면 항상 무엇을 주어야 하지 무엇을 받는 행위는 약자의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랑을 주고 그것을 잘 받는 것이야 말로 인간영혼의 만족을 위한 가장 큰 대전제인 것이다. 그래서 모리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랑이야 말로 유일하게 이성적인 행동이야"라고.
사랑은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사랑을 잘 받을때 그 영혼은 건강하게 유지되고 다른 사람을 돌볼 수 있는 능력과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의 사랑을 받은 사람들이 건강한 자아상과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능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거래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순수한 사랑의 주고 받음에 대해서는 낯설어 하고 어색해 한다. 참된 행복과 영혼의 만족을 위해서는 사랑을 주고 받는 것에 대해서 익숙해져야 한다. 이것이 모리 선생님이 가르쳐준 대전제이다.
그리고 모리 선생님은 우리 영혼의 만족과 건강을 위해서 두 번째 법칙을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감정을 풀어놓으라는 것이다. 이것을 '감정이 우리를 꿰뚫고 지나가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모리 선생님은 사람들 안에 찾아오는 두려움, 외로움, 분노, 억울함 이러한 감정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이렇게 하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에 온전히 자신을 던지면 그래서 스스로 그 안에 빠져들도록 내버려두면, 그래서 온 몸이 쑥 빠져들어가 버리면, 그때는 온전하게 그 감정들을 경험할 수 있네. 고통이 뭔지 알게 되지. 사랑이 뭔지 알게 되네. 슬픔이 뭔지 알게 되네. 그럼 그때서야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좋아. 난 지금껏 그 감정을 충분히 경험했어. 이젠 그 감정을 너무도 잘 알아. 그럼 이젠 잠시 그 감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겠군'이라고 말이야"
참된 영혼의 만족을 위한 대전제를 위해서 모리 선생님은 자신안에 찾아오는 부정적인 감정을들 극복하려하거나 벗어나려고 하지 말고 그 감정이 자기를 온전히 꿰뚫고 지나가도록 허락하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그것을 벗어날 여유가 생긴다고 말이다.
사람은 이성보다 감성에 더 자극을 받고 더 큰 영향을 받게 되어있다. 그래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들에게 더욱 위축되고 소심해 지는 것이다. 상처나 우울, 분노나 억압 같은 감정들을 그대로 인정하고 품는 것을 배운다면 반드시 지나가게 되고 그러한 과정에서 그것을 벗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온몸으로 삶이 우리에게 주는 감정의 폭풍들을 껴안을때 역설적으로 그것을 극복할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모리 선생님이 가르쳐준 영혼의 만족과 행복을 위한 세 번째 법칙은 죽음을 분명히 의식하라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우리가 죽음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접근하면 삶에 대해서 더욱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살게된다는 것이다. 모리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래, 하지만 죽음에 대해 좀더 긍정적으로 접근해보자구. 죽으리란 걸 안다면, 언제든 죽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둘 수 있네. 그게 더 나아. 그렇게 되면, 사는 동안 자기 삶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살 수 있거든."
죽음은 인생의 종말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주는 참의미의 생산자이다. 죽음을 분명히 의식하면 두려움이나 절망이 아니라 이 땅에서의 삶에 더욱 진지하게 임하는 것이다. 죽음은 삶을 더욱 의미 있게하고 헛된것이 아니라 참된 것에 시간을 투자하게 하는 촉매제인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참된 인생의 행복이란 영혼에 관한 것에 투자하는 것임을 배웠다. 그것은 세가지 인데 첫째는 사랑을 주고 받는 것. 둘째는 감정이 온전히 꿰뚫고 지나가게 하는 것. 그리고 셋째는 순간 순간 죽음을 의식하는 것이다. 이 세가지 교훈을 통해서 참으로 짧은 인생 가운데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분별하게 되고 그것에 시간을 투자하는 지혜가 생긴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참으로 지혜로운 멘토의 조언을 얻은 것 같다. 어떻게 무엇을 위해서 나의 시간과 열정을 투자해야 할지 배울 수 있었다. 이후로는 좀더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게 되리라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