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철학 - 이야기 탐구의 아이리스
김용석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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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김용석의 서사철학에는 철학사 한권의 책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가 말하는 서사철학, 즉 쉽게 말해서 이야기 철학은 그냥 한명의 철학자가 본인의 철학을 세우기 위해 이야기라는 대상을 정해놓고 시작한 단순한 철학적 작업이 아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너무나도 평범하고 모든 일상 가운데 노출되어 있는 이야기를 너무 지나치게 직업적인 철학적 작업으로 오히려 이야기의 단순성과 소박함과 소통능력을 더욱 복잡하게 얽어놓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이야기 철학을 세우기 위해 서장에서 풀어놓은 그의 철학적 배경의 매트릭스는 가희 철학의 가장 큰 범주안에 4번째의 영역으로 이야기 철학이 필연적으로 포함된 다는 것을 우리에게 설득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형이상학> 1권에서 철학에 대해 정의하기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유일한 원리를 탐구하는 것이 철학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원리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던지고 대답을 시도했던 첫 번째 사람을 탈레스라고 하였다. 탈레스는 철학의 원시적인 형태, 즉 세상의 원리를 신화나 종교에 빗대어 설명한 것이 아니라 철저히 이성과 합리성에 의해 세상의 원리를 설명한 첫 번째 사람이며 이것이 철학의 처음시도라고 한다. 그러나 탈레스의 철학도 앞에 놓인 대상으로서의 자연을 탐구하는 감각적인 사유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철학은 감각적이지 않고 보이지 않는 '존재' 자체를 탐구하기 시작하면서 순수한 철학의 세워졌다. 이러한 순수철학의 독립과 동시에 철학의 삼대 분류체계가 세워지는데 그 삼대체계는 자연의 원리를 파악하려는 물리학, 인간과 인간간의 관계를 파악하려는 윤리학, 존재 자체를 탐구하는 논리학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다시 4대 분류체계로 바뀌는데 인간의 인공적인 산물인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저자는 이야기 철학의 철학사적 배경을 제공하였다. 실로 고전철학사에 대해서 통(通)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산출이다. 이 책의 저자는 먼저 철학사적 고찰을 통해서 서사 철학의 필연성에 대해서 말해주고 이러한 이야기야 말로 진정한 '존재'자체를 탐구하는 진짜 철학과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야기 철학의 대상을 신화, 대화, 진화, 동화, 혼화, 만화, 영화 7가지로 정한다. 저자는 결국 7가지의 서사철학의 대상을 통해서 인간존재로 소급해 올라가고자 하는 처음의도에 도달하고자 한다. 신화를 통해서는 처음 인간존재의 기원을, 대화를 통해서 인간실존의 기원을, 진화를 통해서는 인간생명의 기원을, 동화를 통해서는 선한 인간존재의 기원을, 혼화를 통해서는 상상하는 인간의 존재의 기원을, 만화를 통해서는 놀이하는 인간존재의 기원을, 영화를 통해서는 미래적 인간존재의 기원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그런데 여기서 진화를 뺀 나머지 6가지 신화, 대화, 동화, 혼화, 만화, 영화는 모두가 거기에다가 서사철학을 부여할 수 있는 충분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러나 진화를 이야기 철학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저자의 철학적 고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러니하게도 7개의 대상 중에 가장 서사적 요소가 적은 진화에 대한 분량이 가장 많았다. 진화에 이야기적 요소를 찾는 것은 비극을 희곡으로 만드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20세기 인류의 사고방식에 가장 커다란 변화를 주었던 진화에 이야기적 요소를 부여하는 것은 그것을 하나의 소설로 만드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의 저자는 서사철학이란 인간이 처음으로 만들어 놓은 인공적인 산물인 이야기를 통해서 근원적인 존재가 무엇인지 찾아 가려고하는 참 철학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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