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비밀편지 - 국왕의 고뇌와 통치의 기술 키워드 한국문화 2
안대회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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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성군이였던 정조. 그는 조선의 정치적 격량속에서 정치개혁과 학문의 진보 그리고 더 나은 조선을 향하여 매진했던 후세인이 기억하는 위대한 군주였다. 그는 먼저 학문에 끊임없이 학문의 진보를 위해 잠을 줄여가면 책을 읽었던 학자이며, 심한 갈등과 대립으로 치닫는 조선의 정치상황을 예민하게 조율하려 했던 노련한 정치가였다. 원래 임금이라는 나라의 최고어른은 평범한 사람이 근접하기 어려운 인물인 만큼 그에 대한 기록 또한 실록이라는 정사를 통해서만 단편적으로 알 수 있을 뿐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정조라는 한 인물의 입체적이면서 한 인간으로써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기보다 한 나라의 국부로서의 존경할 만한 이미지를 위해 첨삭, 은폐되어 국부로써의 모습으로 미화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정사나 실록을 통해서 온전히 알 수 없는 정조의 다각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참 모습을 볼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 바로 정조의 어찰첩이다. 어찰첩이라는 것은 이 책의 정의대로 한나라의 군주가 그의 신하들에게나 친족들에게 직접 써서 보낸 편지를 말한다. 이 어찰첩도 하나의 공식적인 정치적 행위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보통 특정한 형식과 군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는 문체로 작성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정조의 어찰첩은 그러한 어찰첩과는 매우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정조의 어찰첩은 그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견제인이였던 삼환지에게 4년에 걸쳐서 쓴 297통의 편지로써 매우 개인적인 어찰이였다. 이것은 정조가 삼환지에게 편지를 받고 바로 없애라는 어명을 여러번 내렸을 정도로 그의 개인적인 사견이나 감정들이 많이 포함된 편지였다. 이것이 바로 정조 어찰의 사료적 가치로써뿐 만아니라 정조라는 한 인간을 조명해 볼 수 있는 귀한 사료인 것이다.

 

나는 이 책 <정조의 비밀편지>를 읽으면서 불운하게 불귀의 객이 된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억울한 마음과 정치적으로 그러한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를 공격하는 정치적 상황속에서 유일한 혈육이였던 어머니 혜경국 홍씨와 의지하면서 온몸으로 한 나로 조선을 짊어진 정조가 한없이 가여웠고 그가 감당했어야 할 짐 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된 정조의 면모를 몇가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정조는 군자학이나 성학론에 나오는 성군이기 보다는 자신의 성향을 자주 드러내는 독설이나 기만을 통해 벽파 집권세력에 대해 견제하고 그리고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정치가였다. 먼저 대중들이 알고 있는 정조의 이미지는 이산이라는 티비 드라마를 통해서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다. 드라마 이산에 나타난 정조의 이미지는 철인이며 학자인 군자형 선비의 이미지이다. 그러나 정조의 어찰첩을 통해서 밝혀진 그의 진정한 모습은 독설 마다하지 않고 본인에게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여과없이 전달하는 다혈질적인 정치가의 모습이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치고 빠지는 예리한 정치가이다. 그는 신하들과 세상풍조의 어지러움을 화제로 대화하면서 모든 신하들이 나약하고 복지부동하다며 호통을 치는 반면에 심환지가 갑자기 소식이 끊겼을때는 약을 보내고 음식을 보내주면서 그의 환심을 사고 마음을 달래려는 정치적인 도구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정조는 정치적 상황을 파악하고 그것에 능동적이고 적절하게 대처한 정치가였다.

 

둘째 정조의 정치가라기 보다는 글 읽기를 사랑한 학자에 가깝다. 정조의 어찰첩에 자주등장하는 내용 중의 하나가 그가 책 읽기에 바빴다는 것이다. <주서>를 읽는 중임을 밝힌 편지중에는 그가 주자의 저서 100권을 앞에 놓고 밤낮 비점과 권점을 찍으며 책읽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정조는 그의 만년에 거의 장님에 가까울 정도로 눈이 좋지 않고 온갖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독서에 열중하였다. 이것은 그의 본래 성향은 정치가라기 보다는 책읽기와 학문을 사랑한 학자임을 말해준다. 그래서 그 어떤 군주로서 업무의 과중함도 책읽기의 열정을 이길 수 없었던 것이였다.

 

셋째 정조는 정치가이며 학자이기 이전에 외롭고 병약한 한 인간이였다. 그는 그 시대의 정치적 격동을 온몸으로 안고 조선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했던 사람이였다. 그러는 와중에 그는 병이 많았고 는 화병과 가슴의 심한 통증이 많다고 호소하였다. 그가 사망하기 전에 쓴 편지에는 그의 병세의 심각함이 자세히 드러나 있다. 이것은 그가 한 시대를 감당하며 달려온 그의 열정에 대한 반작용이였다. 의지할 사람없이 홀로 외로이 조선이라는 나라를 품으며 감당했던 그의 무게는 그를 위대한 군주이기 이전에 홀로 외로운 한 인간이였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정조의 비밀편지를 통해서 나는 한 시대를 감당하며 짊어져야 했던 한 인간으로써의 정조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그의 후손으로써 그의 나라에 살고 있는 한사람으로써 무한한 감사와 애정과 연민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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