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 다음에는 어떤 사회가 도래할까? 혹자는 다음에 도래할 사회를 '드림 소사이티(Dram Society)'라고도 하는데, 이는 기업, 지역사회, 개인이 데이터나 정보가 아니라 '이야기'를 바탕으로 성공하게 되는 새로운 사회라고 한다.

 

이 사회에서는 이야기, 신화, 전설 같은 재료를 사용하여 감성에 바탕을 둔, 꿈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시장보다 점점 더 커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의 시장에서 성공하려는 사람은 이야기꾼이 되어야 한단다.

 

가령, 나이키는 언어와 문화 국경을 뛰어넘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범 세계적인 기업의 하나이다. 이 회사는 운동화에 이야기를 덧붙이는 능숙한 기술을 갖고 있다. 나이키의 날렵한 부메랑이 날아가는 듯한 로고를 보라. 이 로고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승리의 여신인 니케의 날개를 표현한 것으로 열정적인 스포츠 정신과 승리의 의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이 회사에 있어 중요한 것은 운동화가 아니라 이야기이다. 나이키는 이야기 한다 나이키를 신어라. 그러면 당신도 '이유 있는 반항아'가 될 것이다. 라고.

 

이야기가 이처럼 상업적인 성공을 가져올 수 있는 것도 어찌보면 우리 문명인들이 감동적인 이야기에 너무나 목말라 있다는 반증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꼭 감동적인 이야기를 하겠다는 욕심없이, 그저 오늘 살면서 경험한 작은 이야기들을 가족이나 벗에게 낮은 목소리로 도란도란 들려주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역어 간다면 그게 그리 어려운 문제도 아닐 것이다.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누구엔가 전해준다는 것은 인연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의 삶 속에 인연을 맺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만큼 중요한 존재가 있을까? 좋은 인연을 만들어 가고 그 인연에 물을 주어 향기로운 꽃과 열매를 풍성히 맺게 함이 사람 사는 재미가 아닐까.

 

오늘은 목월 시인에 얽힌 인연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낮이 끝나며는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가곡의 노래말로 쓰여져 해마다 가을이면 우리의 심금을 울렸던 위의 시가 목월의 체험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이야기인즉선 한때 목월이 무슨 여자전문학교의 선생을 했었는데 가르치던 제자와 눈이 맞아설랑은 모든걸 다 버리고 제주도로 밀월하여 둘이 살림을 차렸다나요. 감수성이 예민한 시인인지라 한번 사랑에 빠지니 끝을 보고 마는군요. 사실을 안 서울의 목월 아내는 아무 말없이 하얀 모시 저고리와 바지를 손수 만들기 시작했대요. 몇날몇일을 밤을 새워가며 정성을 다하여 손수 바느질과 다림질을 하여 그 한복을 지었답니다. 그리고는 그 옷을 고운 보자기에 싸서 들고 제주행 배에 몸을 실었지요. 목월을 대면한 아내는 아무 말없이 그 옷보따리를 목월 앞에 밀어두고는 그 길로 서울로 돌아왔답니다.

 

아내가 손수 지은 하얀 모시옷을 펼쳐 보고는 아내의 자신을 향한 절절한 마음을 읽어낸 목월은 도저히 아내에게 돌아가지 않을 수 없게 된 자신을 발견한 거죠. 사랑하는 젊은 제자 연인과 작별하면서 지은 이별시가 바로 이 시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쓰라린 사랑의 체험을 이렇게 아름다운 불후의 명시로 승화시킨 시인도 놀랍지만 세상일이 다 그렇듯이 위대한 시인의 뒤에도 위대한 아내가 있기 마련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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