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관심을 가진 분들을 위한 글을 한편 보내드립니다.
굳이 작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무언가를 쓰는 습관은 사업하거나, 생각을 정리하는데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1. 작가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두 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이 두가지를 슬쩍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름길도 없다.

나는 독서 속도가 느린 편인데도 대개 일년에 책을 70-80권쯤 읽는다. 주로 소설이다.
그러나 공부를 위해 읽는 게 아니라 독서가 좋아서 읽는 것이다. 나는 밤마다 내
파란 의자에 기대앉아 책을 읽는다. 소설을 읽는 것도 소설을 연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에도 배움의 과정은 계속된다.
여러분이 선택한 모든 책에는 반드시 가르침이 담겨 있게 마련이다. 종종 좋은 책보다
나쁜 책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다.

2. 독서는 작가의 창조적인 삶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나는 어디로 가든지
반드시 책 한 권을 들고 다니는데, 그러다 보면 책을 읽을 기회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번에 오랫동안 읽는 것도 좋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읽어나가는 것이
요령이다. 각종 대기실은 독서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그렇고말고! 그러나 알고 보면
극장 로비도 그렇고, 계산대 앞의 길고 지루한 행렬도 그렇고, 누구나 좋아하는 화장실도
역시 그렇다. 그리고 오디오북 혁명 덕분에 심지어는 운전을 하면서도 독서를 할 수
있다. 내가 일년 동안 읽는 책 중에서 여섯 권에서 열두 권 정도는 카세트테이프에
녹음된 것들이다. 물론 그러려면 신나는 라디오 방송을 못 듣게 되겠지만...

3. 텔레비전이야말로 작가 지망생에게는 백해 무익한 물건이다. 만약 여러분이
운동을 하면서 CNN에서 뉴스를 해설하는 허풍쟁이나 MSNBC에서 주식 시장을 설명하는
허풍쟁이나 ESPN에서 스포츠를 중계하는 허풍쟁이들을 꼭 봐야 한다면, 지금이라도
여러분은 작가가 되려면 상상력이 충만한 삶을 위해 본격적으로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 독서를 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브라운관은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에 대한 덧없는 욕구를 벗어던지 사람들은 대개 책 읽는 시간이 즐겁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마련이다.
나는 저 끊임없이 지껄이는 바보상자를 꺼버리기만
하면 작품의 질은 물론 삶의 질까지 향상된다고 주장하고 싶다.

4. 독서가 정말 중요한 까닭은 우리가 독서를 통하여 창작의 과정에 친숙해지고 또한
그 과정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작가의 나라에 입국하는 각종 서류와
증명서를 갖추는 셈이다. 꾸준히 책을 읽으면 언젠가는 자의식을 느끼지 않으면서
열심히 글을 쓸 수 있는 어떤 지점에 (혹은 마음가짐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미 남들이 써먹은 것은 무엇이고 아직 쓰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진부한 것은 무엇이고
새로운 것은 무엇인지, 여전히 효과적인 것은 무엇이고 지면에서 죽어가는
(혹은 죽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등등에 대하여 점점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여러분이 펜이나 워드프로세서를 가지고 쓸데없이 바보짓을
할 가능성도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5. 내 생각에는 우선 '아는 것에 대하여 쓰라'는 말을 최대한 넓게 포괄적인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 같다. 가령 여러분이 배관공이라면 물론 배관 공사에 대해서도
잘 알겠지만, 여러분이 갖고 있는 지식은 결코 그것만이 아니다.
마음으로 아는 것도
많고 상상력으로 아는 것도 많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음과 상상력이 없다면
소설의 세계는 몹시 초라해질 테니까. 어쩌면 아예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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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3-12-11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년전부터 텔레비젼 안보기를 하고 있는데..
저녁 7시에서 9시까지는 절대로 텔레비젼을 안켭니다..
그시간에 아이들 공부도 시키고..아이들끼리 놀기도하고..그림도 그리고..
블럭도 만들고..책도 보고..
정말 소중한 시간이 되더군요

구름에 달가듯이 2003-12-12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지혜로우시군요.
저는 어제 저녁만 하드라도 10시가 넘어 아이들에게 이제 그만 자자고 말했지만 딸애는 막 학원서 돌아왔다고 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무슨 드라마는 꼭 봐야 한다며 TV를 꿰어차고 않고, 6살백이 아들 놈은 누나도 그러하니 자신도 컴퓨터게임 해야 겠다고 졸라댑니다.
몇 번 타이르다가 도저히 않되어 포기하고 우리 부부만 잠자리에 들고 말았답니다.
참 지혜가 필요한 대목이죠?

sooninara 2003-12-12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정도는 어쩔수 없지 않나요..
저도 최대한 하는것이 저녁 두시간 안켜는거고..아이들이 놀다보면 낮에도 안보게되고..
그전에는 교육방송이라는 명목으로 낮에도 줄줄이 보았죠^^
밤에는 드라마를 제가 봐야하니까..10시부터 켜는데..금단현상인지..예전에는 잼나던 드라마가 이젠 시시해지더군요..텔레비젼을 무조건 켜놓는게 버릇이기때문이라 느꼈습니다
그나마 보던 대장금도 요즘은 안보고..저는 오히려 11시이후에하는 뉴스나 교양프로 ..케이블 드라마 재방송을 즐겨봅니다.아이들 재우고 밤에 저혼자 보는거죠^^
그러니 늦게자는 나쁜 어른이됩니다

sooninara 2003-12-12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그콘서트 안보여주거든요..
그래도 7살 재진이는 유치원에서 배워와서 개콘프로를 다알아요^^
동생하고 둘이서 개콘 흉내를 다 냅니다..아이들은 참 금방 배우는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