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만 다섯 살 난 아들이 하나 있다. 하고픈 이야기를 곧 잘 그림으로 그려내는데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도 설명을 듣고 나면 “아하!” 소리가 절로 나온다. 때론 레고나 나무토막을 이용하여 머리 속에 떠오르는 갖은 물체를 다 만들어 내기도 한다. 무슨 그림이나 모형을 보고 하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나도 한번 나의 생각을 그림으로 나타내 보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그것이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었다. 물론 말이나 글로는 수월하게 나타낼 수 있지만 그림이나 조형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내게는 어려운 창조적인 예술의 경지가 되는 것인가? 하여튼 어린아이 들이 어른보다 더 창조적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신의 권능으로 부여 받은 창조성이 나이가 들면서 비 창의적인 제도권 교육으로 말미암아 급격하게 창조의 본능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호기심, 개방성, 위험감수, 에너지 등이 창조성의 씨앗들인데 가만이 보면 모두 어린이의 특질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창조적이 되려면 어린이의 천진난만한 사고를 닮아야 한다. 그림일기라도 쓰면서 말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어른들이 잃었던 창의성을 되찾고 고도의 창조적인 삶을 누리기 위해서 크게 여덟 가지 장(場) 을 제시하고 있다.  즉 사람, 환경, 여행, 놀이와 유머, 독서, 예술, 직관이나 심상 따위의 제6감, 생각의 도구 등을 통해서 우리의 창의성을 고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광범위 하긴 하지만 각 주제어가 나의 꿈들과 맞닿아 있다는 느낌이다. 팍팍한 도시생활 속에서 마음의 여유 없이 바삐 뛰다 보니 뒷전으로 밀린 꿈들 말이다. 그러면 꿈은 창조의 젖을 먹고 자라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생활전반이 창조의 장이 될 수 있다면 우리의 꿈도 한결 이루기 쉬울 것이다.

 

창의성을 불러오는데 있어 다른 사람과의 연결이 영감과 피드백을 얻고 훈련을 받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는 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스승이나 창의적 공동체를 통하여 공통 관심사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눔으로써 이를 가장 강력한 창의력 원천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멘토라고도 하는 스승을 만든다거나 창의적 공동체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참가하는 기술적 방법들 까지도 책에서는 총 망라하고 있으니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나뭇잎 사이로 언뜻 언뜻 비치는 엷은 햇빛, 미풍에 흔들리는 잎새들의 다양한 빛깔, 숲을 스치는 바람소리, 낙엽 타는 내음, 그루터기 나무의자의 감촉, 입에 머금은 한 모금 커피 맛 등 오감으로 느끼는 주변 자연의 분위기는 창조적 영감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사고와 에너지가 흐를 장소로서의 환경이 우리의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 또한 지대하다. 그러므로 우리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변의 환경을 아름답고 영감을 고취시키는 분위기로 가꿔보자.

 

“사이먼&가펑클”의 “엘콘드로빠사”란 작품 뒤에는 폴사이먼의 남미여행 경험이 녹아 있고, 고갱의 수많은 타이티 여인과 풍물이 등장하는 작품들 속에는 고갱의 타이티 여행을 넘어 정착한 그의 경험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여행 길에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과 관습, 풍경은 우리의 창의성에 영감을 주기에 손색이 없다. 주제를 가지고서 여행할 일이다.

 

놀이나 유머, 독서, 예술 – 이 모든 것 들의 공통점은 즐거움이다. 심각한 연구 대상이나 반드시 달성해야 할 저 높은 고지가 아니라는 말이다. 창의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가 노는 능력인데, 논다는 것이 부정시 되는 세태 속에서 잘 놀기란 결코 쉽지 않다. 유머 만화 모으기 등의 새로운 취미생활을 시도해 보기도 하고 스스로의 유머감각을 계발하여 세상살이가 힘겨울수록 많이 웃고 웃기는 것도 창의적인 자로 거듭나는 좋은 방법이다.

우리는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의 화두를 가지고 읽을 책을 고르고, 읽은 것을 실제의 삶에 대입해 가면서 독서의 기쁨을 만끽한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다운 받은 좋아하는 노래를 듣기도 하고, 점심시간에 잠시 근처의 미술관에 들러 미술작품을 감상하기도 한다. 무슨 거창한 대가가 되기 위하여 그리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저 아이가 낙서나 그림을 그리듯이 작품을 감상하는 과정을 즐길 뿐이다. 이러한 예술 감상은 우리에게 새로운 감정과 이미지, 아이디어를 불어 넣어 우리를 더욱 생기에 차고 창의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우리는 감상을 하다가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 보기도 하는데 이는 순전히 자신을 위해 예술을 하는 것이다.  예술 과정에 몰두하고 있다는, 자기 손으로 무언가 만들어 내는 창조의 즐거움과 경이로움을 맛보기 위하여 그리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오감 너머 존재하는 직관이나 심상과 같은 것들 가령,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를 외친 순간의 감각을 ‘제6감’이라 하자. 그러면 여기까지 오면서 거론한 모든 강줄기가 ‘제6감’이라는 바다에 이르기 위한 여행이라 할 수 있겠다. ‘제6감’의 중심에 ‘척 보면 아는 것’ 즉 직관이라 부르는 영역이 있는데 이것이 나타날 때의 특징으로는 “입체적, 자율적, 유연함, 놀이 – 연습과 놀 시간 필요, 자유로움, 반복되는 생각, 본능적 느낌, 갑작스런 생각, 비전” 등이 있다. 이러한 직관의 신호로 갑작스런 통찰력을 경험한 순간을 잡아 그것을 명확하게 쓴 후 나중에 찾은 진실과 비교하며 직관적 경험의 일기를 써 보면 어떨까? 또 하나 ‘제6감’으로 마음에 새겨진 그림 즉, 심상이라 불리는 요소가 있는데 이는 이루고자 하는 일의 시나리오를 상상을 통하여 마음에 새겨 되풀이 해서 연습함으로써 실제로 그 일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창의력을 키우려면 매사에 깨어있는 정신으로 호기심과 관심을 갖고서 세밀하게 관찰하고 오감 아니 제육감까지 동원하여 느끼며 생활하고, 계획성, 끈기, 열정으로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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