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내가 무얼 원하는지
다 아시는데
왜 기도를 해야 하나요?
그래도 하나님이
좋아하신다면 기도할게요.
- 수 -

하나님,
제 이름은 로버트예요.
남동생이 갖고 싶어요.
엄마는 아빠에게 부탁하래고,
아빠는 하나님한테 부탁하래요.
하나님은 하실 수 있죠?
하나님, 화이팅!
- 로버트 -

하나님,
꽃병을 깬건 도날드예요.
제가 아니라구요.
분명하게 써놓으셔야 해요.
- 대니 -

하나님,
하늘만큼 크고
지구만큼 힘이 세세요?
너무너무 멋있어요.
- 딘 ㅡ

하나님,
돈이 많으신 분이세요?
아니면
그냥 유명하기만 하신 건가요?
- 스티븐 ㅡ

만일
알라딘처럼 마술램프를 주시면,
하나님이 갖고 싶어하시는 건 다 드릴게요.
돈이랑 체스 세트만 빼구요.
- 라파엘 ㅡ

사랑하는 하나님,
오른쪽 뺨을 맞으면
왼쪽 뺨을 대라는 건 알겠어요.
그런데 하나님은
여동생이 눈을 찌르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 사랑을 담아서 데레사 ㅡ

하나님,
지난번에 쓴 편지 기억하세요?
제가 약속한 것은 다 지켰거든요.
그런데 왜 하나님은 아직도
준다던 조랑말을 안 보내시는거예요?
- 루이스 ㅡ

하나님,
왜 한 번도
텔레비전에 안 나오세요?
- 킴 ㅡ

하나님,
만일 내가 하나님이라면요,
지금 하나님처럼 잘 해내지 못할 거예요.
하나님 화이팅!
- 글렌 -

하나님,
옛날옛날,
사람이랑 동물이랑 식물이랑
별들을 만드셨을 때, 얼만큼 힘드셨어요?
이것 말고도 궁금한 게 너무 많아요.
- 셔먼 -

하나님,
우리 옆집 사람들은
맨날 소리를 지르며 싸움만 해요.
아주 사이가 좋은 친구끼리만 결혼하게 해주세요.
- 난 -

하나님,
레모네이드를 팔고 26센트를 벌었어요.
이번 일요일에 쬐끔 드릴게요.
- 크리스 -

하나님,
제 친구 아더가 그러는데요,
하나님이
이 세상에 있는 꽃을 다 만들었대요.
꼭 거짓말 같애요.
- 벤자민 ㅡ

사랑하는 하나님,
감기에 걸리면 뭐가 좋은가요?
- 롯 ㅡ

눈이 너무 많이 와서
학교에 못 갔던 날 있잖아요.
기억하세요?
한 번만 더 그랬으면 좋겠어요.
- 가이 ㅡ

하나님 하나님
왜 밤만 되면 해를 숨기시나요?
가장 필요할 때인데 말이에요.
- 바바라 -

하나님, 하나님은
천사들에게 일을 전부 시키시나요?
우리 엄마는
우리들이 엄마의 천사래요.
그래서 우리들한테 심부름을 다 시키나봐요.
- 사랑을 담아서 마리아 -

하나님, 하나님이
어디든지 계시다니 마음이 놓여요.
말하고 싶은 건 그뿐이에요.
- 마가렛 ㅡ

하나님,
지난 주 뉴욕에 갔을 때,
성 패트릭 성당을 보았어요.
하나님은 아주 으리으리한 집에서 사시던데요.
- 프랭크로부터 ㅡ

하나님,
착한 사람은 빨리 죽는다면서요?
엄마가 말하는 걸 들었어요.
저는요,
항상 착하지는 않아요.
-미셸-

하나님
휴가 때에 계속 비가 와서
우리 아빤
무척 기분이 나쁘셨어요!
하나님한테
우리 아빠가 안 좋은 말을 하긴 했지만요,
제가 대신 잘못을 빌테니 용서해 주세요.
- 하나님의 친구, 그렇지만 이름은 비밀이에요 -

하나님이 무슨 일을 하시는지
주일학교에서 배웠어요.
그런데 쉬는 날엔
누가 그 일들을 하나요?
- 제인 ㅡ

하나님
요나와 고래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고래가 요나를 한 입에 삼켜버렸대요.
이렇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처음이에요.
그런데 우리 아빠는 이 이야기가 뻥이래요.
정말 못말리는 아빠예요.
- 시드니 ㅡ

책에서 보니까요,
토마스 에디슨이 전깃불을 만들었대요.
하나님이 만들었다고 알고 있었는데요.
- 도나 ㅡ

나는
조지 워싱턴처럼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고 결심했는데,
가끔씩 까먹어요.
- 랄프ㅡ

하나님,
남동생이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정말
갖고 싶다고
기도한 건 강아지예요.
- 죠이스 -

사랑하는 하나님,
왜 새로운 동물을 만들지 않으세요?
지금 있는 동물들은 너무
오래된 것 뿐이에요.
- 죠니 -

하나님,
저번 주에는
비가 삼일 동안이나 계속 내렸어요.
노아의 방주처럼 될까 봐 걱정했었어요.
하나님은 노아의 방주 안에 뭐든지
두 마리씩만 넣으라고 하셨지요?
우리 집에는 고양이가 세 마리 있거든요.
- 도나로부터 -

하나님,
사람을 죽게 하고
또 사람을 만드는 대신,
지금 있는 사람을
그대로 놔두는 건
어떻겠어요?
- 제인 -

하나님
성당은 정말 근사한데,
음악이 좀 별로인 것 같아요.
이런 말 했다고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그리고 부탁이 있는데요,
새로운 노래도 몇 곡 지어주세요.
- 친구 배리 -

하나님,
코우 고모가 냉장고를 새로 샀어요.
우리들은
냉장고 상자를 비밀 아지트로 삼을 거예요.
그러니까 혹시 저를 찾을 때는
거기에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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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무


벌판 한복판에 꽃나무 하나가 있소. 근처
에는 꽃나무가 하나도 없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
는 꽃나무를 열심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열심으로 꽃을
피워 가지고 섰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에
게 갈수 없소. 나는 막 달아났소. 한 꽃나무를 위하여
그러는 것처럼 나는 참 그런 이상스러운 흉내를 내었소.



이상의 시를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2학년 국어시간이었다.

'오감도'였는데 등이 오싹한 전율을 느낌이었다.

시를 잊을 수 없어 외우고 또 다른 이상의 시를 찾아서 읽고.

그 묘한 매력에 빠져들었었다.

오늘 우연히 이상의 시를 또 읽게 되었다.

벌판 한 복판에 홀로 서 있는 꽃나무...

끊임없이 미래의 어떤 모습을 꿈꾸는 나 자신 같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어쩔땐 달아나버리고 싶은 또 다른 나 같기도 하고...

이상의 시를 읽을 때마다 명확히는 알 수 없지만 항상 날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홀로 있는 외로움만큼이나 다른 이와 비교되는 아픔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

어쩌면 난 자신과의 싸움보다는 항상 다른이와 비교하게 됨에 더 약해지는 것 같다.

그럴 땐 한없이 달아나고 싶고...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다.

다 다르지만  모두가 아름다운 꽃나무로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모두가 사랑이 있고, 아픔이 있고, 열심이 있고

최선을 다해 자기의 꽃을 피우려 한다는 것을 생각해야겠다. 

그러면 '제가 생각하는 모습'에 도달 할 수 없어 달아나는 외로운 꽃나무가 아니라 

저마다의 아름다움으로 꽃 피우는 나무들 사이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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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사람, 남편은 경상도 사람이다.

(아내가 서울사람이어서, 남편이 경상도 사람이어서  말할 꺼리는  얼마나 많을까?)

결혼 초, 남편이 가족 이야기를 하다가 고모를 '고무'라고 해서 나를 놀래켰다.

평소 좋아하던 백석 시인의 '여우난골 족'에서 처럼 정말 고모를 '고무'라고 하는가 해서...

나는 여러 번 묻고 또 물었었다.^^*

책꽂이에서 백석 시집을 꺼내어  남편에게 '여우난골족'을 읽어주기까지 했다.

남편은 유난을 떠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신리 고무

-     열 여섯에 사십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토산 고무

-    육십리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던 말끝에 설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그 후로 난 남편의 늙으신 고모들을 여우난골족 고무들로 상상하곤 했다. 

여우난골족 고무들과 꼭 같지는 않아도 우리네 삶이 많은 차이가 있겠는가 하면서 말이다.

그러면 어느새 나도 웃간 방에서 히히덕 거리며 놀이를 하며 밤을 새는  아이가 되고 싶어진다.

 

 

여우난곬족(族)                                       -백석


명절날 나는 엄매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짰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新里) 고무. 고무의 딸 이녀(李女) 작은 이녀(李女)

열여섯에 사십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土山) 고무, 고무의 딸 승녀(承女), 아들 승(承)동이


육십리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든, 말끝에 섧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洪女), 아들 홍(洪)동이, 작은 홍(洪)동이

배나무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 섬에 반디젓 담그러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삼춘 엄매 사춘누이 사춘동생들


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볶은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오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 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 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 등에 심지를 몇번이나 돋우고

홍게닭이 몇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침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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