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벌판 한복판에 꽃나무 하나가 있소. 근처
에는 꽃나무가 하나도 없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
는 꽃나무를 열심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열심으로 꽃을
피워 가지고 섰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에
게 갈수 없소. 나는 막 달아났소. 한 꽃나무를 위하여
그러는 것처럼 나는 참 그런 이상스러운 흉내를 내었소.
이상의 시를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2학년 국어시간이었다.
'오감도'였는데 등이 오싹한 전율을 느낌이었다.
시를 잊을 수 없어 외우고 또 다른 이상의 시를 찾아서 읽고.
그 묘한 매력에 빠져들었었다.
오늘 우연히 이상의 시를 또 읽게 되었다.
벌판 한 복판에 홀로 서 있는 꽃나무...
끊임없이 미래의 어떤 모습을 꿈꾸는 나 자신 같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어쩔땐 달아나버리고 싶은 또 다른 나 같기도 하고...
이상의 시를 읽을 때마다 명확히는 알 수 없지만 항상 날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홀로 있는 외로움만큼이나 다른 이와 비교되는 아픔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
어쩌면 난 자신과의 싸움보다는 항상 다른이와 비교하게 됨에 더 약해지는 것 같다.
그럴 땐 한없이 달아나고 싶고...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다.
다 다르지만 모두가 아름다운 꽃나무로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모두가 사랑이 있고, 아픔이 있고, 열심이 있고
최선을 다해 자기의 꽃을 피우려 한다는 것을 생각해야겠다.
그러면 '제가 생각하는 모습'에 도달 할 수 없어 달아나는 외로운 꽃나무가 아니라
저마다의 아름다움으로 꽃 피우는 나무들 사이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