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을 노래함
밤 깊었으나 잠 이룰 수 없어 일어나 자리에 앉아 거문고를 켜본다. 엷은 휘장으로 밝은 달빛 비쳐들고 시원한 바람 불어 옷깃을 스친다. 바깥 들에는 외로운 큰 기러기 울고 있고 북쪽 숲속에는 기러기떼들 떠들썩하게 운다 밖에 나가 어정거리지만 볼 것이 무엇이리 근심스런 생각에 잠겨 홀로 슬퍼진다.
-52쪽
유주대에 올라서
훨씬 전에 태어난 옛사람을 만날 수는 없고 훨씬 뒤에 태어날 뒷사람도 만날 수가 없다 오직 천하만이 언제나 변함없이 이어지는 것을 생각하니, 사람의 일생이 짧다는 것을 알아 눈물이 흐른다.
-84쪽
산장의 가을날 저녁
가을 쓸쓸한 산에 비 내리고 개어 갠 날씨 저녁 무렵에 더욱 맑아 가을답다. 소나무 잎 사이로 비치는 맑은 달빛, 돌 위를 흘러가는 매맑은 샘물. 대나무 숲 너머 빨래하던 여인 왁자지껄 돌아오고 샛강 연꽃 움직이며 고깃배 강 따라 내려간다. 봄날의 꽃이여 멋대로 흩어지려무나 왕손은 그와 상관없이 여기에 머물리라. -113쪽
여산 폭포를 바라보며
해는 향로봉 비추어 보랏빛으로 물들이고, 저 멀리 폭포는 긴 강을 걸어놓은 듯 쏟아진다 그 물줄기 곧추 3천 자 밑으로 흘러 떨어지노니 흡사 은하가 하늘에서 흘러내리는 듯하다.
-1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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