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병원가는 길에 전철을 타고 그동안 게을리했던 북플 이웃 순회를 했다.
나는 스마트폰을 들고 북플에 정신팔린 채 빈자리에 앉았다.
그순간 나도 모르게 5~60대는 되어보이는 아저씨의 발을 툭건드리며 옆자리에 앉았다.
살짝 건드린 것인데다가 일부러 한 것도 아니라, 하고 있던 북플을 계속했다.

잠시후, 아저씨는 내 얼굴을 보고 만만하게 생겼는지, 착해보였는지 판단을 한 것일까. 왜 즉시 반응을 안하고 뜸을 들인걸까.

‘학생‘이라 불렀는지, ‘자네‘라고 불렀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툭쳐놓고 발에 감각이 없습니까?˝

나는 아차다 싶었지만, 건성으로 ˝아, 죄송합니다.˝ 하고 다시 북플을 재개했다.

괜한 문제로 만들고 싶지 않았고, 이정도면 충분하다 생각했다.

북플 페이지를 넘기며 곰곰이 생각했다.

한 번만 더 투덜거리면 말대꾸해야지 하고 말이다.

‘내가 일부러 건드린 것도 아니고, 공공장소에서 다리 뻗고 있는건 잘한 일입니까?‘

그러나 다행히도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고, 도착역에서 하차했다.

방어기제가 떠올랐다. 10~30대 젊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은 기억으로 무차별적으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어른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 어르신의 경우 말한마디에 부정적 뉘앙스가 담겨있다. ˝발에 감각이 없냐니?˝ 기분나쁘다는 표현치고 조금 심한건 아닌가?

내가 조폭같이 무섭게 생겼거나 덩치가 컸다면, 과연 동일한 상황에서도 말을 건넬수 있을까?
꼭 강해보이는 적한테는 깨갱거리면서 약자한테는 힘을 휘두르는 미성숙한 어른이 있다.

오늘의 단편적인 일만 가지고 그 어르신의 생각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도 보수적인 사람에 대한 방어기제를 갖고 있는건 아닌지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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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22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버스 타다가 옷이나 발등을 조금이라도 스친 것이 느껴지면 바로 자동적으로 사과해요. 사과 안 했다고 괜한 잔소리 듣기 싫어요. ^^;;

fledgling 2016-12-22 19:53   좋아요 0 | URL
저는 좀 아플정도로 부딪혀서 미안한 감정이 들 때는 사과합니다.
흠. 과거를 돌아보니 살짝 부딪혀도 사과 바로 하는 편이었는데, 오늘은 왜그랬는지 모르겠네요. 정말 살짝 건드린건데...

생각의 차이는 어쩔수
없지만, 괜시리 다른 젊은이한테 당한 분노를 저한테 푸는 느낌이 조금이라도 들면 참지않겠다는 의지로 봐주시면 좋을듯 싶습니다.ㅎ 오늘도 그래서 말대꾸 준비를 한 거구요.

이번 일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도처에 이런 비슷한 일을 자주 겪고 보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의 분노는 이해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무차별적으로 싸잡아 판단하며 분풀이하는 것도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또다른 폭력이니까요. 세상이 참 각박해지죠? ㅠ

오늘 일의 원인 제공은 저니까 교훈삼아 다음부터는 바로 사과해야겠습니다. ^^

AgalmA 2016-12-22 2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fledgling님 방가방가요~ (방가방가 글로 첨 써봄ㅎㄱㅎ;;;)

몇달 전 일인데도 아직도 미안한 맘이 드는 제 사연이 떠오릅니다. 일 스트레스로 미치기 직전이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누가 툭 치는데 바로 욕지거리가 나오는 거에요. 제 입에서요-_-; 순간 저도 놀라서 아무 소리 않고 벽에 붙었어요. 상대가 무어라 변명조로 얘기했는데 짜증과 놀람과 당황 속에 그냥 묵묵히 얼어붙어 있었어요. 그 사람은 그러고 가서 한동안 기분이 어떠했을지....괜찮다고 다른 일 때문에 엉겹결에 나도 화를 낸 거 같다고 말하지 못한 걸 아직도 후회합니다.
그 사람의 성격이란 것도 있지만 사람의 상태, 사정도 한 번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 곰곰이 되돌아보게 된 일화~
요즘은 서로가 너무도 예민한 시기잖아요. 잘 참으셨어요. 따질 건 따져야겠지만 넘어갈만 한 건 넘어가고 큰 일에 따집시다! 이것도 순발력이 필요한 일이라 어려움 ㅡㅜ 우늘 우병우 청문회 때문에 하루종일 열뻗쳐서 원!

fledgling 2016-12-23 01:02   좋아요 1 | URL
뜨거운 청춘 Agalma님!! 방가방가라니ㅎㅎ 신세대십니다. (방가방가~🙋)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한 성깔하시는구만유!? ㅎㅎ^ ^

저도 오늘 사과를 안한게 이정도는 괜찮겠거니 한 건데... 저도 무언가에 집중을 하고 있었고, 마음 속에 불안함도 있다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순발력... 사실 말싸움에서 논리로 밀리고 싶지않은 욕심도 있지요. 그동안 바보같이 착하게만 살아서 독해지려는 풋내기의 노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북플 닉네임을 바꿀까 고민중입니다. 남들이 잘 안 쓰는 단어같아서 쓰고 있었는데... 좀 더 높이 날아올라야 하는 청춘인데 풋내기라는 단어를 이제는 그만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잡소리😄)

요즘 그림 잘보고 있어요. 댓글을 달고 싶었는데 시덥잖은 허접한 감상문일거 같아서 좋아요만 꾸욱~ 누르고 갔지요. 나중에 갤러리 하나 오픈하죠ㅎㅎ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