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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도둑 - 고학년문고 3023 ㅣ 베틀북 리딩클럽 24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홍연미 옮김 / 베틀북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빨간 제복을 입고 가슴을 있는 데로 쫙 피고 서있는 이 오리는 보물창고 보초, 가윈이다.
가윈은 용감하고, 정직하며, 똑똑하고, 임금을 사랑하고, 계란모양의 멋진 건물을 지을 계획도 가지고 있는 꿈이 많은 오리이다. 이런 가윈이, 감옥에 가게 되고, 물갈퀴에 골무풀을 엮고 은둔 생활을 하게되는 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진짜 도둑, 진짜 도둑 데릭 때문이다. 데릭은 포도주 방울이 수염에 잘 묻는 마음 약한 생쥐다. 워낙 작아서 쉽게 뛰지 않는다. 이 마음 약한 생쥐는 엄청난 도둑질을 하고도, 자신이 감옥에 간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한다.불쌍한 가윈은 작은 생쥐 대신 누명을 뒤집어쓰게 되고, 재판은 열린다. 재판장에서 가윈의 모습은 아름다울 정도로 떳떳하다.
“저는 명예가 무엇인지 아는 거위입니다. 폐하께서 저를 어찌 판단하실 지, 그건 제 알 바 아닙니다. 아마도 우리를 창조하신 하느님께서는 알고 계시겠지요. 그 부은 한때 제가 얼마나 폐하를 사랑했는지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생명이 있는 여러분 하나하나를 모두 증오합니다. 진심입니다. 여러분은 제게 원래 없었던 악을 저한테서 보았다고 하고 있는 겁니다. 다들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그리고 곧 그 자리를 떠나 나라가 버린다. 그 자리에 있었던 도둑 데릭은 자책감에 빠지고, 가윈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둘은 만난다.
이 짧고 간단하고, 쉽고, 슬픈 이야기에서 재미있는 것은 윌리엄 스타이그의 능청스럽고, 귀엽고, 그렇지만 작가의 확실한 의견이 담겨있는 문체. 그리고 구성이다.
이야기는 세 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 번째 이야기는, 왕의 보물창고 앞에 보초를 서는 가윈이 누명을 쓰게 되고, 날아가는 데서 끝난다.
두 번째 이야기는, 진짜 도둑인 데릭이 보물을 훔치게 된 계기, 자책감에 빠져 눈물을 흘리는 데서 끝난다.
세 번째 이야기는, 가윈이 재판장에서 도망칠 때부터 시작한다. 가윈은 외롭게 혼자 지내게 되지만 곧 데릭을 만나게 된다.
같은 시간에 일어난 두 이야기를 구성을 달리 함으로써 도둑이 도대체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나게 하고, 두 번째 이야기에서 그 궁금증이 쉽게 풀리면서 조그만 생쥐에 대한 연민이 생긴다. 그리고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그 두 주인공이 만나게 됨으로써 두시간이 합쳐지게 된다.
처음 이 책을 폈을 땐 현실과 동떨어진 곳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60살 할아버지인 윌리엄 스타이그는 현실을 꿰뚫어 보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심각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쉽고 능청스럽고 귀엽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엄청난 도둑질을 해버린 생쥐는 우울한 기분을 바꾸기 위해 치터를 연주하기도 하고, 조금한 눈에서 눈물도 흘린다.
가윈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키고, 어려움을 헤쳐나간다.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악당을 만들어 놓고, 오리처럼 되고 싶은 마음을 품게도 한다. 정말 훌륭한 작가이다.
중요한 것은 도둑질이라는 아이들이 한번쯤은 겪게 될 이야기를 써놨다. 도둑질은 자기도 속인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도둑질을 해서 끙끙앓거나 도둑질을 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 마저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그리고 어른들에게 기분 좋게 읽힐 수 있는 이야기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