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에디터다!
김병익 외 지음 / 새물결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한 개의 원고가 열 명의 편집자에게 주어지면 열 권의 다른 책이 나오듯, 여러 편집자들의 삶을 돌아보는 것은 아무도 정답을 알려줄 수 없는 편집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다. 여기 그 시간을 위해 대한민국 출판 인물사나 다름없는 책이 있다. 다양한 출판 분야만큼이나 경력도 다양한 22인의 출판 편집자 이야기. 그들의 추억과 회한, 아쉬움, 가치관, 애로사항 등등은 초보 편집자나 편집자 지망생뿐만 아니라 모든 출판 관계자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또한 3부에서는 출판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정병규 선생과의 대담으로 정리하였는데, 편집자이자 디자이너로 아직 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유독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잘나가던 출판사라고는 하지만 전 직장의 반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며 그 출판사의 직영서점에서 일을 시작해야 했다.

턱없이 우울해질 때 『서양철학사』를 읽는다. 올해 마흔이 되면서 생긴 증상이다. 나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이 별별 생각들을 심각히 하다가 어처구니없이 주어갔구나. 실실 웃음이 나온다. 왠지 대충 살아도 될 것 같다는 위안을 얻는다.

그 선배(류시화 시인)가 편집자에게 제일로 중요하게 강조했던 것은 바로 문장력이었고, 또 하나는 디자인에 대한 ‘감각‘이었다. 띄어쓰기, 맞춤법은 물론, 보도자료, 딱 한 줄로 책 한 권을 정리하는 카피, 신문 광고용 카피, 제목 뽑기 등을 오케이를 받을 때까지 얼마나 쓰고 썼던가.

그제나 지금이나 자주 듣는 질문 하나. 어떤 책이 좋은 책입니까. (중략) 그 책으로 인해 또 다른 책을 다 읽고 싶도록 만드는 책.

현실에는 잘 팔리지 않는 ‘좋은‘ 책이 ‘그저 그런‘ 베스트셀러보다 많다. 이처럼 출판은 그다지 시장 친화적인 분야가 아니라는 데 현실을 살아가는 출판 편집인의 고민이 있다.

베스트셀러를 만든 출판 편집인이 출판 전문가들로부터 항상 좋은 평을 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중의 값싼 취향에 영합하는 책을 만들었다고 비난을 받을 때도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작심하고 베스트셀러를 만들려고 덤벼들어도 독자의 선택은 그런 출판 편집인의 의도와 엇나가기 쉽다는 데 있다.

책의 기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한글 맞춤법을 비롯한 언어의 정확한 사용, 지면 활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책에 담길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전달...... 그런데 출판 기획과 관련하여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책이란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출판 편집인은 필자의 글을 검사하는 심사위원이 아니라 필자와 함께 고민하고 서로 생각을 나눠 갖는 동지이다.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투자해야 한다. 출판 기획은 사실상 모든 것에 대한 기획이다. 출판계 종사자들, 특히 출판 편집인만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분야를 아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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