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차이
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김재희 옮김 / 이프(if)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지난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1975년, UN은 이 날을 기념일로 지정했고, 그 해 독일은 알리스 슈바르처의 『아주 작은 차이』로 쑥대밭이 되었다.


  사람들은 남녀에게 아주 작은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 작은 차이가 하나의 신념으로 변질되어 서로를 감금하기 때문에 여성과 남성의 차이 자체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의 주장은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던 보부아르의 목소리로 더욱 힘이 실린다.


  아주 작은 차이의 인식은 사회적 권력과 계급을 정당화하는 수단일 뿐이다. 남녀를 구분하기 이전에 같은 인간일 뿐, 성별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지어서는 안 된다는 그녀의 일침이 한국에는 좀 더 울려 퍼져야 할 것 같다.

 

"사회주의 혁명이 경제적 특권계급뿐 아니라 계급의 차이 자체를 종식시키려는 이상을 갖고 있듯, 여성주의 혁명은 남성의 특권뿐 아니라 여성과 남성의 차이 자체를 철폐한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성기 모양의 차이가 사회적 불평등으로 연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슐라미쓰 파이어스톤,『여성해방과 성혁명』

쉽게 말해서 인간은 먼저 인간일 따름이고, 그 다음 생물학적으로 살펴볼 때라야 여자 혹은 남자라는 것이다. 여자냐 남자냐를 가지고 한 인간의 운명을 결정지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며, 따라서 여자가 하는 일과 남자가 하는 일로 구분한 채 억지로 그 역할을 떠맡기면서 사나이의 우월함과 아낙네의 열등함을 강요하는 일이 더 이상은 없어야겠다는 얘기다. 여자 일과 남자 일을 따로 나누고 이를 통해 한쪽이 다른 한쪽을 착취하는 일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간은 여성의 삶과 남성의 삶을 규정하는 패턴에 따라서가 아니라 개인적 성향이나 욕구에 따라 각자의 삶을 꾸려갈 수 있어야 한다. 남자라고 반드시 능동적일 리 없으며 여자라고 반드시 수동적일 리 없다. 여자라는 혹은 남자라는 제한 없이 훨씬 다양한 면모를 자연스레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의 성적인 욕망은 나이와 인종 그리고 성별과 상관없이 어떤 인간과도 소통할 수 있도록 허용돼야 한다. 공연한 권위나 억압이 없는 사회에서, 계급의 개념은 이미 의미가 없다.

"몸의 기능을 근거로 사회적 역할을 고정시키는 참 위험하고 치사한 계략이 있습니다. 아이는 물론 여자가 낳는 것이죠. 이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또한 자명한 사실은 여자 혼자 아이를 배는 건 아니란 말입니다. 애비 없이 태어나는 아이가 있겠습니까? 다시 말해서, 어머니 뱃속에서 보내는 열 달이야 어머니 혼자서 감당하는 기간이지만 이 세상에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아기를 돌보는 기쁨과 노고는 엄마 아빠 두 사람이 함께 나누어야 할 몫입니다. 아기가 살았던 자궁이 어머니 뱃속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이후에도 아이 양육은 모두 어머니 몫이라는 얘기는 정말 터무니 없는 주장입니다." -맥브라이드, 『넋빠진 가정주부의 평범한 일상』

여자들은 이제 드디어, 여성다운 미덕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던 그 여성다움을 결연히 포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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