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황홀 - 보이는 것의 매혹, 그 탄생과 변주
마쓰다 유키마사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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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의 제목은 『'기원'의 이야기』다. 읽다 보면 온갖 것들의 기원이 나온다. 쌍의 관념이나 원근법에서부터 레디메이드나 오브제까지 총 1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개념들의 흔적을 밟아가다 보면 가지고 있던 미의 관념이 이해가 된다. 즉 어째서 사람들이 명작을 명작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는 말이다.


 붓다는 만물이 끊임없이 변한다고 했다. 미술사에서 아름다움도 그랬다. 스트라이프 무늬가 천민의 상징일 때도, 예술가의 상징일 때도 있었다. 인간에게 고정된 상이었던 자연은 열차의 발명 후 흐릿한 상이 되었다. 열기구의 발명 후엔 르네상스의 원근법도 소용 없었고 그림은 구상에서 추상으로 흘러갔다.


 아름다움은 사회적 합의이기에 변화의 대상이다. 역사가 그 다양한 ’눈의 황홀’을 증명해준다.

 

(사족)

 그나저나 참 예쁜 책이다. 책의 배 부분엔 남녀의 그림이 있다. 저자의 말마따나 '책의 배를 엄지손가락으로 48밀리미터쯤 펼쳤을 때 그 그림이 제대로' 보인다. 어찌 된 영문인지 책에서 향기도 난다. 저자가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편집자라서 그런지 책에 참 신경을 많이 쓴 듯 보인다. 480여 장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읽는데 불편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끝에 후기를 보니 매 페이지를 모두 마침표로 끝냈다고 한다. 이는 본문을 읽으면서 사진을 보기 위해 책장을 넘길 필요가 전혀 없다는 말이다. 오랜만에 여러 면에서 예쁜 책이었다.

처음이 없었던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만들어졌거나 다른 데서 그 자리로 온 순간이 있는 것이다. 그 순간으로 돌아가 보는 것, 그 순간을 상상해 보는 것은 그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것과 같다. - 354p (옮긴이의 글)

변한다는 것은, 우리가 변하는 것인지 주변이 변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그런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자신을 보는 것과 주변을 보는 것은 구별되지 않는다. 우리 안의 문제든 주변의 문제든 처음으로, 그러니까 그것이 만들어진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문제가 잘 들여다보이는 경우가 있다. 기원으로 돌아가 보는 일은 존재 이유를 생각해 보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354p (옮긴이의 글)

이 책은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개념‘, ‘형태‘, ‘방법‘의 기원을 탐색한 것이다. 미술, 건축, 언어, 역사, 문자, 음악, 만화, 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기원‘ 이야기와 480개 남짓한 도판은 우리의 눈을 끌기에 충분하다. - 354p (옮긴이의 글)

빅토르 위고는 1837년에 쓴 편지에서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에 대해 "밭 언저리에 핀 꽃은 이미 꽃이 아니라 색채의 반점, 아니 오히려 빨갛고 하얀 띠일 뿐입니다. 곡물 밭은 엄청나게 긴 노란 띠의 행렬, 클로버 밭은 길게 땋아 늘어뜨린 초록의 머리로 보입니다. 마을도 교회의 탑도 나무들도 춤을 추면서 미친 듯이 곧장 지평선으로 녹아듭니다. 마침 하나의 그림자가, 모습이, 유령이 입구의 문 있는 데에 떠올랐다가 재빨리 사라집니다. 그것은 차장입니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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