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만드는 엄마
이어령 지음 / 삼성출판사 / 1999년 11월
평점 :
절판


직장 생활을 하는 엄마들도 그렇겠지만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일과도 엄청 바쁘다.

아이 하나를 기르는 엄마는 더더욱 바쁘다. 요즘은 아이가 노는데도 돈이 필요하다. 엄마가 집에서 놀아주는 경우도 있지만 문화센터 같은 곳에 가서 또래의 아이들과 섞여서 엄마와 프로그램을 하며 논다.

난 엄마가 이렇게 놀아준 아이들이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주역이 될거라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 진다. 아이의 시간표가 엄마의 손에 있고, 아이가 미쳐 챙기지 못한 것을 챙겨주는 엄마들... 오죽하면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대학원생 아들의 과외선생을 엄마가 알선해 준다는 말이 있을까...과연 이 아이들에게 미래를 맡겨도 좋은 것일까.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그들 맘대로 쓸 수 있는 시간과 실수와 실패를 허용하는 엄마의 너그러움이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지나치게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여하려는 엄마들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곰곰히 생각하게 하는 한 부분을 발췌한다.

"어미 곰의 모성애는 인간보다 깊고 따뜻합니다.

어린 곰이 두 살쯤 되면 어미곰은 새끼를 데리고 산딸기가 있는 먼 숲으로 간다고 합니다. 어린 새끼는 산딸기를 따 먹느라고 잠시 어미 곰을 잊게 되지요.

그 틈을 타서 어미 곰은 몰래 새끼 곁을 떠난다는 겁니다.

그렇게 애지중지 침을 발라 기르던 새끼를 왜 혼자 버려두고 떠나는 걸까요? 왜 그렇게 매정스럽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걸까요? 그 이치는 간단합니다. 그건 새끼가 혼자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서 입니다. 언제까지나 어미 품만 의지 하다가는 험한 숲 속에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발톱이 자라고 이빨이 자라 이제 혼자서 살 수있는 힘이 붙었다 싶으면 어미곰은 새끼를 혼자 살아가도록 먼 숲에 버리고 오는 것이지요.

새끼곰을 껴앉는 것이 어미곰의 사랑이듯이 새끼곰을 버리는 것 또한 어미의 사랑입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사랑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산딸기 밭을 눈여겨 봐 두어야 해요. 눈물이 나도 되돌아보지 않는 차가운 사랑 말이지요.

처음 걸음마를 배울 때 잡았던 두 손을 놓아 주었던 때가 있었잖아요. 그 때부터 시작되는 일이지요.

매일매일 무릎을 깨뜨리는 아픔이 있더라도 엄마와 따로 살아갈 수 있는 그 걸음마를 위해 손을 놓아 주세요.

탯줄을 끊는 순간부터 그 연습은 시작된 것이랍니다.

어머니에게는 또 하나의 사랑, 얼음장 같은 사랑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이어령-천년을 만드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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