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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7
존 카첸바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섬처럼 유배된, 그래서 책읽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는 곳에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을 가지고 갔다.
600페이지가 넘는 책이라 해봤자 일반 책 두 권 정도니,
이틀 정도면 다 읽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난 닷새가 지나도록 그 책을 읽지 못했고,
섬에서 나온 뒤 본전 생각에, 그리고 내가 끈기 없는 놈이 아니란 걸 증명하기 위해
지겨움을 참아내며 이 책을 결국 다 읽어냈다.
재미는 그다지 없었지만
<미친 사내의 고백>은 내 독서인생의 분기점이 될 만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간의 내 독서습관을 되돌아보게 됐으니 말이다.
배가 터질 것 같은데도 돈이 아까워 남은 고기를 입에 쑤셔 넣는 게 미련한 짓이라면,
내 스타일이 아니다 싶은데도 본전 생각에 끝까지 책을 다 읽는 것 역시 현명한 행동은 아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잃는 건 내 시간이고,
내가 그다지 끈기없는 놈이란 사실이 뒤집히는 것도 아니다.
<하이킥>의 이순재 선생은 <밥상은 넓고 반찬은 많다>라는 책을 썼는데,
읽어야 할 좋은 책이 널린 세상에서
지루해 죽겠는 책을 읽느라 사투를 벌일 필요가 있을까?
앞으로는, 아니다 싶은 책은 그냥 중간에 포기할 생각이다.
독서란 것도 건강이 허락해야 가능한 것일진대
그렇게 따지면 남은 생애 동안 읽을 책도 그리 많은 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런 결심을 하게 만든 존 카첸바크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