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모중석 스릴러 클럽 7
존 카첸바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섬처럼 유배된, 그래서 책읽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는 곳에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을 가지고 갔다.

600페이지가 넘는 책이라 해봤자 일반 책 두 권 정도니,

이틀 정도면 다 읽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난 닷새가 지나도록 그 책을 읽지 못했고,

섬에서 나온 뒤 본전 생각에, 그리고 내가 끈기 없는 놈이 아니란 걸 증명하기 위해

지겨움을 참아내며 이 책을 결국 다 읽어냈다.


재미는 그다지 없었지만

<미친 사내의 고백>은 내 독서인생의 분기점이 될 만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간의 내 독서습관을 되돌아보게 됐으니 말이다.

배가 터질 것 같은데도 돈이 아까워 남은 고기를 입에 쑤셔 넣는 게 미련한 짓이라면,

내 스타일이 아니다 싶은데도 본전 생각에 끝까지 책을 다 읽는 것 역시 현명한 행동은 아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잃는 건 내 시간이고,

내가 그다지 끈기없는 놈이란 사실이 뒤집히는 것도 아니다.

<하이킥>의 이순재 선생은 <밥상은 넓고 반찬은 많다>라는 책을 썼는데,

읽어야 할 좋은 책이 널린 세상에서

지루해 죽겠는 책을 읽느라 사투를 벌일 필요가 있을까?


앞으로는, 아니다 싶은 책은 그냥 중간에 포기할 생각이다.

독서란 것도 건강이 허락해야 가능한 것일진대

그렇게 따지면 남은 생애 동안 읽을 책도 그리 많은 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런 결심을 하게 만든 존 카첸바크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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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11-06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이 책이 재미없으셨어요? 저는 올해 최고의 책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흑. 슬퍼요. ㅠ_ㅠ;

부리 2011-11-07 21:43   좋아요 0 | URL
으음... 그러시군요. 록키 발보아 때부터 님하고 의견이 엇갈리는 듯...^^ 뭐, 취향은 다 다르잖아요

다락방 2011-11-07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아 어떡해. 저도 문나잇님처럼 이 책 엄청 좋았는데요. 마지막에 다같이 아폴로 외칠때는 그냥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가지고 ㅠㅠ

그런데 읽고 싶지 않은, 아니다 싶은 책은 중간에 포기하는 게 나은것 같아요. 괜히 시간 잡아 먹잖아요.

부리 2011-11-07 21:44   좋아요 0 | URL
어맛 다락방님도... 너무 슬퍼요 엉엉엉. 제가 아폴로에 대한 안좋은 추억이 있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죠. 암튼 동의해주셔서 감사.

푸른신기루 2011-11-07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ㅠㅠ 저도 몇 년 전에 읽었지만 좋았는데..

저도 최근 들어 시간은 없고 책은 많으니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 책은 그냥 덮는 게 상책이다 싶어요ㅎㅎ

부리 2011-11-07 21:44   좋아요 0 | URL
앗 신기루님도 연배가 좀 있으신가봐요. 전 나이는 점점 들어가는데 읽을 책은 많아서 피치못하게 내린 결정이랍니다.^^

마법천자문 2011-11-08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친넘이 뭐라고 고백을 했을지 문득 궁금해지는군요.
설마 "나 미쳤다"는 아닐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