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를 잘하는 주위 미녀는 내가 ‘what'을 ’홧‘으로 발음한다고 비웃는다. ’홧‘이 아니라 ’왓‘이라나. 세상 일이 다 그렇지만 내가 곧죽어도 ’홧‘을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우리에게 영어를 가르쳐 준 선생님은 중년의 풍채좋은 여자 선생님이셨다. 여자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할 때였지만 그 선생님에겐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했었는데, 그 선생님은 “what"을 ‘왓’ ‘홧’ 둘 중 어느 것도 무방하지만 자신은 ‘왓’을 선호한다고 우리에게 가르쳤다.
그에 대한 반감으로 ‘왓’ 대신 ‘홧’을 택했던 내게 쐐기를 박는 사건은 중2 때 일어났다. 지금도 이름을 까먹을 수 없는 이영심 선생님이 우리에게 영어를 가르치게 된 것. 당시 영심선생은 우리 학교에서 가장 인기있는 미녀 선생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선생님이 그렇게 뛰어난 미인인지 회의가 들지만, 정윤희가 최고의 미녀이던, 그러니까 사회 전반적인 미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던 시대에 준수한 미모에 날씬한 몸매를 가졌고, 무엇보다 당시로선 드물게 세련미를 갖춘 이영심 선생이 인기가 많은 건 당연했다. 그에 필적할만한 미녀 선생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선생님은 인기 면에서 거의 독주를 했는데, 나 역시 이영심 선생님만 지나가면 넋을 잃고 바라보곤 했다. 딱 한번 수업시간에 이영심 선생을 웃긴 적이 있었는데, 그날 하루종일 행복했었다. 이영심 선생은 학생과 선생 모두에서 마음속의 연인이었고, 언젠가 소풍을 갔을 때, 내 눈을 잡아 찢는 게 취미였던 음악 선생이 망원경으로 이영심 선생을 침을 흘리며 바라보는 광경을 보기도 했다.
그 이영심 선생이 ‘what'을 ’홧‘으로 읽으셨다. 그래서 나도 ’what'을 ‘홧’으로 읽는다. 그때 생긴 버릇은 지금도 고쳐지지 않는다. “what is this?" "홧 이즈 디스?” “This is boori's seojae." "이곳은 부리의 서재입니다.”